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양로센터 폐지 대안 필요하다
진성철/사회부 기자
1년 전부터 주간양로보건센터(ADHC)에 다니고 있는 김모 할아버지. 그가 처음 왔을 때 사회복지사가 노트에 기록한 내용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 할아버지는 한결 얼굴이 밝아지고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대화도 잘 하는 등 삶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할아버지는 이 모든 게 ADHC 덕분이라고 말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센터에 도착하면 스태프들이 웃는 얼굴로 반겨주고 따뜻한 인사도 건네며 자식 이상으로 살갑게 맞는다. 센터에서는 간호사들이 건강상태를 묻고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다고 말하면 바로 체온 호흡 맥박 혈압 등을 체크 몸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담당 의사에게 연락한다.
또 영양사가 짠 식단으로 아침과 점심을 먹고 라인댄스와 아침체조는 물론 물리.작업 치료도 받는다. 사회복지사는 노인들의 근황을 꼼꼼히 챙겨 간병인이나 메디캘이나 메디케어 등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준다. 또 영어로된 공문이나 편지도 번역해 주는 등 자녀들이 해야할 일까지도 돕는다.
이런 ADHC를 두고 노인들은 그 어떤 효자 이상이라며 입을 모은다. 그러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가주정부는 ADHC 서비스를 폐지하는 대신 새 프로그램을 내놨다. 그것은 케이스 매니저가 노인의 상태를 감정하여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정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새 프로그램은 노인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여러 기관을 찾아 다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영어가 힘들어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한인 노인들에겐 새 프로그램은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는 게 ADHC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인건강정보센터의 에린 박 소장은 "ADHC가 아니면 한식으로 한끼도 먹지 못하는 노인이 상당수고 독거노인은 센터에서 그나마 말벗을 찾아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을 고쳐나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새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12월부턴 한인 노인들이 갈데가 없어져 자녀들은 다시 부모님을 돌보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등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안타까워 한다.
노화는 자신이 가졌던 것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라 했다. 나이가 들면 시력 청력 근력 등이 약화되면서 젊었을 때 혼자서 할 수 있던 일들을 남의 도움 없이는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210억달러의 부채에 시달리는 가주 정부로선 복지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겠지만 노인에 대한 혜택의 축소는 노화로 자신이 가졌던 것을 잃어가는 노인에게서 남의 도움마저 빼앗아 가는 것과 같다.
노인 복지혜택 축소는 좀 더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대안으로 내 놓은 새 프로그램도 이동의 불편 해소 통역 서비스 제공 등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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