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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작가 백유정] 생명체 사이 소통과 관계의 의미를 추구한다

방황의 젊은 시절 딛고 인터랙티브 아트 작가 입신
첨단기술 활용, 빛·소리·움직임으로 내면의식 표현

작가 백유정은 197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경성대 응용미술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공부했다. 미국으로 유학 와 뉴욕대 티쉬미술학교 인터랙티브 텔리코뮤니케이션 프로그램 과정을 졸업했다

백유정은 경성대 응용미술과에서 조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기능성을 찾는 디자인 능력을 다졌고, 이후 대학원에서 새로운 미디어가 어떻게 미술과 디자인에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공부했다.

백유정이 미국 뉴욕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젊은 날의 꿈과 방황,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산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마음 깊은 곳에 무언가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들이 가득했다. 가족 안에서, 사회 안에서, 사랑하는 친구, 사람들 안에서, 내가 태어난 나라 안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호흡 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을 보내다 도망 오다시피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백유정은 미국 유학을 결정하면서 경성대 대학원을 다닐 때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 상호작용 미술) 프로그램이 있는 뉴욕대 대학원을 택했다. 그리고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7년 예술의 전당이 주최한 전시에 ‘감동(Affection)’ 작품을 출품하면서 한국에 작가로서의 이름을 알렸다.

이어 백유정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9년 5월, 맨해튼 첼시에 있는 아트게이트갤러리에서 여류작가 김옥지, 한정희 등과 함께 그룹전을 열면서 뉴욕 화단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전시가 공식적으로 작가로서의 길에 들어서는 계기가 된 셈이다

백씨에 이렇게 자신이 밟아 온 젊은 날의 이력과 작가로서의 데뷔에 대해 운명적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작가로서 살겠다는 계획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인생이 이끄는 대로 떠밀려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8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9년부터 작품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나의 인생은 변화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태초부터 정해졌던 운명처럼, 작가로서 본인의 숨겨진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미술에 기술을 접목하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추구하는 작가로서의 모습이었다.”

백유정이 매진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상호작용 미술(Interactive art), 전자 미술(Electronic art), 상호작용 설치 미술(Interactive Installation art) 등으로 부를 수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를 교과서적으로 설명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인류는 지구상에 생명체의 한 종으로 생존하면서 초기 역사 단계에서 유희, 종교적 제의, 기능성 증진 등의 다양한 욕구를 바탕으로 미술활동을 했다.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한국 울산의 반구대 암벽화는 물론 선사 토기에 그어진 즐문과 청동 제기에 새겨진 문양 등이 인류의 이러한 초기 미술활동을 드러내는 대표적 유물이다. 인류 역사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미술은 과거 종교와 유희 등에서 특정 계층의 잉여 경제를 바탕으로 인간의 감성과 희구를 드러내는 예술적 표현양식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동시대의 기술적 진보는 미술 발전에 대단한 역할을 했다. 동물의 혈액과 나무 열매, 진흙 등이 기본이었던 안료는 동양의 먹과 서양의 다양한 물감으로 변했고,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와 3차원 입체를 만드는 조각 재료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미술은 태초에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과학과 기술발전의 수혜를 입어 현재의 모습을 이뤄냈다. 인상파 그림에 묘사된 눈부신 햇살, 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또한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반영하고 있다.

백유정이 지향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은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미술 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표현 형식이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최근에 개발되고 사용되는 각종 기술을 조형 요소의 하나로 채택해 보다 효과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감성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20세기 후반 눈 부시게 발달한 정보와 통신 기술,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 전자 기술 등을 수용해 이러한 기술적 하드웨어 안에 작가의 내면의식을 담아 풀어내고자 함이다. 물론 이러한 형식적인 특징이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 안에 담긴 작가의 인간과 역사, 세계를 보는 지평, 뛰어난 감성, 조형을 다루는 능력 등이 더 중요함은 당연하다. 더 핵심적인 것은 과연 그 작품이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백유정은 이러한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을 만들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 작품은 기술을 이용하기에 미래적인 느낌이 많다. 내 작품에는 빛과 소리와 움직임이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작품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만질 수도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은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거리에 따라 달리 반응하며,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또 관람객들의 반응이 작품 자체에 빛과 소리와 움직임으로 반영된다.”

또 백유정은 이러한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을 만들면서 그 내면에 핵심적인 것, 곧 작가의 정신적인 면은 ‘생명체 사이의 소통’이라고 지적한다.

“내 작품에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다. 나는 작품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작업 과정을 통해 피부로 더 깊이 느끼며 배우고 깨닫는다. 그래서 더 매력을 느끼고 작업하는 과정을 즐기게 된다. 또한 그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도 한다. 여기서 나의 인터랙티브 시리즈 작품은 사람과 사람 사이, 또는 사람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함께 소통하는데 있어서 ‘관계성(relationship)’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특히 ‘어펙션(Affection)’이라는 작품은 살아 있는 것들과 사람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병들게 하거나, 너무 멀어져서 무관심 하거나 하지 않고, 서로가 건강하게 호흡할 수 있는 알맞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가 아름답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빛과 소리, 접촉으로 표현하고 있다.”

백유정은 최근에 발달된 각종 첨단기술을 미술의 한 조형요소로 채용하고 이를 통해 작가의 내면의식을 보다 더욱 잘 전달할 수 있는 형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편 백유정은 이러한 인터랙티브 아트를 추구하는 작가로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이렇게 밝힌다.

“나는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영감과 생각들을 빛과 소리와 움직임으로 표현해 보고 싶을 뿐이다. 나는 미래에 만들고 싶은 작품이 꼭 하나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지금은 막연하다. 먼저 내 삶 속에서 느껴보고, 부딪혀 보고, 깨달음을 가진 후에 작업으로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전에 했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만들 작품 속에도 내가 살아온 삶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나는 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고, 여러 방면으로 아직 다듬어져 있지 않고, 경험들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면 쉽지 않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즐기면서 걸어가고 싶다.”

박종원 기자 jwpark88@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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