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인] 잡스의 애플, 칭찬만 받을 회사인가
곽보현/조인스아메리카 미디어본부장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인가. 마침 스티브 잡스가 사임한 날이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가 무산된 날과 겹쳐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임과 잡스의 사임을 비교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점령했다.
"오세훈을 빨리 내려 보내려고 했는데 난데없이 스티브 잡스가 왜 사임하나"라는 글부터 시작해서 '사임'이라는 같은 단어로 묶어 오세훈 비난과 잡스 찬양이 판을 쳤다.
IT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한 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경영자이자 꿈을 창조하는 비저너리 현실에 기반한 강력한 실행주의자 최고의 아이콘이면서 동시에 사상과 개념을 전파하는 에반젤리스트이기도 했다. 이 시대 최고 거인의 퇴진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남겼다.
물론 잡스의 성공신화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창고에서 애플을 창립하고 승승장구했지만 독단적 행태 때문에 이사회에서 쫓겨났고 다시 돌아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세계가 놀라고 휘청대는 대업을 이룬 그의 천재성은 찬사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임 직전까지도 경쟁자 삼성을 몰아붙이기 위해 전방위 소송을 진두지휘했던 그이기에 삼성과 관련해서는 좀 다른 시각이 있지 않을까 찾아봤다. 불행하게도 "잡스의 후임자가 아들이 아니라고? 나는 한국인이라 이해를 못하겠는데"라는 글부터 "잡스가 없는 애플이 이미 후임 체제를 완비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는 등 애플 찬양과 삼성에 대한 비난이 인터넷을 덮어버렸다.
반면 일부 전통 언론은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뤘다. 강력한 리더십의 잡스가 떠난 애플에 대한 우려도 인용하고 후임자 팀 쿡이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과 한국의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 등 다양한 시각을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이라고 언급된 것도 이같은 여러가지 측면을 다룬 기사였다. 정확히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있는 '코리아 리얼타임'에 올라온 기사로 잡스 사임 당일 삼성과 LG의 주가변화까지 분석했다. 또한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 특허와 관련해서 전세계 19건의 소송을 진행중이지만 애플이 각종 부품에 있어 삼성의 가장 큰 고객중 하나라는 점도 꼼꼼하게 짚었다.
이처럼 미국의 언론과 인터넷 글세상은 다양한 의견이 골고루 나타나 있다. CNN은 '애플은 철저한 책무를 요구하는 잔인한 일터'라고 소개했고 포춘지는 그를 '폭군적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최근에는 잡스가 사회 기부에 인색했다는 점도 부각됐다.
인터넷에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비교하는 카툰이 등장했다. 아이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세련된 패션리더로 생각하고 있는 그림과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사람들의 눈에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후드를 뒤짚어 쓴 '잡스 광신도'로 보인다는 그림을 나란히 비교해 놓았다.
가까이 있는 지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페이스북에 무상급식 스티브 잡스 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던졌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금물이지만…"이라는 첫마디로 시작한 의견이 댓글로 달렸다. 좌우의 의견차이가 항상 벼랑끝 싸움으로 진행되는 한국의 상황이 이제는 오랜 친구 사이에도 입에 담지 말아야 할 금기(禁忌)까지 만들어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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