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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요안나] 예수운동에 헌신한 이방 여인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시인이자 노동운동가인 박노해는 그의 시 '나는 왜 이리 여자가 그리운가'에서 여자를 이렇게 노래한다. "(중략) 여자가 왜 남자보다 키가 작은지 아십니까? 여자가 왜 남자보다 힘이 약한지 아십니까? 자궁과 젖가슴을 집중해서 발육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다음 생명을 낳아 기르기 위해 키 키는 성장도 싸우는 강함도 멈춰주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미래를 낳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속이 깊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강인한 겁니다. 미래를 위해 기꺼이 키 작아지고 힘 약해지는 것입니다.(중략)"

고대사회에서 남성들의 주된 활동공간이 집 밖이었다면 집안 즉 가정은 여성들의 공간이었다. 가정에서 출산과 양육뿐만 아니라 여러 가사를 돌보는 것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여성들의 '살림'으로 가정은 '살아난다.'(명사 '살림'의 어원은 동사 '살리다'이다.)

초대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성들이 아니었다면 초대교회의 살림살이가 가능하기나 했겠는가? 초대교회의 시작은 '가정'이었다. 교회는 하나님의 생명의 산실이자 그분의 긍휼로 자녀를 잉태하는 자궁과도 같다. 하나님의 '긍휼'을 뜻하는 히브리어 단어 '라카밈(rachamim)'은 어머니의 '자궁'을 뜻하는 '레헴(rehem)'의 복수형이다.

그래서인지 신약성서에는 유독 '가정'과 관련된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아바) 아버지' '자녀' '식구' '가족' '양자' 등. 남자들보다 키 작고 연약한 여자들은 교회라는 영적 산실을 꾸리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희생한 이들이었다. 남성 제자들에게 가려져 그 존재감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김없이 등장하여 남성 제자들을 압도하였다.



예수님의 장사(葬事)를 예고나 하듯 그 발에 향유를 부은 이도 십자가 처형을 당하시는 예수님 곁을 끝까지 지킨 이도 부활 소식을 남자 제자들에게 알린 이도 여인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이방인으로서 예수님으로부터 병 고침을 받은 후 '예수운동'(1세기 팔레스타인을 무대로 예수께서 펼치신 천국복음 운동)의 후원자로 헌신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의 이름은 요안나이다.

누가복음의 저자는 요안나를 포함한 여성들의 면면과 활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해 놓고 있다. "또한 (예수께서) 악귀를 쫓아내심과 병 고침을 받은 어떤 여자들 곧 일곱 귀신이 나간 자 막달라인이라 하는 마리아와 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요안나와 수산나와 다른 여러 여자가 함께 하여 자기들의 소유로 그들을 섬기더라."

요안나는 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청지기(집사)는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요안나의 남편은 누구보다도 헤롯의 신뢰를 받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요안나는 남편과 함께 헤롯의 궁중에서 기거하였던 귀부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예수운동에 동참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질적 후원자가 된 것은 예수께서 그녀의 병을 치유해 주신 때문이었다.

그렇게 예수운동에 입문한 요안나를 따라 가다보면 그녀의 족적은 예수께서 처형당하신 골고다와 그분의 무덤까지 이어졌다. 요안나를 포함한 여인들은 남자 제자들이 떠나 더욱 비참하고 잔혹한 예수의 십자가 처형 현장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예수께서 돌아가시자 향품과 향유를 예비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안식일 후 첫날 이른 새벽에 그 준비한 향품을 가지고 예수가 묻힌 무덤으로 갔다. 그때 요안나와 다른 여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를 최초로 목격하고 그 소식을 남자 제자들에게 알렸다. 남자 제자들이 도망간 그 빈 황량한 공간을 요안나를 포함한 여인들은 지조와 헌신으로 채웠다.

부드럽지만 강인한 자궁('하나님의 긍휼') 속에서 교회의 희망찬 미래가 태어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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