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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무현과 앤드루 존슨

허종욱/한동대교수

요즘 한국정계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말이 '포퓰리즘(populism)'이다. 정치인들이 대중으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 실행 가능성이 희박한 정책을 내놓는 정치적인 전략을 말한다. 예를 들면 전 초등학생 무상급식제도 또는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이 이에 속한다.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는 1940-50년대에 아르헨티나 페론 대통령이 노동자 농민 등 저소득층에게 특혜를 주어 국가재정을 파산상태로 몰고 간 정책을 펼쳤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포퓰리즘은 대개 정부 정당 또는 일부 정치그룹에 의해 제안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인 파워를 가진 개인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근거한 정책입안과 수행은 결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하게 마련이다. 어떤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포퓰리즘에 순응하는 다른 한편으로는 포퓰리즘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한국과 미국에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이 있다. 노무현은 대통령은 한국역사상 유일하게 탄핵소추를 겪었고 미국의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미국역사상 첫번째 탄핵소추를 당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3월 12일 공선거법 중립의무 및 헌법위반으로 국회에서 탄핵이 소추돼 헌법재판소가 같은 해 5월 14일 기각할 때까지 약 2개월간 권한정지를 당했다.

존슨 대통령은 1868년 2월 24일 하원에 의해 임기보장법 헌법위반으로 탄핵소추를 당했으나 같은 해 5월 26일 상원에 의해 한표차로 무죄평결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새천년 민주당 자유민주연합 등 야당에 의해 존슨 대통령은 여당인 극렬파 공화당의원들에 의해 탄핵소추됐다.

그런데 두 대통령은 탄핵소추외에 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포퓰리즘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계획은 '현실성'이 부족함에도 충청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에 순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한.미무역협정(FTA) 체결과 한국군 이라크파병은 포퓰리즘에 역행하는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전자는 정치적인 결정이요 후자는 국가이익을 겨냥한 실용적인 결정이다. 당시 여권 정치권과 많은 일반 국민들의 반대에도 노대통령이 후자를 결정한 '용단'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지금 제1 야당인 민주당이 FTA 국회통과를 반대하는 입장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 있다.

링컨 대통령의 서거로 존슨 부통령은 1865년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남북전쟁후 남부재건 문제를 놓고 극렬파 공화당 의원들과 늘 부딪쳤다. 존슨 대통령은 남부에서의 인기를 감안해서 재건계획을 남부측 의견을 존중하는 쪽으로 하려 했으나 극렬파 공화당 의원들은 북부 주도의 재건계획을 고집했다.

이런 와중에 존슨대통령은 남부재건의 책임을 맡고있는 에드윈 스탠튼 국방장관을 존 쇼필드 장군으로 교체해 탄핵소추를 당했다. 그래서 그의 남부를 향한 '포퓰리즘'은 좌초된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으로 여겨왔던 존슨 대통령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그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1867년 알래스카 구입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 땅을 사들인 장본인이다. 텍사스의 두 배가 되는 땅을 720만달러에 구입했다. 1에이커당 2센트를 지불한 셈이다. 여론의 반대에도 그는 먼 장래를 내다보고 당시 불모지 알래스카 구입을 승인했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평가도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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