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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소유주 신청 없이도…은행들 자발적 융자조정

체이스·BoA 등 벌써 수만건
움직임 확산될 지 여부 관심

정작 차압위기 주택 소유주는 외면

융자은행들이 융자조정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해 오히려 차압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일부 융자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융자조정에 나서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주택소유주로부터 신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융자조정을 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애미에 사는 룰라 기오즈마스 씨는 지난해 은행으로부터 "모기지 30만달러를 절반으로 줄여 주겠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녀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연체한 적도 없고 융자조정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이스가 그녀에게 이같은 오퍼를 한 것은 그녀의 주택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 모기지 원금이 주택 시세보다 훨씬 높아 그녀가 당장 집을 포기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먼저 모기지 원금을 깎아줄테니 주택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페이먼트를 하라고 한 것. 물론 그녀는 당장 이 오퍼를 받아들여 모기지 페이먼트가 크게 줄었다.이처럼 대형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융자조정을 해 준 사례는 벌써 전국적으로 수만건에 이른다.

정작 차압 위기 주택 소유주는 외면

업계에서는 은행들의 이같은 조치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차압 상황에 어떻게 작용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는 차압 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주들이 융자조정을 신청해도 은행들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해 거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차압 위기를 부채질해 주택 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결국 이같은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들이 자발적 융자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은 일부 융자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이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은행들은 옵션 변동 모기지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자발적 융자조정을 해주고 있다. 옵션 변동 모기지 프로그램은 융자자가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지불하거나 ▶이자중 일부만 내고 원금이 오히려 높아지거나 ▶변동 이자율로 페이먼트를 하는 등의 옵션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융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모기지 페이먼트를 적게 하고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어 주택 시장에 거품이 발생하는 주원인이 됐었다.

BOA는 지난 2008년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을 매입하면서 55만 건의 옵션 변동 모기지를 떠 안았고 그중 20만건에 대해 융자조정을 승인해줬다.

일단 업계에서는 은행들의 이같은 조치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반기고 있다. 경제학자 샘 카터씨는 “은행들이 어떤 형식으로던 자발적으로 융자조정을 해주는 것은 주택시장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같은 조치가 정작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택 소유주들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지타운대학 애담 레비틴 법학교수는 “은행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현재 주택이 차압위기에 처한 사람들”이라며 “디폴트하지 않은 대출자들에게 은행이 먼저 도움을 주는 것은 상황이 더욱 어려운 사람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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