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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크루즈에서 벌어지는 러브 스토리

“토니상 2관왕 수퍼스타 서튼 포스터를 놓치지 말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블록버스터 ‘인디애나 존스 2’(1984)는 황금 드레스의 쇼걸 케이트 캡쇼가 거대한 용 머리에서 나와 노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캡쇼가 부채춤을 추는 쇼걸들에 둘러싸여 중국어로 “Anything Goes!”를 부르는 가운데, 뮤지컬의 전형적인 그룹 탭댄스가 등장한다. 캡쇼가 ‘애니싱 고우즈!’라고 끝맺으면서 고고학자 해리슨 포드의 누루하치 유골을 찾는 모험이 시작된다. 고교 교사 출신 배우 캡쇼는 91년 스필버그 감독과 결혼한다.

바로 이 곡은 거장 콜 포터가 작곡한 1934년 뮤지컬 ‘애니싱 고우즈’의 주제가이기도 하다. 올해 브로드웨이에 리바이벌되어 토니상 리바이벌 부문 최우수뮤지컬상, 여우주연상(서튼 포스터), 그리고 안무상(캐슬린 마샬)을 거머쥔 이 작품의 제목은 ‘뭐든지 괜찮아’라는 뜻. ‘애니싱 고우즈’는 할리우드 리메이크와 주크박스 뮤지컬이 범람한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클래식 뮤지컬이다.

공황기 뉴욕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럭셔리 크루즈엔 온갖 승객이 타고 있다. 증권업자 빌리(콜린 도넬)는 영국의 부호와 약혼한 호프(로라 오스네스)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해 크루즈에 오른다. 이곳엔 신부로 위장한 범죄자 문페이스 마틴(조엘 그레이)과 전도사에서 나이트클럽 가수로 전향한 르노 스위니(서튼 포스터)가 어우러지며 해프닝이 일어난다.

‘브로드웨이의 보석’ 서튼 포스터가 출연하는 ‘애니싱 고우즈’를 보는 것은 정통 뮤지컬팬 최고의 행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포스터는 ‘애니싱 고우즈’를 보아야하는 몇가지 이유 중 하나다.



◆서튼 포스터=“당신이 최고야!(You’re the Top)!” 사랑의 해결사 르노 스위니로 등장하는 서튼 포스터는 브로드웨이의 줄리아 로버츠라고 해도 좋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수퍼 스타급 여배우로는 패티 루폰·베네뎃 피터스·크리스틴 체노비츠 등을 꼽는다. ‘시카고’의 라폰은 이제 너무 늙었고, 피터스는 히스테리컬하며, 체노비츠는 체구가 너무 작다. 그런데, 포스터는 이들이 가진 가창력과 연기력에 풀러스 알파가 있다. 그건 미모와 몸매, 춤 실력과 카리스마. 브로드웨이가 필요한 완벽한 배우, 할리우드에서 빼아갈까 우려되는 스타다.

포스터는 1934년 브로드웨이 전설 에델 머만, 87년 패티 루폰이 주연한 이후 24년만에 리바이벌된 ‘애니싱 고우즈’의 수퍼스타다.

그의 인생 자체가 한편의 뮤지컬 드라마다. 1975년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스테이츠보로에서 태어난 포스터는 15세에 TV 스타서치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윌 로저스 폴리’ 전국 투어에 참가한다. 카네기멜론대에 합격했지만, 배우가 되기위해 1년 후 학교를 떠났다. 브로드웨이가 그의 학교였기 때문이다.

1996년 ‘그리스’에서 샌디의 대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포스터는 ‘레 미제라블’의 에포닌 대역을 거쳤다. 2002년, ‘모던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의 대타에서 주역으로 전격 발탁된 포스터는 토니상과 드라마데스크상 주연상을 휩쓸었다. 이후 뮤지컬 ‘작은 아씨들’‘드라우지 샤프론’‘영 프랑켄쉬타인’‘슈렉’의 주역을 맡아왔고, 올해 ‘애니싱 고우즈‘로 두번째 토니를 품에 안았다.

