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 디자인 카피 소송 왜 발생하나
한꺼번에 먼저 접수하는 사람이 '임자'
원단 프린팅 창작물 저작권 판단 '허술'
유대인 회사, 전문변호사 둔채 '거래'
한인업체들과 유대인 원단업체 S사와의 소송사태〈본지 8월22일 G-1면>로 불거진 '디자인 카피' 문제는 사실 의류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자바시장에서 말하는 카피 소송은 옷이 아니라 원단에 대한 프린트 카피 책임을 묻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세계적인 명품의 경우는 옷에 대한 디자인 카피도 저작권법 위반 소송이 성립돼 증거가 확실하다면 형사책임까지 묻는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옷에 대한 디자인은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자연물로 인정돼 저작권을 인정 받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USPTO 등록의 허점
한인 원단 도매상들은 S사가 미국 특허청(USPTO)을 통해 저작권을 획득한 원단이 이미 2년여 전 한국에서 생산된 것을 찾아냈지만 과연 법원에서 이 사실이 받아 들여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의 원단 디자인 저작권 등록 절차를 보면 소송이 난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마디로 워싱턴 D.C의 특허청에 구비서류를 먼저 접수하는 사람이 임자다. 이 때 저작권 등록을 원하는 원단의 디자인 사진을 함께 보내게 된다. 특허청은 창작물인지 아닌지만을 결정해 저작권 유무를 판단한다. 그런데 원단 프린팅에 대한 저작권이란 것이 수백만 가지는 더 될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저작권을 등록했던 한 원단상은 "기존 디자인을 참조해 나뭇잎이나 꽃의 배열을 조금 다르게 한다든지 물결 무늬의 각도를 달리해 배치한다 든지 하는 식으로도 얼마든 지 저작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A가 5월에 저작권을 신청해 얻었는 데 B가 3개월 후에 똑같은 디자인으로 신청해도 받아들여 지기도 한다"고 이 원단상은 덧붙였다.
#'오픈 패턴'을 내 걸로
LA 자바시장의 수입 원단은 대부분 한국산이다. 한국의 한 트레이딩회사는 주로 경기도 의정부 지역에 몰려있는 영세한 나염업체들을 돌며 수출할 만한 디자인(내수용들은 주로 동대문이나 남대문 포목상들이 소비)의 원단을 수집해 '행어(보통 1.5피트X2.5피트 크기)' 형태로 된 샘플을 수십 개씩 모아 자바상인에게 보낸다. 이런 오픈 패턴(Open Pattern)의 경우는 유럽 등 외국 디자인을 모방한 경우가 많다.
당연히 독점공급도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디자인 등록을 안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바의 수입상은 이를 거래처에 보여주고 주문을 받아 다시 한국 수출업체에 물량을 오더하게 된다. 그런데 자바의 주문량은 대개가 300~500야드로 소량이라고 한다. 굳이 저작권 소송까지 고려해 특허청 문을 두드릴 생각까지 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빈틈을 노려 저작권 등록을 하고 문제를 삼으면 소송으로 불거지는 것이다.
#먼저 등록하는 게 '임자'
원단업계에 따르면 저작권 등록은 한 번에 10개 디자인까지 가능하고 35달러면 접수할 수 있다. 허술한 과정상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자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등록된 저작권이 몇 백만 건은 될테니 소송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누가 저작권을 가졌는 지도 알기 어렵다. 일부 한인 원단 도매상들도 '방어'차원에 저작권 등록을 하고 있다.
유대인 S사의 경우와 반대로 한인 상인들도 소송의 원고가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고질적인 것은 이 같은 디자인 카피 소송을 업으로 삼는 케이스다. 유대인 U사는 카피 소송을 전담하기 위해 변호사와 '사냥꾼'을 두고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일단 소송에 걸리면 저작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벗어날 수 있으니 쉽게 돈을 뜯어낼 수 있다.
#공정거래를 위한 노력
한인 의류협회와 원단협회는 디자인 카피 소송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디자인 카피 소송은 원단상뿐 아니라 해당 원단으로 옷을 만들고 소매를 한 업체까지 줄줄이 엮이게 된다. 또한 소송이 걸리면 원단이나 옷의 판매가 금지되는 만큼 자금이 묶이고 소문도 나쁘게 돌 수 있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류협회에서는 유대인 원단협회에도 '저작권 등록이 된 원단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인터넷 홈피에 올려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엔 큰 비중을 두기 어렵다. 진짜 공들여 만든 프린트가 변형 모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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