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허가 '갑과 을의 관계'-<상> 속터지는 늑장 행정] 빨리빨리…다급한 업주 '검은 돈 유혹'
왜 자꾸 발생하나수평관계 아닌 수직관계 상태…시정부 고압적·행정절차 느려
어떻게 이뤄지나
문제해결 위해 '울며 겨자먹기'…주로 브로커 통해 뇌물로 전달
지속되는 불경기 속에 많은 자영업주가 필사적으로 사업체를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파트너'인 지역 정부는 협조와 보조 대신 '칼날'과 '뒷짐 지기'로 서민 업주들을 억누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영업주가 있기에 정부가 존재하고 정부가 있기에 업주들이 안심하고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등식은 요즘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일부 업주들은 압박을 벗어나서 생계를 유지키 위해 '검은 돈'을 쓰기도 한다. 최근 LA시 빌딩안전국 직원들이 잇따라 뇌물 문제로 내사를 받고 해고된 것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증명한다. 이른 바 '갑(정부)'의 위압과 '을(업주)'의 애환을 알아봤다.
◆10년 전 1년여간 식당을 운영했던 박모씨. 식당을 접은 뒤 직장에 다니던 박씨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한 뒤 아내와 함께 다시 LA한인타운에 작은 식당을 열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도전이자 희망이었다.
준비한 자금은 13만 달러. 예전 식당을 열었을 때를 회상하며 준비를 시작한 박씨는 큰 어려움에 빠졌다. 시의 인.허가 절차가 예상보다 2배 이상 늦어지며 준비한 자금은 바닥을 드러냈다. 위기의 순간 "상황을 해결해주겠다"며 나타난 브로커를 통해 박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선물(검은 돈)'을 건넸다. 이후 순조롭게 허가를 받은 그의 가게는 현재 영업을 하고 있다. 박씨는 "이런저런 문제로 계속 늦어지는 허가절차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박씨는 요즘 FBI의 시정부 뇌물 관련 수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단 박씨의 문제 만이 아니다. LA한인타운 내 각종 사업체 인·허가를 둘러싼 문제는 심각하다. <관계기사 4면>
공무원의 뇌물 문제가 확대될 경우, 피해를 볼 한인업소가 한 둘이 아니라는 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인타운 비즈니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뇌물을 쓴 한인 업주들은 '헛되게 임대료를 내기보다 뒷돈을 쓰면 막혀있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또 일부 업주들은 뇌물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주들은 비리 문제 발생의 최초 원인으로 '시정부의 고압적이면서도 느린 행정절차'를 꼽고 있다. 여러 곳에서 허가를 받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며 뒷돈이 끼어들 여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16일 빌딩안전국에서 해고된 검사관 앨버트 아코스타도 계약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업주들은 "목에 힘을 준 공무원으로부터 막힌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해결하기 위해선 '뒷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업주는 “패스트 레인(fast lane:추월차선)은 역시 돈”이라고 했다.
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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