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굴욕 당한 머독 "내 인생 가장 부끄러운 날"…차남 제임스와 함께 출석
머독 "도청 모른다" 일관…"책임지겠냐" 질문에 "NO"
도청 파문에 직접 연루 의혹…차남 제임스 승계 힘들어져
머독은 모두발언에서 "오늘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부끄러운 날"이라고 말했다. 40여 년간 언론사를 운영해 온 머독이 의회 청문회에 선 것은 처음이다. 머독은 사건 관련 의혹들에 대해 대부분 "기억이 안 난다" "모른다"로 일관했고 제임스 머독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머독은 또 "이번 사태에 대해 궁극적인 책임을 질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노(No)"라고 답했다.
한편 청문회 도중 방청석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머독에게 다가가 "Greedy!(탐욕스러운 놈)"라고 외치며 접시에 담긴 면도거품을 뿌렸다. 남성은 머독의 얼굴을 겨냥했지만 면도거품은 머독의 어깨에 묻었다. 그러자 머독 뒤에 앉아있던 부인 웬디 덩(42)이 벌떡 일어나 남성을 가격했다.
남성은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남성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청문회는 10분간 정회됐으며 머독은 면도거품이 묻은 양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다시 청문회 자리에 앉았다.
청문회 출석 몇 시간 전에는 머독이 미디어그룹 뉴스 코퍼레이션(뉴스코프)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뉴스코프 측은 즉각 이를 반박했지만 머독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 날 가능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제임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널리 퍼지고 있다.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머독이 뉴스코프 CEO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체이스 캐리에게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캐리는 23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일해온 머독의 측근이다. 뉴스코프의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사회에서는 미래의 회사 운영에 대한 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왔으며 이번 회의 내용도 그런 과정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머독이 당장 퇴진할 것을 고려한 회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스코프 소속 신문인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도 "머독이 도청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퇴진을 염두에 둬왔으며 수개월 안에 이를 실행할 듯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 역시 캐리를 유력한 후임자로 지목했다. 차남 제임스가 '대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은 크게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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