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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겐 고통…우리에겐 축제 여정"

라마단 맞은 LA 무슬림 표정

60개국 출신 무슬림 1500명
'멜팅 팟' 이민 다양성 반영
배고픔 참고 편견도 견뎌야
해질무렵 금식 최대 고비


도무지 고행을 앞둔 수도자들로 보이지 않는다.

붉은 카페트가 깔린 사원 식당 입구를 들어서는 무슬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이틀 뒤면 한달간 낮동안 갈증과 허기와 싸워야 하지만 이날 무슬림들은 서로 반갑게 끌어안으며 "살렘와일리쿰" 인사를 건넸다.

30일 해질 무렵 LA의 라마단을 엿보기 위해 한인타운내 4가와 버몬트 인근 남가주이슬람센터를 찾았다.



LA의 라마단은 그들의 표정만큼이나 다채롭다. 이 사원에는 60개국 출신 무슬림 1500여명이 다닌다. 이날도 백인 흑인 라틴계 아시안 아랍계 등 다양한 인종의 무슬림 400여명이 자리했다. 소위 '멜팅 팟(Melting Pot)'으로 구별되는 LA만의 독특한 다양성이 라마단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라마단이 시작되면 다양함은 고통속에서 하나가 된다.

이맘(교회의 목사격)인 지하드 터크 (37)씨는 "신도들의 음식 문화 언어가 모두 다르지만 라마단의 의미는 같다"며 "신앙의 재충전을 통해 자기절제와 관용 영성 이웃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 사원 라마단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자들이 타향에서 종교인의 의무를 따르기란 쉽지 않다. 특히 LA에서 라마단을 지키기는 더욱 힘들다. 기독교의 상징인 미국에서 이슬람에 대한 배려는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테러'로 낙인찍힌 편견의 색깔이 더 짙어지는 때다.

하지만 무슬림들은 오히려 LA의 라마단을 즐기고 있다.

무슬림인권협의회(MPAC) 대표 살람 알-마라야티(50)씨는 "비 무슬림들 사이에서 단식을 하는 것은 더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면서 "오히려 모국에서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LA 무슬림들은 올해 시간과도 싸워야 한다. 이슬람력에서 라마단은 매년 10일씩 빨라진다. 5년전에는 10월에 라마단을 치렀다. 당시에는 해가 일찍져서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26년만에 낮시간이 가장 길다. LA의 라마단 시간표에 따르면 일몰부터 일출까지 평균 15시간3분이다.

파키스탄계 2세인 변호사 우스먼 모하메드(34)씨는 해가 긴 여름철 라마단의 어려움으로 신앙과 사회생활의 균형을 꼽았다.

그는 "라마단 기간을 충실히 지켜야 하지만 무슬림이 아닌 동료나 친구들과 단절될 수는 없다"면서 "금식중이지만 저녁식사 초대에 응해야 할 때가 많아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하루중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비는 금식 마감시간인 '마그리브(Maghrib)' 직전이다.

중학교 교사인 할라 알피(52)씨는 "갈증과 허기로 지쳐있는 퇴근 즈음이 가장 예민할 때"라며 "동료들로부터 받는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숨을 화와 함께 삼킨다"고 말했다.

무슬림 자녀들도 이 기간중 라마단을 훈련받는다.

LA한인타운내에 사는 모하메드 핫산(33)씨는 "내가 아버지로부터 훈련을 받았듯 올해부터는 한살 터울의 연년생 아들들을 라마단에 참여시키려 한다"면서 "라마단은 인내와 너그러움을 가르칠 수 있어 자녀 인성교육에도 좋다"고 말했다.

남가주 무슬림들은 라마단의 성료를 축하하는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 축제를 30일 LA컨벤션 센터에서 크게 연다.

원로 이맘에게 라마단의 해석을 부탁했다. 메헤르 헤투트(76) 이맘은 "단식이 비무슬림들에게는 고통이겠지만 우리들에게는 행복을 찾아가는 축제의 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계속 향을 피웠다. 자스민 향기가 라마단을 앞둔 무슬림들을 격려하듯 너풀거렸다.

글.사진=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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