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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 인터넷 악플

곽건용/목사 나성향린교회

한 TV 드라마에 스타 배우인 주인공이 근거 없는 '악플(악의성 댓글의 줄임말)'을 단 누리꾼을 끝까지 찾아 고소하겠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는 쓸데없는 일이라는 주위의 충고도 듣지 않았다. 알고 보니 악플러들은 '그냥 재미로'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짓을 했다.

나도 매주일 설교 원고를 쓰고 그것을 인터넷 몇 군데에 올리므로 독자 반응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대부분 호평이었던 까닭은 독자들이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인터넷 신문에서 설교 한 편을 싣겠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그 설교에 악플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게 아닌가. 그 정도는 악플도 아니라고 날 위로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나는 무척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생각해도 그리 좋은 설교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악플이 달릴 정도는 아니라 생각해서 설교를 다시 한 번 읽어봤고 악플들도 다 읽어봤다. 괴롭긴 했지만 꾹 참고 했다. 그런데 악플들이 대개는 별 내용이 없었다. 구체적인 오류를 지적하거나 이견을 내는 게 아니라 무조건 잘못됐다 무조건 틀렸다는 얘기가 대세였다. 악플을 나무라는 댓글도 적지 않게 달려 있었다.

가끔 신문에서 악플에 상처를 입어서 인터넷을 안 본다는 연예인 기사를 읽는다. 그때는 '뭐 그 정도로 상처를 받을까' 했는데 정작 겪고 보니 그들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설교자는 사람들 비위 맞추려 해서도 안 되지만 사람들 눈치를 봐도 안 된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텐데…' 하는 생각은 지우고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하나님의 뜻에 맞는가?'만을 생각해야 하니 악플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래도 악플 읽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들 모두가 내 글을 전적으로 오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오해한 부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자기 생각과 다르기 때문에 댓글을 달았다. 인터넷의 익명성 덕분에 어투가 거칠어지고 그게 습관이 되어 심한 악플을 달게 되는 것이리라. 처음부터 누군가가 필자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할 맘이 조금도 없이 무조건 욕하고 헐뜯기 위해 악플을 단다면 그걸 읽는 필자의 마음이 어떨까? 그걸 눈곱만큼이라도 헤아린다면 그런 악플을 달지는 못하리란 생각을 해본다. 사람 성품이 그 정도로 악해졌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가수다'에 나온 한 가수가 인터뷰에서 자기를 욕하는 사람들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게 자기가 행동했을 거라고 그래서 죄송하다는 취지로 말하는 걸 들었다. 나는 그녀가 누군지 잘 몰랐다. 나는 그녀가 과거 인기 여성그룹이던 '핑클'의 전 멤버라는 사실도 잘 몰랐다.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가 왜 자기가 욕먹는지도 모른 채 자기를 욕한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남을 비판할 수 있지만 '왜' '무엇을' 비판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분명한 내용을 갖고 비판받는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비판한다면 그것은 좋은 비판이다. 악플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악플러 당사자에게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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