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폭력으로 대응해선 안되기에 더욱 두려운 폭력
- '인 어 베러 월드'를 보고 -
주인공 안톤 (미가얼 페르스브란드 분)은 스웨덴 의사로 집은 덴마크에 있지만 아프리카 수단의 난민 캠프에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 안톤이 덴마크에 머물던 중, 작은 아들 몰던이 다른 아이와 다투는 걸 말리다가 다른 아이의 아버지에게 뺨을 맞는 봉변을 당한다. 아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안톤은 애꿎게 당하고도 아무런 저항 없이 돌아선다. 폭력을 거부하는 것이다.
한편 수단의 난민 캠프로 ‘빅맨’이라는 반군 두목이 다리 치료를 받고자 찾아 온다. 뱃속에 든 태아의 성별 맞추기 내기를 확인하기 위해 임신부들의 배를 가르는 천인공노할 악행을 일삼는 악당이다. 그를 내치기를 바라는 난민들의 바람을 뿌리치고 안톤은 그를 치료해 주기로 한다.
이런 평화주의자 안톤과의 대척점에는 열 두 살 난 큰 아들 엘리아스의 친구인 크리스티앙이 있다. 외국인이며 치아가 못생겼다고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엘리아스를 런던에서 새로 전학 온 크리스티앙이 구해주면서 둘은 친하게 된다. 크리스티앙의 지론은 힘을 과시해야 남들이 자신을 건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당한 건 반드시 몇 배로 갚아야 하는 크리스티앙이다.
영화는 선진국인 덴마크의 상류층 사회에도 아프리카의 난민 캠프에도 폭력이 난무하고, 아이들 사회에도 어른들 사회에도 폭력은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서로 달리 대응하는 두 가지 유형을 안톤과 크리스티앙을 통해 보여 준다.
과연 폭력에는 같은 폭력으로 대응해야 하나, 아니면 무저항이나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보다 나은 세상이 될까? 정말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영화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지만 관객의 머리와 가슴은 괴롭다.
영화 속에서 안톤이나 크리스티앙 모두 완벽한 인격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우선 폭력에 대해 성인군자 같은 안톤이지만 여자 문제로 역시 의사인 아내와 별거 중이다. 폭력 문제로 돌아와서도 분노를 삭이며 치료해 주던 반군 두목을 결국엔 성난 군중에게 내어주고 만다. 그리고 폭력에 대한 자신의 인내를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이 더 커다란 폭력을 일으키게 되는 걸 막지 못한다.
크리스티앙은 폭력에 같은 폭력으로 대응했다가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자신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후회한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단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평화적 대응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폭력으로 대항해서는 희망이 없다고 믿는 것 같다. 영화가 그렇게 보여주고 있다.
커다란 공적인 폭력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기 쉽다. 더 어려운 건 작은 개인적인 폭력이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 우리 곁에 늘 자리잡고 있는 작은 폭력들에 대해서는 잘 대응하는 게 더 어렵다. 다른 쪽 뺨마저 내놓으며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영화 속의 안톤도 억울하게 빰 맞고 돌아와선 화를 삭이느라 쌀쌀한 날씨에 옷 입은 채 찬물로 몸을 던진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가족이 함께 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눠봄 직하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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