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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돋보기] 자바 시장에 가면 불문율과 징크스가 있다는데…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커피나 식사는
꼭 매장 밖에서
왜?
디자인 카피 할까 봐


한인 비즈니스 역사가 쌓이면서 업계별로 독특한 문화도 만들어지고 있다. 업소끼리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일종의 '업계 규칙'이다.

다양한 그 세계를 들여다 본다.

LA 다운타운에 가면 자바 의류 도매시장에서만 통용되는 '자바 이야기'가 있다. 의류상들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과 '징크스'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친해도 남의 집(매장)에 불쑥 들이닥치지 않는다는 것은 '불문율'이다. 친구 사이고 바로 옆 집이라고 해도 사정은 똑같다. 한가한 시간에 옆 집에 들러 커피라도 한 잔 나눌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이를 깼다가는 두고두고 뒷말을 들을 수 있다니 '초보 자바상'이라면 반드시 염두에 둘 일이다.

이유는 디자인 카피 때문이다. 가뜩이나 눈썰미 좋고 손 놀림 뛰어난 한인 의류상들은 한 번만 봐도 원본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정이 그러할 진데 디자인이 노출된 상태에서 수 십분 이상을 함께 앉아 있다면 영업비밀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바 의류상들에게 디자인은 곧 '생명'이다. 힘들여 고안한 디자인을 도둑이라도 맞게 되면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한인 의류상들은 가까운 사이에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더라도 꼭 매장 바깥에서 만난다고 한다.

기존 매장 인수했어도
전에 쓰던 마네킹은
새것으로 바꾼다
왜?
사람처럼 생각해서


자바 거리를 걷다보면 많은 경우 마네킹이 뒤로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마네킹 전면부가 매장을 향해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옷 맵시가 잘 보이도록 하려면 거리 쪽으로 마네킹 전면부가 서도록 해야 함에도 자바의 마네킹들은 뒤태만을 자랑한다. 청바지 같은 경우야 힙과 각선미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뒤를 강조한다지만 주니어나 미시복인 경우에도 그렇다면 바로 디자인 때문이다. 어차피 옷에 관심있는 바이어는 매장 안으로 들어 와 흥정을 할 것인 만큼 최대한 새 옷의 디자인 카피를 막아 보겠다는 계산이란 것이 상인들의 말이다.

'징크스'도 있다. 새로 자바에 진출하는 의류상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마네킹만은 꼭 새 것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기존 매장을 인수하는 경우라면 굳이 마네킹 구입에 추가 비용을 들일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의류상들은 남이 쓰던 마네킹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망해 나간 매장이라면 반드시 교체해야 할 1순위가 마네킹이다.

한인 의류협회의 케니 박 전 회장은 "아무래도 마네킹이 사람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비록 플래스틱이긴 해도 옷 장사에게 마네킹은 사람과 다름없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새로 옷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꼭 마네킹부터 교체한다. 미신이겠지만 그렇게 해야 새출발의 의욕도 생기고 심리적 안정도 찾을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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