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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에겐 왜 스티브 잡스가 없나

지성진/변호사

안철수 교수의 인기가 뜨겁다. 가장 만나고 싶은 유명인 인생의 멘토로 삼고 싶은 인물 등 각종 설문조사를 휩쓴다. 일년 내내 장관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가히 '안철수 현상'이라 부를만 하다.

그의 인기의 실체는 간단하다. 기득권(의대 교수)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과(세계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를 낳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 유학을 거쳐 지금은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한 것이다.

안 교수의 삶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모두가 생존과 기득권을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신선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그에게서 대리만족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안철수'는 있지만 '스티브 잡스'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한국인은 창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좋은 학생은 될 지언정 창의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창의력 부족 때문 만일까?



안 교수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다.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수 년이 빨랐다. 네이버가 미국에 있었다면 시장을 석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창의성이 부족해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만약 그렇다면 안철수 연구소 싸이월드 네이버의 등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둘째 안철수 교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IT 생태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회사를 키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삼성과 같은 재벌이 인재를 독점하고 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IT 생태계 때문에 스티브 잡스가 등장 못한다면 안철수 싸이월드 네이버의 등장은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인가?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등장했던 것은 신기루였다는 말인가?

필자는 창의성이나 IT 생태계 보다는 한국인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한국 벤처기업들이 몰락한 이유를 '진지함'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돈이 들어 오자 연구에 더욱 매진하기 보다는 술판부터 벌였다 한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한 게 1976년이다. 얼마전 퇴임하기까지 35년을 IT 분야에서 일했다.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다.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반면 안 교수는 1995년 연구소를 설립하고 10년 후 2005년 유학을 떠났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 사이 안철수 연구소의 성장은 정체되었다. 2010년 기준 연 매출액이 700억을 넘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회사 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안교수가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전념했거나 미국에 가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대신 지금까지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 한국은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 교수 밑에서 배운 소프트웨어 인력이 우리나라 세계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세리를 보고 자란 '박세리의 아이들'이 지금 LPGA 무대를 누비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의 등장을 바란다면 그들의 천재성만 칭찬할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서 35년 36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이 인생 전체를 바쳐 키운 회사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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