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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황제' 글렌데일 포리스트 론 묘지를 가다…장례 플래너 샌디 최씨에게 '삶과 죽음'을 듣다

"사회적 지위·부귀영화도 죽음 앞에선 똑같아요"

스타들장례식 의외로 검소…조화 받아도 자선단체 기증
매일 전세계 수많은 팬조문…지금까지 2만쌍 기쁨의 결혼


2년 전 오늘(25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영원히 잠들었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황제를 보내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 사망 2주년을 앞두고 지난 21일 그가 안장된 글렌데일의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를 가봤다. 공원묘지 내 황제가 잠들어 있는 ‘홀리 테라스(Holly Terrace)’ 앞에는 10여 명의 팬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며 다시 황제의 기억을 불러내고 있었다. 홀리 테라스 주위에는 팬들이 잠든 황제에 보내는 카드와 꽃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살아서 가고 싶은 곳이 '명예의 거리'(Walk of Fame)라면 죽어서 묻히고 싶어하는 곳이 글렌데일의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다. 마이클 잭슨 외에도 엘리자베스 테일러, 클라크 게이블, 험프리 보가트, 월트 디즈니 등이 그곳에 잠들어 있다.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에는 한인 장례계획사 샌디 최(64)씨가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사람들의 장례 계획이나 일정 등을 돕는 어드밴스 플래너(advance planner)로 일한 지 올해로 9년째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 2주기를 맞아 할리우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샌디 최씨로부터 '삶과 죽음'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삶과 죽음은 마치 꽃과 같아요. 예쁘게 피지만 언젠가는 지게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꽃이 언젠가 진다고 해서 활짝 핀 꽃을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이처럼 삶도 죽음도 그 자체가 귀한 의미를 담고 있지요."

샌디 최씨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차분했다. 최씨는 2년 전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황제의 시신이 글렌데일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에 묻히기 전에 장례식이 그의 사무실이 있는 할리우드의 '홀 오브 리버티'(Hall of Liberty)에서 열렸다.

"그때 세계의 모든 이목이 이곳에 집중돼 있었죠. 많은 스타들이 조문객으로 오는 바람에 내부적으로는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에서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는 유명인들을 보며 사회적 지위나 부귀영화도 죽음 앞에서는 다 똑같은 즉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스타들의 장례식은 검소한 경우가 많아요. 꽃은 아예 받지 않거나 대부분 자선단체로 보냅니다."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에는 마이클 잭슨 외에도 많은 유명 스타들이 묻혀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팬들이 그들의 스타들을 추모하며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스타들의 무덤을 매일 지나치는 최씨는 삶과 죽음 사이를 '종이 한창의 작은 차이'라고 했다.

"부귀영화에 상관없이 죽으면 누구나 다 공평해져요. 이곳에도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 똑같은 모습으로 묻혀 있습니까. 매일 이곳을 지나지만 묘비의 이름을 무심코 보다가 '이 사람이 그 스타였구나'를 알지 특별히 의식하진 못합니다."

최씨는 장례식을 보면 "그 사람의 생전 모습이 그려진다"고 했다. 최씨가 죽음 앞에서 겸허해지는 이유다. "조문객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가족과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표정과 분위기를 보면 고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마이클 잭슨의 경우 하루도 빠짐없이 세계 각국에서 팬들이 계속 찾아옵니다. 그들은 서로 처음 만나도 마이클 잭슨의 생전 모습들을 생각하며 무덤 앞에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죠. 때론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줄지 생각해봅니다."

직업상 매일 죽음을 맞이하면 죽음에 대해 무덤덤해질까 궁금했다.

"날마다 많은 사람의 죽음을 보기 때문에 죽음을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의미로 보게 됐어요."

그래서 최씨는 꼭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종종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 내에서 열리는 이름 모를 사람의 장례식에도 참석한다고 한다.

"채플 뒤편에 조용히 앉아 죽음 속에서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곤 합니다. 사람들을 위로하고 안아주고 말 없이 등을 두드려주는 게 내 직업이죠. 저는 항상 휴지를 갖고 다닙니다. 처음엔 내가 눈물이 많아서 준비했는데 이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 들고 다녀요."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에는 최씨의 남편과 아버지도 안장돼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면서 매일 가족의 묘를 지나다닌다. 하지만 슬픔 보다는 매일 보는 반가움이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장례문화는 즐거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천국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곳 포리스트 론 내 묘지 채플에서는 젊은 커플들이 결혼도 많이 해요. 지금까지 2만 쌍 이상이 결혼했죠. 천국에 간 부모나 조부모 앞에서 기쁨의 결혼을 서약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최씨는 "죽음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하지만 그 가운데 어떤 의미를 찾는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죠"라고 말했다.

명사들 안장된 관광명소
▶글렌데일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많이 안장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3월에는 '만인의 여인'이라 불렸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평소에 친했던 마이클 잭슨 옆에 묻혔다. 그 밖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케이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 같은 할리우드 배우를 비롯한 가수 냇 킹 콜, 진 오스틴 등 미국의 유명 스타들이 잠들어 있다.

마이클 잭슨의 묘역인 포리스트 론 글렌데일 내 ‘홀리 테라스’는 마이클 잭슨이 안장된 뒤 몰려드는 팬들로 인해 일반인들의 내부 입장은 금지되고 있다.포리스트 론 공원묘지 측 관계자는 “일반인들도 스타들과 함께 묻힐 수 있고 안장에 있어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홀리 테라스의 경우 현재 자리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명 스타들은 미리 묘역을 구입했기 때문에 안장이 가능했으며 빈자리가 생기면 계속 매매는 이루어지는데 수만 달러까지 가격은 올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06년에 만들어진 글렌데일 외에도 할리우드 힐스(1948년), 사이프리스(1958년), 코비나 힐스(1964년), 롱비치(1978년) 등에도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가 운영되고 있다.

할리우드.글렌데일=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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