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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십자군 이야기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한마디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의 진실

'여름 배낭 속의 책'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다. 긴장을 풀고 계곡에서, 혹은 바다에서 몰입해 읽는 책은 꿀보다 달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공동 기획하는 ‘이 달의 책’ 8월 주제는 ‘여름 배낭 속의 책’이다. 어느 산만한 장소에서라도 일단 잡았다하면 빠져들게 하는 소설, 읽다가 자꾸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논픽션 에세이, 재미와 깊이를 두루 갖춘 책 세 권을 골랐다. 책과 더불어 재충전의 시간을 만끽하시길.

십자군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문학동네


매혹적인 소재를 역량 있는 작가가 잡았다.

 십자군 전쟁, 인류 역사상 가장 긴 200년 동안, 세계 2대 종교인 기독교와 이슬람이 벌인 전쟁이다. 참전국이나 인원으로 보든, 이후의 파장으로 보든 진정한 의미의 첫 세계대전이었다. 유럽이 아시아를 잠식해 들어오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시오노 나나미, 이 일본의 여류소설가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로마제국의 역사를 다룬 15권 짜리 『로마인 이야기』는 국내에서도 밀리언셀러가 됐다. 인간과 드라마로 역사의 디테일을 채운 그의 작품은 한 번 손에 들면 쉽게 놓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된다. 당연히 책은 흔한 말로 재미와 깊이를 두루 갖췄다는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1095년 11월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도움을 청하는 동포(비잔틴 제국의 그리스 정교도)들을 위해 이교도와 싸울 것을 촉구하자 군중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함성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순수하게 예루살렘을 회복하자는 신앙심에서 비롯된 성전(聖戰)이 아니었다. 실은 황권과 교권 간의 대립에서 삐져나온 고도의 정치적 책략이었음을 찬찬히 보여준다.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 간에 벌어졌던 ‘카노사의 굴욕’에서 시작해 중세 유럽의 정치지형도를 설명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또 있다. 우르바누스 2세의 호소에 부응해 맨처음 참전을 맹세한 르퓌의 주교 아데마르, 툴루즈 백작 레몽은 공의회 이전 교황과 만났던 사실을 적시해 ‘사전 협의’가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전 3권 중 첫 권인 이 책은 이들이 예루살렘을 정복해 왕국을 세운 뒤 그 왕 보두앵의 죽음으로 ‘십자군 1세대’가 퇴장하는 시기까지를 다뤘다. 이 과정에서 십자군이 왜 십자군으로 불리게 됐는지, 예루살렘을 정복한 기독교 전사들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등 역사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꼼꼼한 자료조사와 나름의 해석으로 읽는 맛을 더하는 작가의 솜씨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일부 역사가들은 그의 작품이 ‘역사’도 아니며 ‘소설’도 아니라는 비평을 하지만 ‘이야기’의 흡인력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전거가 불확실하다든가, 유럽적 시각에서 쓰였다든가 하는 지적 대신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아민 말루프 지음, 아침이슬)을 보면서 역사를 보는 눈을 보정하면 어떨까 싶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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