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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는 지금-스파이더맨의 저주] "난 7500만 달러짜리 서커스의 비극!"

스턴트맨 9명이 벌이는 공중곡예로 기사회생

뮤지컬 ‘라이온킹’의 여제 줄리 테이무어, 세계적인 록그룹 U2의 보노와 엣지, 블록버스터 뮤지컬을 탄생시킬만한 황금 트리오가 만났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대의 제작비 7500만 달러를 투입한 신작 ‘스파이더맨(Spider-Man: Turn Off the Dark)’은 그러나 저주가 따랐다. 지난해 11월 28일부터 프리뷰가 시작된 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사상 최장기의 ‘리허설’ 기간을 거쳤다. 지리멸렬한 스토리에 대한 혹평, 배우와 스턴트맨의 연이은 부상으로 결국 연출가 테이무어를 해고시키는 산통을 체험한 ‘스파이더맨’은 182회의 프리뷰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브로드웨이 최대 잔치인 토니상 시상식 이틀 후인 6월 14일 공식 개막됐다. 토니상은 트로피 9개를 석권한 ‘북 오브 몰몬’의 영광의 무대였고, 스파이더맨으로서는 어둠 속으로 자존심을 던진 셈이다.

뮤지컬 ‘스파이더맨’의 서사시는 줄리 테이무어가 굴욕적으로 퇴장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B.C.)’과 ‘이후(A.D.)’로 불리워야할지도 모르겠다. 연출, 대본과 가면 디자인에도 참가한 뮤지컬계의 여왕, 테이무어를 하차시키고, 필립 윌리엄 맥킨리가 새로 연출자로 영입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각색한 뮤지컬 ‘스파이더맨’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뉴욕의 고교생 피터 파커(리브 카니/매튜 제임스 토마스 분)가 초능력의 스파이더맨이 되어 악과 싸우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피터에게 초능력을 선사한 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미여신 아라크네의 침이었고, 피터를 사랑하는 여인은 뮤지컬 스타를 꿈꾸는 소녀 메리 제인이다.

블록버스터 뮤지컬 ‘라이온킹’을 진두지휘한 테이무어는 영화, 오페라까지 진출한 만능 탤런트다. 그녀가 당초 꿈꾸었던 ‘스파이더맨’은 ‘로큰롤 서커스 드라마’였다. 그녀의 파트너는 글로벌 록스타 U2(보노와 엣지). 이들은 사실 뮤지컬엔 ‘초보자들’이다.

보노가 뮤지컬에 손 댄 이유는? ‘팬텀 오브 오페라’‘캐츠’ 등 뮤지컬의 제왕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한 농담 때문이었다고 한다. “25년간 내가 전적으로 뮤지컬을 쓰게 내버려둔 록뮤지션들에게 감사한다”는 웨버의 말을 듣고, 보노와 테이무어가 웨버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러나, U2는 5천여명 이상의 팬들이 몰린 스타디움이나 대규모 콘서트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록뮤지션들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은 1000∼2000석이 대부분이며, 폭스우드시어터는 1829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파이더맨은 음악적으로 실패작이다.

줄리 테이무어 BC와 AD인 3월 말과 7월 중순, ‘스파이더맨’을 만나러 갔다. 두 차례 관람했지만, U2의 듀오가 쓴 수많은 뮤지컬 넘버 중 귀를 맴도는 곡은 고작 1막에 나오는 주제가 ‘Rise Above’뿐이다. 파커/스파이더맨의 정서나 돌연변이 괴물들의 공격, 신문사의 광끼 등을 멜로디와 가사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BC 공연에선 보노와 엣지를 상기시켜주는 두 기타리스트가 무대 왼쪽에서 외로이 연주했는데, AD판에선 오케스트라 핏으로 내려보냈다. 무대 옆에서 노래하던 4인조 코러스도 삭제됐다. 대신 파커가 왕따 당하는 장면(“Bullying by Numbers”)가 추가됐으며, 메리 제인과의 러브스토리, 파커의 가족 이야기가 강화됐다. 거미여신의 그로테스크한 춤이 삭제됐고, 역할도 작아졌다.

로이 리히텐쉬타인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참신한 만화 무대세트가 ‘스파이더맨’을 3차원의 만화로 만들었다. 개성없는 스파이더맨을 보완해주는 것은 녹색 괴물 고블린(패트릭 페이지 분)의 카리스마. 그가 자조적으로 부르는 “난 7500만 달러짜리 서커스의 비극!”은 솔직해서 더 믿음직스럽다. 고블린이 만든 6인조 괴물들의 컬러풀한 패션도 볼 거리다.

뮤지컬 '스파이더맨'에서 사실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스파이더맨이 피아노선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면이다. 2차원의 스크린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라이브 뮤지컬의 맛, 서커스같은 뮤지컬의 달콤함이라고나 할까. 그 곡예에는 9명의 스턴트 스파이더맨이 필요했다. 홍금보나 정소동같은 홍콩의 무술감독을 영입했더라면, 공중 액션이 더 치밀하지 않았을까?

메자니석에 앉아있던 소년은 1막에서 15분이 채 되지않아 “스파이더맨은 어디있지?”하고 물었다. 어린이들이 학수고대하는 스파이더맨은 40여분이 지나야만 나온다. 전반부에 파커가 스파이더맨이 되는 이야기에 너무 오래 할애하는 바람에 1막은 지루하다. 그러나, 2막에선 고블린의 카리스마와 스파이더맨들이 동시다발로 벌이는 공중전에 관객들은 넋을 잃는다. 속삭이던 소년 앞에도 스파이더맨이 날아와 사뿐하게 앉았다. 소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놀이터에 가면 “나 스파이더맨 봤어!”하고 친구에게 으시댈 수 있을테니까.

‘스파이더맨’의 저주는 개작 후 어느 정도 사라지고 있는듯하다. 7월 마지막 주 흥행 수입이 ‘위키드’(189만달러), ‘라이온킹’(185만달러), 에 이은 180만 달러로 브로드웨이 흥행 3위를 달리고 있다. 스파이더맨의 공중 묘기를 리얼하게 볼 수 있는 메자니나 발코니석이 더 좋을 것이다. $67.50∼$140, 폭스우드시어터(213 West 42nd St. 212-307-4100) www.spidermanonbroadway.marvel.com.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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