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책의 향기] 수천년 싸워온 적, 질기디 질긴 그 이름은 '암'

암: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저자가 원고를 출판사에 보낼 때 달았던 가제목은 '디스토피아:한국의 몰락'이었다고 한다.

저자가 그려낸 한국 사회의 초상화는 우울하다. 가제목이 현실이 되어선 안된다는 뜻을 담아 집필했다고 하는데 오랜 일간지 문화부 기자 경력의 저자는 문화의 시각으로 특히 책과 지식의 흐름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일종의 '지식 사회학'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한국 사회를 관류하는 핵심 코드로 '분노의 정서'를 들었다. 부정적.소모적.파괴적 에너지가 일상화됐다는 진단인데 한국 사회의 화난 모습을 저자는 5가지로 요약하며 '5대 한국병'이라고 명명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성난 얼굴로 바라보는 역사 허무주의 ▶반(反)기업 심리와 부(富)에 대한 적대감 ▶과도한 이념분쟁 ▶지식인 사회의 급격한 붕괴위기 ▶근본주의 DNA 등이다.



 저자는 지식인의 책임을 강도높게 비판한다. 지식인들이 균형잡힌 판단을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수원지 구실을 하면서 '화난 사회'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지식인은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일종의 신화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본 저자는 이를 '리버럴 강박증'이라고 이름붙였다. 서구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강박성의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별명은 '빨리빨리'다. 모든 게 휙휙 바뀌지만 그 속에서 유지되는 게 있다. 저자는 "팽팽 돌아가는 동시에 가장 변하지 않는 이중적인 사회"라고 꼬집었다.

세상이 다 바뀌어도 원형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자학을 중국보다 더 떠받들며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했던 조선의 의식구조는 우리의 유전자 속에 여러 형태로 유지.반복된다. 이념과 정치를 선악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관행도 그런 유전자의 지속으로 봤다.

출판사 편집자가 요즘 유행어 '나는 ○○다'를 빌려 단 '나는 보수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에 저자는 굳이 반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리버럴 강박증'을 치유하기 위해선 보수를 자처하는 일종의 균형잡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배영대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