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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종하란 말 안해요, 마음 나눌 뿐이죠

10월 뉴욕 원 다르마센터 여는 원불교 김경일 교무

새로운 신 믿으라면 갈등 생겨
순수한 마음공부로 다가서니
스스로 법명 받는 이들도 있어


“신(神)을 가지고 이야기 하면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마음을 가지고 얘기하면 다 통한다.”

원불교 김경일(57) 교무. 그는 원불교 100년 성업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1916년 개교한 원불교가 4년 후면 100년을 맞는다. 오는 10월 뉴욕업스테이트에 원 다르마 센터(Won Dharma Center)를 연다. 원불교의 미국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미국 총부의 주춧돌이다. 김 교무에게 원불교 100년, 그리고 명상의 세계적 트렌드를 물었다.

-원불교가 100년을 맞는다. 100년의 키워드가 뭔가.



“마음이다, 마음. 미래에는 갈수록 종교라는 말을 쓰기가 부담스러워질 거다. 나부터 종교라고 하면 거부감이 생긴다.”

-원불교는 종교가 아닌가.

“맞다. 그러나 종교의 출발점을 봐야 한다. 소태산(少太山·본명 박중빈·1891~1943) 대종사님도 시작은 종교가 아니었다. 처음은 마음의 이치를 밝히는 일이었다. 그걸 위해 사람이 모이고, 틀이 잡히고, 집이 생겨서 종교가 됐을 뿐이다. 그러니 종교가 무엇을 위해 생겨났는가를 봐야 한다.”

-종교의 존재 이유, 그게 마음인가.

“그렇다. 나의 본래 마음을 찾는 거다. 원불교 교전(敎典)에선 ‘우주만유의 본원이고, 제불제성(諸佛諸聖)의 심인(心印)이고, 일체중생의 본성’이라고 했다. 그게 마음이다. 불교에서 찾는 본래면목도 마음이다. 예수님은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고 하셨다. 예수님의 사랑도 마음을 떠나서 있을 수가 없다.”

-미국인은 상당수가 기독교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들도 ‘마음’에 관심을 갖나.

“물론이다. 예컨대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보수적 기독교 신앙이 강하다. 거기에 원불교 교당이 있다. 그곳에서 흥미로운 풍경을 봤다. 40~50명의 미국인이 교당에 와서 법회에 참석했다. 그 법회는 마음공부 하는 모임이었다. 예정보다 20~30분씩 일찍 온 미국인들이 법회 전에 짧게 좌선을 했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 마음공부를 하나.

“빙 둘러앉아서 돌아가며 자기 이야기를 한다. 지난 1주일간 마음에 특별히 남았던 일을 말한다. 기뻤던 일, 화가 났던 일, 억울했던 일 등을 고해성사 하듯이 말한다.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다. 눈물을 흘리면서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다른 사람도 눈물을 흘린다. 남편과 사별한 80대 미국인 할머니가 있었다. 혼자 살면서 문득문득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두렵다고 했다. 그 두려움 때문에 밤에 종종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저도 그 모임에 두 번 참석했다. 그런 자기고백만 해도 상당히 깊은 선(禪)을 한 기분이 들더라.”

-자기고백 후에는 뭘 하나.

“교무님이 몇 마디 한다. 때로는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마음공부의 방향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한다.”

-원불교란 낯선 종교에 거부감을 가지진 않나.

“우리는 개종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원불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신을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는 선(禪)과 마음공부, 요가 등을 나눌 뿐이다. 물론 그 중에는 원불교 법명을 받고, 입교를 하는 이들도 있다. 여전히 ‘나는 크리스천’이라고 하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다. 원불교로 개종하지 않더라도 문제될 건 전혀 없다.”

-원불교 교전도 외국어로 전해야 하지 않나.

“영어 번역은 벌써 마무리했다.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해질 때도 번역은 중요했다. 기독교가 로마에서 중국으로 전해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철학에 조예가 있었던 마테오 리치는 ‘여호와 하느님(하나님)’을 중국에서 ‘여호와 신’으로 번역하지 않았다. 유교의 ‘천(天)’에다 주인 ‘주(主)’자를 붙여서 ‘천주(天主)’로 번역했다. ‘천주’란 번역 하나가 중국과 한국에 기독교 신앙을 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경전 번역은 그만큼 중요하다.”

-원불교는 서양인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

“미국인들이 ‘마음’이라고 하는 세계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기독교를 믿는 미국인도 마음공부를 하며 기독교의 생명을 더 깊이 체험하기를 희망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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