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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의 시시각각] 스윗 식스틴 혹은 마의 16세

미국에서 열여섯살 생일은 ‘Sweet Sixteen’이라 하여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꽃단장 하고 샴페인도 터트리고 DJ도 불러 성대한 파티를 연다. 법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고 운전면허도 딸 수 있어 응석받이가 아닌 스스로 책임지는 나이가 된 것을 기념하는 뜻이다.

요즘 유행어 중 ‘마의 16세’라는 표현이 있다. 아역으로 데뷔한 배우들 중 16세를 지나며 외모가 많이 변해 어린시절 상큼한 외모를 찾아볼 수 없어 ‘마의 16세’를 맞았다고들 한다. 영화 ‘트와일라잇’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잘 성장한 예로, ‘나홀로 집’에의 맥컬린 컬킨을 나쁜 예로 꼽곤 한다.

13·14일 열리는 시카고 한인축제가 16회를 맞았다. 1996년 브린마길을 막아놓고 시작한 축제는 이제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 섰다. 새로운 장소의 물색, 관람객 감소, 축제의 양분화와 같은 고민 많은 ‘사춘기’를 겪었지만 여전히 시카고 한인사회의 대표 문화축제로 굳건한 듯하다.

시카고에는 장수 축제들이 많다. 그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축제로 그랜트파크 음악축제와 스코틀랜드 축제를 꼽는다. 그랜트파크 음악축제는 전국서 유일하게 남은 무료 야외 클래식 음악축제로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제이 프리츠커 노천극장에서 세계적 뮤지션들을 초청해 훌륭한 음악을 선사한다. 그랜트파크 음악축제 조직위원회가 전문적으로 구성돼 있고 시카고 공원국과 시카고시 문화국, 그랜트파크 오케스트라 협회가 후원해 지난 76년간 개최돼왔다. 인상적인 것은 재정의 50% 이상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꾸려지고 있고 대부분 20년 이상 꾸준한 후원자들이라는 것이다. 성대한 음악과 만족스러운 장소, 풍성한 관객들로 공연장을 떠나며 내 도시 시카고에 더욱 애착을 느끼는 축제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스코틀랜드 축제는 ‘시카고 스캇’이라는 비영리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13달러의 입장료에 놀랐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았던 축제다. 양치기 강아지, 축구, 백파이프 경연대회, 전통 춤 경연대회 등 스코틀랜드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직접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체크무늬 치마를 자랑스럽게 걸치고 역사를 뽐내며 방문객들은 스코틀랜드 여행이라도 하듯 하루 눈과 귀가 즐거울 수 있는 잔치다.

한인축제는 올해 스윗 식스틴과 마의 16세의 기로에 섰다.

축제 준비위는 올해 축제전문 업체 스타이벤트를 고용한 가장 큰 이유를 재정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예산확보와 재정적자는 축제의 고질적인 걸림돌이 되어왔다. 한인축제 예산 마련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개인 후원자라고 생각된다. 축제준비위에 따르면 올해 개인 후원자는 전체 예산의 2~3% 수준이다. 그랜트파크의 50%와 크게 비교된다. 한인사회의 자랑으로 꼽히는 한인축제지만 우리의 사랑의 실천은 다소 허술해 보인다.

지난 두 달간 축제준비 과정을 지켜보며 작지만 큰 변화를 느낀다. 공동위원장 제도를 도입한 것과 축제전문 업체를 고용한 것은 예년과 비교해 다소 파격적이다. 또 타인종 준비위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현지 스폰서 업체들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동시에 오랜 시간 상의에 몸담은 전현직 회장들이 뒤를 받쳐주고 있어 노하우의 전수도 어렵지않아 보인다.

사전은 축제를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로 설명한다. 사실 예산이니 역사니 모두 복잡한 이야기다. 축제는 하루 먹고, 보고, 신나게 즐기는 곳이다. 단지 ‘우리의 것’이라는 조금 더 큰 애착과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준비위원회는 관객이 언제 방문하더라도 항상 즐거울 수 있는 신선한 프로그램을 매년 정성스럽게 마련하고, 관객들은 뒷짐 대신 열심히 하루 즐길 마음가짐만이 필요하다.

한인축제가 장성해 멋있는 청년이 되고 노련한 중년도 되고, 흰머리 희끗한 노인이 되어 시카고 축제의 역사로 기록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올해 한인축제 ‘Sweet Sixteen’ 생일에 행운을 비는 초를 하나 더 꼽는다. kjo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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