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는 예배의 시작…10대 대형한인교회 주차장 현황
평균 출석 교인 3.5명당 1개 꼴
교역자 등 '붙박이 차량' 많아
매입 과정서 목사 사임 사태도
중형규모 이상의 한인교회 주차장에서는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이른바 '주차대란'이다. 특히 3~4차례 이어지는 각 주일 예배의 시작과 끝 시간 무렵에 교회 주차장은 들고 나는 차량으로 체증이 극이 달한다. 한인교계 주차난의 단면을 알아보기 위해 10개 대형한인교회를 상대로 주차장 현황을 조사했다. <표 참조>
◆주차난 배경=주차 면적의 단순 수치만으로 보면 한인교회 주차사정은 넉넉하다. 10개 교회의 평균 주차공간 비율은 출석 교인 3.5명당 1개꼴이다. 보통 한인들은 가족단위로 교회에 출석한다. 가족 구성을 4인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주차공간은 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도 주차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뭘까.
해답은 주일날 하루종일 주차되어 있는 목회자와 교역자 봉사자들의 '붙박이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에 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주차팀 총무 최철영 집사는 "매주 주일 전체 주차 차량의 20~30%가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교역자나 봉사자들의 차량은 거의 1인 승차가 다수"라고 사정을 전했다. 다른교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결국 각 교회별로 일반 교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은 나머지 70~80%에 불과하다.
교회 공동체에서 20%만 열심히 일한다는 '2:8의 법칙'의 역설이 만든 현상이 주차난인 셈이다. 이 원리를 적용한다면 이중주차를 피할 수 있는 주차비율도 산출할 수 있다. 만약 1000명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200명 봉사자가 상시주차를 하고 나머지 800명 교인들이 4명당 1대꼴로 주차한다고 한다면 최소 400대 주차장이 필요하다. 교인 2.5명당 주차공간 1대의 비율이다. 꿈의 비율에 가장 가까운 교회는 감사한인교회와 주님의영광교회로 각각 2:1과 2.5:1 수준이다.
◆ 주차난의 여파=교회 주차전쟁의 파장은 교회안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3월에는 필라델피아 인근 한인교회가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주류교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의 대형교회 '락 처치'와 인근 주민들도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교회의 주차문제는 정치적 이슈로까지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뉴욕 시장 선거에 나선 페르난도 페레어 후보는 뉴욕시가 일요일에도 도로변 미터기를 통해 주차비용을 징수하기로 한데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당시 페레어 후보는 "기도를 드리려고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에게까지 주차비를 걷을 수 없다"며 기독교인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 교회의 딜레마=교회의 고민은 주차난 그 자체가 아니라 대안이다. 한인교회들이 택하고 있는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주차장 부지나 건물을 매입하거나 세를 얻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쪽의 결정이건 교회 측에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부지 구입시 교회는 '외적 확장'을 달갑게 보지 않는 외부의 시선을 견디는 동시에 부채라는 재정적 부담도 짊어져야 한다.
주차난을 해결하고 부동산에 투자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한 판단이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LA인근 한 대형교회에서는 주차장 매입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가 발단이 돼 담임목사가 사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렇다고 인근의 다른 주차장을 빌려 쓰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당장 큰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이지만 교인들에게 셔틀을 타거나 걷게 해야하는 불편을 줄 수 있다.
대형 한인교회 부목사로 사역했던 권태산 목사는 "주차 문제는 해당 교회 목사와 신도들의 신앙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며 "지역사회 우선 배려라는 원칙 아래 교인과 교회의 유익을 구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구현.조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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