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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과 여백… 이우환의 세계로

구겐하임뮤지엄 50년 작가 생활 회고 90점 전시중
뉴욕타임스 "올 여름 시원한 평온의 오아시스" 평가

그림의 원천인 점과 선을 강조하고, 이미지와 여백 간의 긴장감을 드러내며, 그리고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탐구해온 이우환 화백. 그의 대규모 회고전 ‘이우환: 무한의 제시(Lee Ufan: Marking Infinity)’가 지난 24일부터 구겐하임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이 화백의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작 등 90여점을 소개하고 있는 전시를 통해 우리는 예술가로서, 철학자로서, 또한 우리와 같은 이민자로서 이우환을 만날 수 있다.

미니멀리즘과 추상표현주의 사이를 줄다리기하는듯, 이사무 노구치의 조각과 리처드 세라의 대형 강철 조각이 부드럽게 랑데부한듯한 그의 작품은 마음을 비워야만 더 잘 보인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경상남도 시골 함안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네댓살 때부터 문인화가였던 동초 황현룡 선생에게 시, 서, 화를 배웠다. 붓의 획을 중시하는 서예를 통해 점과 선은 우주만물로 연결된다는 것을 터득한 이 화백은 열다섯에 한국동란을 겪는다. 서울대 미술대 1학년 때인 스무살 여름날 그는 도쿄로 건너가 미술 대신 철학을 공부했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어찌 이방인의 고독감을 느끼지 않았으랴? 한국어와 일본어, 한인과 일본, 화가와 시인, 철학가와 교육자, 종교와 예술 등 ‘사이(in-between)’의 세계를 유영해온 아웃사이더로서 노장은 우리에게 말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시오. 작가에게 작품이란 사물, 시간, 장소와 관람객 간의 현상학적인 만남입니다. 이 순간 무한의 영역이 열리면서 자아가 없는 무(無)의 상태로 되는 것입니다.”

여백을 중시하는 이 화백은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을 즉 화폭 안의 여백과 캔버스와 벽 간의 울림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속삭인다.

화장실의 평범한 변기가 뮤지엄에선 마르셸 뒤샹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롱아일랜드 햄턴의 돌이 이 화백의 손을 거쳐 구겐하임에 이르면 설치작이 된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리투스가 ‘흐르는 강물에 발을 두번 담굴 수 없다’고 주창하고, 인상파 화가들이 변화하는 빛에 현혹됐던 것처럼, 만물은 시시각각 변한다.

구겐하임 회고전을 즈음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8월 15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이우환의 글’에선 그림 뒤에 숨은 이 화백의 정신세계를 만난다.

“내 작품은 내 정체성과 언어를 초월하는 여백과 침묵을 가져와서 회고와 숭고함으로 이끈다…난 내 작품이 관람자들 하여금 내면과 외면세계 사이를 명상하도록 자극하고 싶다.”

뉴욕타임스의 미술비평가 켄 존슨은 ‘무한의 제시’에 대해 “뜨겁고, 지치고, 기진맥진해진 대중에게 구겐하임은 이번 여름 시원한 평온의 오아시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일정: 6월 24일∼9월 29일.
▶구겐하임뮤지엄: 1071 Fifth Ave.@89th St. www.guggenheim.org.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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