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갑과 을의 관계'-<상>속 터지는 늑장 행정]허들 게임…건축 허가까진 9곳 뛰어 넘어야
가이드라인 없고…해당직원도 정확히 몰라
비용까지 껑충…2년 전보다 두배나 늘어
지난 2009년 시 감사국은 LA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관은 LA시의회, 계획위원회, 지역개발위원회, 공공사업국, 교통국, 주택국, 소방국, 수도전력국, 경찰국 등 9곳에 달한다며 절차의 간소화가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는 전혀 취해지지 않았다.
현재 LA에서 업소가 문을 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7~8개월 정도다. 2009년의 3~4개월에 비해 도리어 2배 가까이 늘었다. 인·허가 늑장행정은 개선되기보다 되레 악화되고 있다.
▶가이드라인 없는 허들게임
인.허가를 위해 시 정부와 접촉한 업주들이 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은 인.허가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여러 곳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부서의 직원은 부서와 관련된 규정 외에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큰 혼란을 낳는다.
업주들은 시 정부의 인.허가 절차를 '허들게임'으로 설명한다. 한 번 허들에 걸리면 계속 넘어질 확률이 높고 한 번 생긴 문제가 결승선을 통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남가주 한인음식업연합회의 왕덕정 회장은 "업소를 차리려 해도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별다른 지식 없이 뛰어드는 사람은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한 부서의 직원은 그 부서의 업무만을 알거나 이마저도 일부는 알고 일부는 모르는 경우가 있어 혼란을 부추긴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비용
늑장행정 처리는 고스란히 업주들의 비용부담으로 돌아간다. 행정처리가 늦어질수록 아무런 수입없이 헛되게 임대료와 유틸리티 비용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담 증가에 인건비.자재비.공사비 인상이 더해져 2009년에 5만 달러면 오픈이 가능했던 업소를 열기 위해선 7~1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특히 업소가 주류면허를 필요로 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10년 전에는 45일이면 나오던 면허를 받기 위해 이제는 짧게 8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를 기다려야 한다.
취득비용도 올랐다. 일반 식당에서 취득하는 맥주.와인 면허는 2009년 2만 달러 정도에서 현재 2만5000~2만7000달러로 40% 이상 올랐다.
▶구조 문제로 불법 영업
현재 발생하는 비리의 상당부분은 끝없이 늘어지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려는 케이스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뇌물을 전달하는 브로커가 나타나는 것 외에도 일부 업소는 면허 취득 가운데 일부를 포기하고 단속을 피해 몰래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요식업협회의 이기영 회장은 "한인타운에서 현재 주류면허 없이 술을 팔고 있는 업소들도 적지 않다"며 "뇌물이나 브로커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단속과 함께 시의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노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는 "현재로선 해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빌딩안전국 관계자는 "행정절차 간소화를 위해선 시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한데 해고와 무급 휴가의 실시로 인원이 많이 줄어들어 논의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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