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일간 숙성시킨 살살 녹는 스테이크…허호·김진형의 '맛 수다'

'드라이 에이지드' 적용
수분 증발시켜 진한 맛
코스따라 와인도 서빙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라크레센터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버두고(Verdugo) 로드. 이곳에 위치한 레스토랑 '바샨(Bashan)'은 문밖까지 줄을 서지 않고 퀄리티와 서비스가 매우 훌륭한 캘리포니아 프렌치 푸드를 동네에서 맛볼 수 있다. 주소를 알고 가지 않으면 절대로 찾기가 쉽지 않은 이 레스토랑은 입소문으로 유명해져서 지역 주민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보석 같은 장소다.

허 호: 작은 레스토랑 규모에 비해 와인이 참 많고 다양하네.

김진형: 이 집이 와인 페어링 코스가 강하더라구요. 음식에 맞는 와인을 직접 골라서 코스마다 서빙을 해주더라구요.

허 호: 메뉴판은 이거 딱 한 장인가?

김진형: 그러게요. 맨 위에 여름 메뉴라고 적힌 거 보니 계절마다 메뉴가 바뀌는 모양이에요. 작은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자주 바꾸며 주인장이 정성을 쏟는 레스토랑은 미국에 참 많지 않은데….

허 호: 맛을 보자. 어디. 이게 튜나인가?

김진형: 디쉬 이름은 알바코아 타르타르네요. 미소 된장을 섞은 식초로 양념을 했다는데 고추장 맛도 살짝 나는데요?

허 호: 참 여기 주방 총책임 셰프가 한국사람이라더라. 여기 올린 이 배도 아마 한국 배를 썼을거야.

김진형: 정교한 맛이 나는데요? 동네 식당 수준이 아니에요.

허 호: 이건 크랩인가? 진짜 크랩 살을 발라서 만들었네. 맛있다.

김진형: 이 크랩 샐러드는 메뉴판에는 없는 스페셜 메뉴인데 음… 고정 메뉴를 해도 되겠네요. 상큼 고소하면서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나네요.

허 호: 그러네. 그리고 음식이 우리 입맛에 잘 맞아.

김진형: 아보카도가 들어가서 약간 느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유자즙이 들어가서 그런지 감칠맛나요. 무엇보다 벗기기 어려운 껍질을 다 벗기고 블루 크랩의 살만 모아서 나오니 좋네요.

허 호: 야 이 스테이크 예술이다.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나? 신기할 정도네.

김진형: 어머나 이게 그 21일 동안 숙성시켰다는 드라이 에이지드(Dry Aged) 뉴욕 스테이크군요. 살살 녹네요.

허 호: 어떻게 21일 동안 고기가 상하지 않을 수 있지?

김진형: 특수한 장비가 있어요. 거의 얼기 직전의 온도를 유지하는 냉장고에 고기를 저장하면 근육에 있는 수분은 증발하고 특유의 맛과 향을 응축시킨 진한 맛이 나게 되는 원리를 적용시킨거라네요.

허 호: 그럼 육즙은 다 날라가고 없어진다는 얘기네.

김진형: 그렇죠. 보통 고기의 육즙이 부드러운 맛을 내는데요 드라이 에이징을 하면 육즙이 다 빠지는 대신 숙성과정에서 생겨난 자연효소가 고기를 더 연하고 부드럽게 해준다네요.

허 호: 그러려면 일단 고기를 좋은 부위를 써야겠네.

김진형: 예. 바로 그거죠. 등급이 높고 지방도 균등하게 마블링이 된 고기를 써야 하구요 이 겉 표면의 바삭한 부분 있죠? 이게 자연적으로 생겨난 크러스트에요. 보통 2~3주 말려야 제 맛이 나구요. 그래서 이곳 바샨에서는 '21일 드라이 에이지드' 라는 걸 메뉴에 명시한 거 같아요.

허 호: 하여간 탁월한 맛이다.

김진형: 레스토랑이 편안한 반면 전문적이고 트렌디하네요. 특별한 날 오면 좋겠어요.

Bashan
이번주 '맛 수다' 식당은…

유럽의 작은 마을 동네 사람들의 입맛과 기호를 다 아는 셰프가 손님만을 위한 맞춤 메뉴를 그날 그날 창의적으로 만들어 내보내는 레스토랑처럼, 바샨은 유명세보다는 음식 맛에 집중하며 고객의 필요를 읽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샐러드 11~14달러, 애피타이저 14~19달러, 메인 요리 22~35달러. 3코스 테이스팅 스페셜은 1인당 40달러, 와인 페어링을 곁들이면 15달러가 추가된다. 일요일에만 선보이는 고메 버거(Gourmet Burger)는 바샨의 가장 인기있는 특별 메뉴로 필레미뇽과 갈비살로 만든 최고급 버거로 18달러다.
▶주소: 3459 N. Verdugo Road, Glendale
▶전화: [phone] www.bashanrestaurant.com
글 김진형·사진 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