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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들어간 먼지 씻을 물도 없어요

가나 의료봉사현장을 가다

테마 병원에서 무료 치료와 개안수술을 시작한 지 사흘째.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지자 호텔에서 병원으로 떠날 준비를 하던 자원봉사자 다솜(20.버지니아주 거주)씨가 "오늘 환자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한다.

전날 밴과 자동차에 나눠타고 15분 만에 도착했던 병원은 비로 움푹 파인 길을 지나느라 30분이 더 넘게 걸려야 했다. 이곳 도로는 아스팔트가 깔린 곳이 거의 없다. 차선은 일차선이 대부분이고 풀이 듬성한 흙 길 곳곳에는 웅덩이가 파여져 있어 우기철이 아닌 때에도 달리는 차들을 보기가 힘들다.

가까스로 도착한 병원 안에는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가나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의료봉사팀들을 실은 차량을 본 환자들은 박수를 쳤다. 이날 하루동안 치료받은 환자는 239명 개안수술도 20건이 집도됐다.

가벼운 외상으로 실명된 아이들

빨간 미니스커트를 차려입고 찾아온 아바둘은 19살. 아바둘의 오른쪽 눈은 수술에 대한 기대감으로 까맣게 빛났다. 어렸을 때 다쳐 눈동자가 하얗게 덮이면서 시력이 사라진 왼쪽 눈을 되찾을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하지만 아바둘은 이날 상처가 너무 오래돼 시력을 복구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찰실을 나오는 아바둘의 오른쪽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서너 살 어린이들부터 50~60세가 넘는 가나인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안질환은 백내장이다. 특히 외상에 의해 직접 수정체낭이 찢어져 발생하는 외상성 백내장이 많다. 눈을 다쳐도 치료받을 수 있는 전문병원이 없어 부모들은 자녀들이 아프다고 울어도 그냥 방치해둔다.

먼지 앨러지로 생긴 안질환으로 시력을 상실한 케이스도 많다. 바람에 날린 먼지가 눈에 들어가 따가와도 이를 씻어낼 수 있는 깨끗한 물조차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이 귀하다 보니 물로 손을 씻는다는 것은 구경하기 힘들다. 그래서 가나인들의 손은 늘 땀과 먼지에 절어 끈적끈적하다. 결국 따갑고 아픈 눈을 먼지에 오염된 손으로 비비면서 방치했다가 이들의 시력은 잃어가고 있었다.

위생 교육 필요성 심각

서아프리카에서 교육.경제 수준이 가장 높은 가나이지만 물과 전기도 자주 끊어지고 위생상태도 엉망이다.

테마 병원의 다이앤 만테이(56) 수석 간호사는 "위생교육을 하고 싶어도 생활이 이를 따라오지 않는다. 이들에게 비누로 손을 닦는다는 것은 사치로 여길 정도"라고 가나인들의 생활을 설명했다.

비전케어서비스(VCS)는 한국에서 시작된 실명구호단체다. 자원봉사자 홍연아씨는 "참여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아프리카 가나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앞을 보지 못하고 있을 줄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뜨거운 햇빛과 바람은 가나인들에게 안질환을 주는 원인이다. 당장 이들에게 필요한 건 선글래스 안경 인공수정체 등이다.

VCS 한국본부의 최인혜 간사는 "간단한 수술만 받으면 되는데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실명환자 치료와 개안수술에 필요한 비용은 1인당 150달러다.

▶문의: (213)281-2617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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