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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로윈' 뮤지컬 폐막 카운트 다운

지난 달 27일 뮤지컬 ‘시카고’가 역사상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래 공연된 뮤지컬 4위에 올랐다. ‘시카고’는 1996년 11월 초연된 이래 29일 현재 6138회를 기록하며, 이전 4위였던 ‘코러스라인’의 6137회를 깬 것이다.

한편, 브로드웨이 최장수 뮤지컬인 ‘팬텀 오브 오페라’는 88년 1월 초연된 이래 9800회 넘게 머제스틱시어터에 올려지고 있다. 이 뮤지컬에서 안드레 역을 맡아 23년간 공연해오며 기네스북에 오른 조지 리 앤드류스는 3일 9382회 공연을 마지막으로 ‘팬텀’을 떠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큰 영광은 비평가들의 찬사와 그에 이은 토니상 수상, 그리고 바로 ‘롱 런(long run)’이다. 흔히 ‘오픈 런(open run)’은 흥행 여하에 따라 계속 공연된다는 의미다. 브로드웨이 제작자들은 흥행이 시들해지는 기운이 보이면 가차없이 폐막을 결정한다. 이와 함께 미주 순회 공연으로 이어진다.

뮤지컬 ‘아담스 패밀리(The Addams Family)’는 최근 올 12월 31일 총 725회 공연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발표됐다. 1000회 공연에 훨씬 미달하는 이 수치는 브로드웨이 사상 톱 100에 들지못하는 기록이다. 그렇다고 실패는 아니며, 절반은 성공인 셈이다. 이제 브로드웨이의 ‘시한부’ 뮤지컬이 된 아담일가는 미 전역으로, 해외로 간다.



괴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 코미디 ‘아담스 패밀리’는 2009년 시카고 사상 최고의 시험 공연 성적을 올린 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이듬해 4월 뉴욕 룬폰테인 시어터에서 초연된 이 작품의 제작비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통상 제작비 1000만불을 넘어서는 1650만불이 투여됐다. ‘스파이더맨’의 7500만불은 예외다.

1930년대 지성인의 잡지 ‘뉴요커’에 연재됐던 찰스 아담스의 원작 만화 ‘아담스 패밀리’는 60년대 TV 코미디 시리즈로 방영되어 전 미국인에게 친숙한 ‘가족’이다. 더욱 더 유명해진 것은 91년 제작된 할리우드 버전이다. 영화는 라울 줄리아와 안젤리카 휴스턴, 크리스티나 리찌가 출연해 2억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거두었다.

뮤지컬 버전엔 토니상 수상의 연기파 네이탄 레인(고메즈 아담스 역)과 비비 뉴워스(모티시아 아담스 역)가 주인공 부부로 캐스팅됐다. 뮤지컬 ‘프로듀서’의 베테랑 레인과 ‘시카고’의 개성파 뉴워스 콤비는 뮤지컬 관객을 끌어들였다. 초창기 주간 흥행 수입이 100만 달러를 넘어서다가 두 간판 배우가 떠나면서 최근엔 수입이 주 70만 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올 여름엔 할리우드 스타 브룩 쉴즈를 끌어들이면서 흥행에 열을 올렸다. 마티시아 역의 쉴즈는 6피트(183cm) 키로 아담한 뉴워스보다 건장한 휴스턴에 가깝다. 사실, 쉴즈는 뮤지컬 초보가 아니다. 이미 94년 ‘그리스’ 2004년 ‘원더풀 타운’ 그리고 2005년엔 ‘시카고’에선 록시 역으로 시어터월드상까지 거머쥐었다. 검은 손톱에 빨간 립스틱으로 아름다움보다 괴상함을 강도하는 쉴즈는 딱딱한 연기를 보인다. 고메즈 역을 맡은 로저 리스는 셰익스피어 연극에 정통한 배우다. 이들 부부의 노래에선 그다지 많은 것을 기대하진 못하지만, 그것이 섬뜩한 가족 ‘아담스 패밀리’의 매력일 수도 있다.

죽음에 집착하고, 괴퍅한 성향을 지닌 아담스 일가는 공동묘지에서 모여서 아담가의 일원인 것을 축하한다. 태어나서 18살이 될 때까지 검은 옷만 입어온 딸 웬즈데이가 정상적인 가문의 청년 루카스 베네키와 사랑에 빠져 그의 부모를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아담스 부부를 비롯, 기요틴에 매달려 누이의 고문에서 쾌감을 느끼는 아들 퍽슬리, 그리고 달님과 사랑에 빠진 삼촌 페스터와 히피 차림의 할머니까지 기이한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려진다.

히트 뮤지컬 ‘저지 보이스’의 마샬 브릭만과 릭 엘리스가 대본을 쓰고, 앤드류 리파가 곡을 쓴 ‘아담스 패밀리’의 주제곡 “When You Are an Addams”가 서두에서 관객을 사로 잡는다. 하지만, 이후의 노래들은 들은 후 금방 잊혀지고 만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테마공원을 연상시키는 공동묘지 세트와 평범한 저택의 내부로 할애해 배우들이 연기하며, 춤 출 공간이 여의치 않다. 아담스 부부의 탱고나 코러스라인 식의 집단무가 갑갑한 이유는 세트디자인과 연출의 불협화음처럼 보인다. 무대의 레드벨벳 커튼을 열고 닫으며 궁상스럽게 장면을 전환하는 것은 가히 학예회 수준이다.

아담일가 중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은 달님을 사랑하는 삼촌 페스터다. 마치 록그룹 ‘스매싱 펌킨스’의 뮤직 비디오 ‘투나잇, 투나잇’를 연상시키는 페스터의 날으는 장면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담스 패밀리’에도 말썽많은 ‘스파이더맨’에 못지않게 무대 뒤에 우여곡절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공동 연출과 제작 디자이너를 맡은 필렘 맥더못과 줄리안 크로치가 후에 제리 작스로 연출자가 대체되었다는 것.

뉴욕타임스의 벤 브랜틀리는 “진실로 섬뜩한 뮤지컬…재능있는 사람들이 ‘아담스 패밀리’라는 무너지는 무덤에 갖혔다”고 혹평했다. 지난해 토니상에서도 작곡상과 삼촌 페스터 역의 케빈 쳄벌린이 조연 남우상 후보에 오르는데 그쳤다.

뮤지컬 ‘아담스 패밀리’는 60년대 TV를 보고, 90년대 영화로 친숙한 세대를 포괄하며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그 정도 성공의 요인은 아닐까.

‘아담스 패밀리’는 이달 15일 뉴올리언스에서 전국 순회 공연을 시작해 내년까지 30개 도시에 올려질 예정이다. $56.50∼$136.50, 룬트-폰테인 시어터(205 West 46th St. 877-250-2929) www.theaddamsfamilymusical.com.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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