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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시빌라이제이션 서양과 나머지 세계

근대 서양 문명이 동양 역전한 6개 코드는…

시빌라이제이션
서양과 나머지 세계
니얼 퍼거슨 지음
구세희·김정희 옮김
21세기북스


영미권을 대표하는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47.하버드대 교수)은 책상물림 스타일의 저술가와 구분된다.

현실감각이 뛰어나다. 미국의 이라크 파병이나 지구촌 경제위기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는다. 예측 또한 정확하다.

현안이 발생할 때 신문.방송이 가장 먼저 찾는 전문가로 뜬 그가 2년 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뽑힌 것도 자연스럽다.



 그는 또 제법 큰 부자다. 순전히 인세 덕분이다. 책을 팔아 매년 500만 파운드(약 91억원)가량 번다. 국내에서도 그가 쓴 '제국'(민음사) '현금의 지배'(김영사) 등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의 최신작 '시빌라이제이션'은 "뒤쳐져있던 서양이 어떻게 근대 이후 중국.이슬람 등 선진문명을 따라 잡고 패권을 쥐었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15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세계사의 이 놀라운 역전 드라마를 다룬 책은 부지기수인데 저자가 젊은 거물이기 때문에 다시 읽게 된다.

 '시빌라이제이션'은 올 3월 첫 출간 직후 영국의 지상파 TV로 방영돼 퍼거슨의 '오만한 제국주의' 시각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가 본 근대 서양의 성공 코드는 여섯 개다. 경쟁을 장려하는 정책 과학혁명 법의 지배 현대의학의 발달 소비 지향의 사회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 등이 그것이다. 그간 숱하게 들어본 말 익숙한 테마인데 읽는 맛이 다르다. 저자의 시야가 넓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좀 불편한 것은 서양문명에 대한 옹호다.

 책 제목에서 서양(the West)과 나머지 세계(the Rest)를 구분한 것도 그렇지만 서양 패권이 설사 제국주의로 비춰져도 어쩔 수 없다는 학문적 확신이 곳곳에 들어있다.

저자가 다른 저술 '콜로서스'에서도 지적했듯이 "역사는 진공을 싫어한다." 힘 있는 문명이 약한 나라를 잠식하는 게 역사의 룰이라는 시각이다. 그래서 그는 수정주의 학자(제국주의에 대한 종래 비판의 시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 분류된다.

그럼 이 책은 서양문명에 대한 노골적인 찬가일까? 저자가 그렇게 뻔뻔하진 않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맺는 말-라이벌'편이다. 지금 서양문명은 황혼 내지 몰락 직전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서양의 성공 코드를 다른 문명들이 모두 가진 채 경쟁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본주의를 가졌고 이란은 과학을 얻었으며 러시아에는 민주주의가 있다"(502쪽). 이런 상황에서 21세기가 어떻게 펼쳐질까가 이 책의 화두인데 관심은 그의 독자적인 문명론이다.

 문명이란 자연현상에서 나타나는 복잡계의 하나인데 멀쩡한 문명이 "한밤중의 도둑처럼 급작스레 무너질 수도"(471쪽)있다는 것이 지론이다.

옛 소련 공산주의 몰락 고대 로마나 프랑스혁명 당시 구체제의 붕괴 그리고 외부 침략에 10년 만에 와해된 잉카문명 등의 사례가 그걸 새삼 보여준다.

때문에 퍼거슨은 역사에는 생성에서 소멸에 이르는 자연스러운 사이클을 그린다는 오스발트 슈펭글러나 폴 케네디 식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 앞에는 '아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짧은 헌사(獻辭)가 눈길을 끈다. 아얀은 소말리아 출신의 여성운동가 아얀 허시 알리(41)를 말한다.

진보적 행보 때문에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세계의 이목을 끌어온 여성이다.

퍼거슨은 영국의 유력인사인 7년 연상의 전 부인 수전 더글러스와 헤어진 뒤 이 여인을 맞아들였다. 이게 퍼거슨의 제국주의적 박애주의일까 아니면 한 젊은 학자의 사생활인가는 좀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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