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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망대] 스티브 잡스와 워렌 버핏

김 동 필/ 경제부장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이
성장 발전 빠르고 오래 가
한인기업 사회참여 늘어야


스티브 잡스와 워렌 버핏은 비슷한 것 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애플신화'를 창조한 잡스가 IT업계의 아이콘이라면 '오마하의 현인' 버핏은 투자의 귀재다.

잡스가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면 버핏은 투자 트렌드를 주도한다. 잡스는 소비자가 꼭 갖고 싶어 하는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돈을 벌었고 버핏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쪽집게처럼 찾아내 부를 축적했다.

개인 성향에도 차이가 있다. IT업계의 거물답게 잡스가 천재성과 창조 괴짜에 은둔형 이미지가 강하다면 버핏은 훨씬 대중적이다. 잡스는 애플과 관련 없는 일들에는 말을 아끼는 반면 버핏은 가끔 정치적 발언도 한다. 잡스가 대중 앞에 나서길 꺼리는 반면 버핏은 활발한 자선사업과 매년 갖는 '버핏과의 점심' 경매 이벤트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잡스는 IT산업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버핏은 자선사업으로 인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두 사람이 요즘 다른 이유로 화제다. 잡스의 최고경영자 사임과 버핏의 수퍼부자 증세 발언이다.

지난 주 잡스가 건강상의 이유(췌장암)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는 그야말로 빅뉴스였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막상 현실화 되자 IT업계는 물론 세계 경제권은 요동쳤다. 주요 언론들은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분석기사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러나 그의 부재에 대한 인간적인 아쉬움을 다룬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보다 앞서 버핏은 자신과 같은 수퍼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의 재정적자 해소 방안을 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증세는 절대 안된다'는 공화당에게는 미운 털이 박힐만한 발언이었지만 그는 소신을 피력했다.

기업가 역할의 중요성에 주목한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새로운 제품의 생산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 새로운 판로 개척 새로운 원료와 부품 공급 새로운 조직의 실현 등 5가지를 기업가 정신으로 요약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스티브 잡스는 완벽한 기업가 정신을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요즘 강조되는 것은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가의 궁극의 목표는 이윤창출이지만 사회에 대한 공헌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지 않는 기업이나 기업가는 생명이 길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다.

한인 기업인도 은둔형과 참여형이 있다.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참여하는 기업인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담을 쌓고 지내는 이들도 많다. '무관심'은 주로 한인시장과 큰 관계가 없는 사업을 하는 경우다. 괜히 나서 봐야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여기저기서 손 벌리는 것도 번거롭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 전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후자는 한인사회가 자초한 면도 있다. 얼마 전 한인 봉사단체에 기부를 했던 한 사업가는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십군데로부터 후원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났다. 그중에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조차 모를 곳도 상당수였다고 하소연했다. 완곡히 거절하면 험한 말도 쏟아낸다고 한다.

몇몇 인사들이 한인사회 전체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물론 뜻 있는 이들의 의지조차 꺾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서야 한다. 은둔형은 자기만족에 그치지만 참여형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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