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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축복과 짜장면

권태산/목사·라크라센타 하나님의 꿈의 교회

최근 한 젊은 교인이 보낸 이메일에 '지못미'라는 말이 있어 인터넷을 뒤져 그 뜻을 알아냈다.

'지못미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나름(나름대로) 인터넷을 가까이 하면서 사는 나도 신조어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하니까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깜놀(깜짝 놀라다)'했다. 바쁘다고 '정줄놓(정신줄을 놓았다)'하다가는 '오나전(완전)' '간지나는(폼나는)' '엄친아(공부잘하는 엄마친구 아들)' 이미지에 손상이 가겠다 싶었다.

얼마전 한 문화평론가가 인터넷 싸이트에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는 단어를 한 인사에게 썼다가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듣보잡'이라는 모욕적 표현을 한 것이 인정된다고 유죄선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나는 듣보잡이다"라고 하는 건 표현의 자유지만 "너는 듣보잡이다"라고 하면 모욕죄가 될 수 있다고 판정을 내렸다. '듣보잡'이라는 인터넷 비속어가 이제는 어엿이 재판정에서도 인정받는 의미 있는 말이 되었다.

분단 50년 만에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날 때 통역을 대동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가 아니라 50년의 세월은 양국의 언어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언어에는 생명이 있다. 언어는 뜻을 전하고 마음을 전하는 단순한 도구 이상의 것이다. 언어는 그 시대 사람들의 쓰임새에 따라 없어지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하는 생명체이다.



어릴 때 최고의 음식으로 치던 '짜장면'이 어느 날부터 '자장면'으로 불리더니 급기야 명예회복을 했다. 국립국어원이 '짜장면'을 다시 표준어로 인정을 했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언어를 인정한 것이다. '짜장면'이 '자장면'으로 바뀌고 나서는 왠지 맛도 옛 맛이 아닌듯 했는데 다시 '짜장면'이 되니 금세 군침이 도는 것은 웬일일까?

20세기 초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자장몐'을 '짜장면'이라고 부르다가 1986년 외래어표기법이 제정되면서 중국 발음에 맞춰 '자장면'이 표준어가 됐다. 주문을 할 때 '자장면 한 그릇이요!'라고 하면 왠지 얻어 입은 듯 남의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짬뽕'은 '잠봉'으로 불러야 하나?

교회 내에서 '축복'이라는 단어만큼 우리가 흔히 듣고 자란 단어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축복은 인간이 하는 것이고 하나님은 복을 빌어주는 '축복'하시는 분이 아니라 '복'을 주시는 분이라며 마치 대단한 오류를 바로잡는 것인 양 '축복'을 '복'으로 부르지 않으면 큰 잘못을 하는 사람으로 몰아갔다.

평생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축복으로 알고 지내던 나같은 사람들은 그제야 제대로 한자의 의미를 배우게는 되었지만 '축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가끔 '복을 내려 주십시오!'이라고 말해야 할 순간에 나도 모르게 '축복을 주십시오!'라는 말을 했다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찜찜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중보 기도'가 맞느냐 '도고 기도'가 맞느냐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축복 기도 중보 기도는 지금 살아있는 우리 시대의 언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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