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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자바를 대표할 패션쇼 만들자

김문호/경제부 차장

지금 LA자바시장은 매우 바쁘다. 장사가 잘 돼서가 아니다. 장사가 잘 되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한창 보따리를 싸고 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로 가기 위함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23일부터 패션트레이드쇼 '매직쇼'가 열린다. 해마다 2월과 8월 두 차례 열리는 매직쇼는 전세계 80여 개국으로부터 5000여 브랜드가 참여하고 관람객 수만도 6만 명에 이른다.

불황일수록 '목 좋은 곳'을 찾는 것처럼 자바상인들도 불황 탈출을 위해 '매직쇼'를 찾는 것이다. 검증된 패션쇼라 세계 각국에서 온 바이어들은 즉석에서 상품을 구경하고 주문을 낸다. 패션 트렌드를 잘 읽어 히트 상품만 내놓을 수 있다면 1년 장사는 이 한 번의 이벤트로 상당 부분 만회도 가능하다. 자바상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매직쇼를 준비하는 이유다.

매직쇼는 본래 LA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미국 섬유 제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바시장을 기반으로 시작된 셈이다. 다운타운의 캘리포니아 마켓센터에서 열리던 쇼는 규모가 커지면서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마침 카지노만으론 성장에 한계를 느낀 라스베이거스가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지으면서 대형 이벤트 유치에 목말라 하던 시점과 맞아 떨어졌다.

매직쇼 주최측도 일과 후 바이어들이 편하게 쉬고 또 즐길 수 있는 근사한 호텔과 카지노가 구비된 라스베이거스는 금상첨화였다. 서부의 '의류 메카'라는 자바가 라스베이거스에 위상을 넘겨주고 이후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된 이유다.

매직쇼가 라스베이거스로 옮겨 간 후 자바시장엔 제대로 된 패션 이벤트가 사라졌다. 마치 NFL팀을 두 개나 가지고 있던 LA가 램스와 레이더스를 각각 세인트루이스 오클랜드에 내주고 씁쓸하게 지내고 있는 것과 같은 처지다.

자바에서도 지난 6월 한인 의류상들을 중심으로 모처럼 패션쇼가 열렸다. 한인 의류상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바에서 'LA를 대표할 만한 패션쇼를 만들어 보자'는 의기투합이 있었다. 6월 13~14일 이틀간 LA페이스마트에서 열린 '스타-페이스 쇼'는 어설픈 점도 있었지만 타 커뮤니티 언론은 물론이고 한국에까지 보도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LA다운타운의 자바는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1번지가 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류생산 기지로서의 위상이 확고하다. 또 고급호텔과 컨벤션센터도 있고 LA레이커스와 클리퍼스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스포츠 이벤트가 연중 열린다. NFL팀마저 들어 온다면 금상첨화다. 도심에서 30분만 벗어나도 훌륭한 해안가가 펼쳐진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지척이다.

마침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시행을 앞두고 자바시장은 섬유 수입과 수출의 중심지로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자바에서 라스베이거스 매직쇼 못지 않은 큰 패션쇼를 기획해도 나쁘지 않을 이유들이다. 제대로 된 '자바쇼'를 한인 상인들끼리 일으켜 자리 잡도록 서로 밀고 끌어도 좋을 타이밍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누가 먼저 실패를 무릅쓰고 일을 저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6월 패션쇼로 작은 성취감을 맛 본 페이스 상인들은 당초 계획했던 8월쇼를 취소했다. 준비 시간이 부족하고 매직쇼와 겹친다며 추켜세웠던 깃발을 슬그머니 내려 놓았다.

자바를 대표할 만한 패션쇼는 꼭 한인 도매상이 아니라도 생겨날 만하다. 기회를 놓치면 한인 상인들이 아니라도 유대인 혹은 중국인 멕시칸 상인들이 선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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