포스터는 올 토니상 시상식에서 ‘착한 스타’로 공인됐다.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은 후 수상 소감에서 “6년간 드레서로 일해온 *줄리앙 하버드가 화가의 길을 걷기위해 떠나게 되어 너무 슬프다!”라고 울먹였던 것. 뮤지컬 무대 뒤에서 옷을 입히는 무명의 드레서들이 모처럼 주목을 받으면서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서 드레서들을 대서특필했다.

그에게 경사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뮤지컬 배우인 남편 크리스찬 볼리가 ‘리걸리 블론드’에서 공연한 배우 로라 벨 번디와 연인 사이가 되면서 결혼도 파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포스터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새 애인 바비 카나발레에게 “내 인생을 바꿔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카나발레는 올 토니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연극 ‘모자를 든 *놈’에서 출소한 마약딜러 재키로 열연한 연기파 배우다.

◆조엘 그레이=호화 크루즈에서 가장 코믹한 인물은 첼로 케이스에 총을 숨겨갖고 다니는 문페이스 마틴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찰리 채플린의 복장으로 무대를 총총 오가는 ‘공공의 적 13호’ 문페이스 마틴 역은 올해 78세인 브로드웨이 베테랑 조엘 그레이가 맡았다. 66년 ‘캬바레’로 토니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레이가 “Be Likea Bluebird”를 연약한 새처럼 부르는 장면, 포스터와 탭댄싱을 하는 장면에 주목하라.

그레이는 영화 ‘더티 댄싱’에서 패트릭 스웨이지에게 춤을 배우던 소녀 제니퍼 그레이의 아버지. 사진작가이기도 한 아버지 그레이는 최근 뉴욕시티뮤지엄에 자신이 기록한 브로드웨이의 비하인드 씬을 모은 전시회 ‘A New York Life’를 열기도 했다.

◆아담 고들리=빌리와 호프의 순수한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은 영국의 부호 에블린 오클레이 경이다. 그러나, 콧수염을 단 연필처럼 분장한 고들리는 미워할 수 없는 예비 신랑이다. 순박하고 칠칠맞은 그가 1부에선 미국식 영어 표현을 일일이 메모하다가, 진짜 본심을 드러내며 포스터와 탱고를 춘다. 예상치못한 댄스 장면은 2부의 압권이다.

◆캐슬린 마샬=리버댄스를 방불케하는 숨막히는 탭댄스 “Anything Goes”, 나이트클럽 스타일의 요란한 “Blow, Gabriel, Blow”의 와일드한 댄스. 전설적인 뮤지컬 콤비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스타일의 빌리와 호프의 로맨틱한 2인무, 르노와 에블린의 탱고까지 다양한 댄스의 종합선물은 안무가 겸 연출가인 캐슬린 마샬의 공이다.

마샬은 30년대 풍의 아르데코 세트(데릭 맥클레인), 분위기를 강화하는 다양한 팔레트의 조명(카조로프스키), 바로 뉴욕패션위크에 나가도 될듯한 스타일리시한 의상(마틴 마클레디나즈)를 총 지휘하며 관객을 호화 크루즈의 승객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

◆콜 포터= 전설적인 작곡가 콜 포터의 역작인 탭댄스 주제가 ‘애니싱 고우즈’엔 “You’re the Top”“I Get a Kick Out of You”“Blow, Gabriel, Blow”“It’s De-Lovely” 등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명곡들이 흐른다. 그래서 노스탈지아가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도 매력이다.

◆레이몬드 J. 이=한인 2세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뺄 수 없다. 브로드웨이의 투명한 인종 장벽을 뚫은 레이몬드 J. 이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카네기홀 무대에도 섰다가 의대를 지망했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도박사에서 개과천선한 중국인 존 역을 맡고 있다. $87∼$137, 스티븐손하임 시어터(124 West 43rd St. 212-239-6200) www.anythinggoesonbroadway.com.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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