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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움직이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이원영/선임에디터·사회부장

한의학 공부를 한 탓에 책과 세미나 등을 통해 다양한 진단법도 듣게 된다.

과학적인 룰에 따라서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는 양의학에 비해 한방 치료는 의사마다 질병을 보는 시각이 상당이 다를 수도 있다. 똑같은 환자를 두고 어떤 한의사는 속이 차다고 하고 어떤 이는 열이 많다고 한다. 과학적인 시각에서 보면 둘 중에 한 명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의사가 어떤 관점으로 환자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열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차다고도 말 할 수 있다. 한의사마다 말하는 게 다르다며 신뢰를 보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의학적 원리와 관점을 이해를 하는 사람이라면 생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도 넓은 의미에서 자연의학이다. 몸을 자연의 유기체로 보고 조화로운 상태로 되돌리고 유지하는 것이 치료와 건강의 핵심으로 보는 면에서 그렇다. 많은 진단법을 접하면서 나는 '의사로서의 관점의 일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몸과 병을 보는 시각이 일정한 관점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꽤 주목한 인물이 있다. 한국에서 '한약사'로 이름을 높인 김영길씨다. 그는 공대를 졸업한 후 과학기술계에서 종사하다 뒤늦게 진로를 바꾼 사람이다. 김영길씨는 38살 나이에 강원도 인제군 상남마을이라는 첩첩산골로 들어간다. 거기에 한약방을 차렸다. 인적 드문 시골 산골짜기에 한약방을 차린다는 발상 자체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14년 동안 그 자리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고쳐냈다. 환자들이 줄이어 찾아오는 건 당연했다.

그가 한약사였다고 한약으로 환자를 고쳤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 죽어가는 환자가 '신비의 명약'을 기대하고 산 속을 찾아오면 다짐을 받는다고 한다. "여기서 내 말을 들을 거면 있고 아니면 가라." 말을 듣겠다는 약속을 받은 다음에는 걸음걸이도 부대끼는 환자에게 다짜고짜로 뒷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라고 '명령(?)'한다.

보호자들은 사람잡느냐고 처음에는 펄쩍 뛴다고 한다. 그러나 김영길씨는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병을 낫게 하고 싶으면 하고 죽고 싶으면 내려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약은 가끔 준다. 그의 말대로 한약은 환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플라시보 효과'를 위해 주는 것이지 그것이 치료의 요체는 아니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그는 절망에 사로잡혔던 수많은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사했다. 그의 체험담을 담은 책이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다. 나는 김영길씨를 책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만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를 주목한 것은 의사로서의 일관된 관점 때문이었다.

"움직여야 살고 누우면 죽는다." "병은 몸의 기혈이 정체가 되어 생기는 것 움직여서 순환시키면 낫는다." "병은 약이 고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이 고친다." "병을 부르는 것도 치료하는 것도 환자 자신이다." 쉽지만 철저한 원칙이다.

"심마니들이 왜 80이 넘어서도 팔팔한지 생각해보세요. 움직이잖아요. 산속을 헤집고 다니다 세상에 내려오면 쭈구렁 할머니도 섹시해 보여요. 이런 부부에게 권태기가 있겠어요?"

심신이 무력한 상태인가. 배우자에 심드렁해졌는가. 의욕이 없는가. 움직이고 땀을 흘려보라. 달라질 것이다. 주말 내내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뭉개다가 출근한 월요일이 더 피곤한 이유를 난 김영길씨의 가르침을 통해 확실하게 깨달았다.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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