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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우승 확률 높은 대회는 마스터스,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US오픈"

골프 인생, 이제 전반 9홀 마쳐
한국 골프의 전설로 기억되고파

한국팀이 한·일프로골프대항전 'KB금융 밀리언야드 컵'에서 지난해 패배를 깔끔히 만회했다.

한국팀은 3일 경남 김해 정산 골프장(파72·7159야드)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 날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6승1무3패를 거둬 종합점수 11.5대 8.5로 일본에 승리했다. 2004년 제1회 대회 때 우승했던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도 2승1패로 앞섰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역시 '바람의 아들' 양용은(39·KB금융그룹)이었다. 양용은은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첫날(포섬), 둘째 날(포볼) 승리에 이어 마지막 날에도 일본의 카타야마 신고를 여유있게 4타 차로 제압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양용은은 2004년에도 연장전 대표주자로 나서 승리를 거두는 등 '일본 킬러'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한국의 패배 소식을 접했던 양용은은 올해는 일찌감치 한·일전 출전을 결심했다. 대회 출전에 앞서 양용은은 "매 샷에 목숨을 건다는 생각으로 플레이에 임하겠다. 지난해 패배를 꼭 되갚아 주겠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한·일전 일정이 PGA투어 플레이오프 기간과 겹쳤다. 미국에서 한국팀이 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화도 나고,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는 만사 제쳐 놓고 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PGA투어 선수들은 7월 14일부터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샷 점검으로 바쁘다. 체력 안배를 위해 쉬는 선수도 있다. 상금이 많지 않은 대회에 단지 애국심 하나로 출전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과묵한 양용은은 한·일전에 출전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유럽에서 초청이 왔다.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유럽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내 컨디션이 최상일 때 한국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골프는 기복이 심한 운동이다. 내년에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일전 출전을 후회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한국 골프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양용은은 지난달 19일 끝난 US오픈에서 역대 한국인 최고 기록인 공동 3위에 오른 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US오픈은 워낙 변수가 많아 3라운드 때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택했다. 코스 상태를 감안하면 3라운드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로리 매킬로이를 압박했어야 했다. 6타 차로 출발해 8타 차로 벌어지면서 승기를 놓쳤다. 최소한 마지막 날 3타 차 정도로 출발했다면 해볼 만했다.”

‘포스트 우즈’로 평가받는 매킬로이에 대해서는 아직은 우즈의 50%밖에 안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킬로이는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그 정도 실력은 갖추고 있다. 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라면 누구든 하루에 5~6언더파는 칠 수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황제가 되기 위해서는 경기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스타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 우즈는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직 매킬로이는 경기를 장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PG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것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이에 대해 그는 “실력이나 경험을 놓고 비교하면 나와 우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즈 입장에서는 내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자 오히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70번 싸워서 내가 딱 한 번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골프 인생은 이제 전반 홀을 마치고 10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는 새로운 후반 홀을 준비해야 할 때다. US오픈과 마스터스 우승이 남은 목표다.”

그는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회로 마스터스를,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US오픈을 꼽았다.

“US오픈은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는 그 나라가 망하거나 골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다. 한국 오픈(2회), 중국오픈(1회)은 이미 제패했다. US오픈과 일본오픈만 남았다.”

그는 팬들에게 어떤 골퍼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이왕 골프를 시작한 만큼 한국 골프의 전설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최경주 선배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현실주의자다. 그의 골프가방을 보면 6번 아이언까지만 있다. 5번 아이언 이상부터는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한다.

“PGA투어 선수들이 내 가방을 보고 피식 웃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나는 ‘아이 엠 투 올드(I am too old)’라고 말한다. 프로이기 때문에 무조건 어려운 클럽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현실적으로 더 잘 맞고 편안하게 칠 수 있는 클럽이 나의 진정한 무기다. 프로는 화려함이 아닌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6번 아이언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바꿀 수 있다.”

스폰서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지난해 무적 선수였던 그는 “스폰서가 없으니깐 너무 풀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프로에게는 적당한 부담감이 존재해야 한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직원만 2만6000명에, 은행 계좌가 2800만 개나 된다고 들었다. 모두 나의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멋진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는 게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글=문승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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