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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남부에서…로큰롤의 태동과 금지된 사랑, 뮤지컬 '멤피스'

브로드웨이는 지금… <2> 토니상 4관왕 '멤피스'

백인 DJ와 흑인 가수의 러브스토리
'헤어스프레이' '드림걸스' 영향 흔적


유대인 컬러가 진한 브로드웨이에 현재 공연 중인 ‘시스터 액트’와 ‘베이비 잇츠 유’는 흑인 여성들이 주도하는 뮤지컬이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21세기 미국을 주도한 음악은 힙합이요, 지금 백악관 안주인은 버락 오바마가 아닌가? 내년 봄엔 흑인 캐스트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테네시 윌리엄스)가 브로드웨이에 복귀할 예정이다. 뉴올리언스의 뜨거운 커플 스탠리와 블랑슈가 흑인으로 변신하는 것. 브로드웨이의 피부색이 짙어지는(browning) 이유는 ‘정치적인 정정(politically correct)’라는 거대한 조류의 한 줄기로 봐야할 것이다.

지난해 토니상 최우수 작품·대본·작곡 및 오케스트레이션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 ‘멤피스(Memphis)’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작품인듯 싶다.

시대는 흑백차별이 격심했던 1950년대 멤피스. 참고로 테네시주 최대 도시인 멤피스는 컨트리뮤직의 고향 내쉬빌과 다르다. 2008년 현재, 백인(30%) 흑인(63%)인 흑인이 절대 다수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인종격리가 당연하던 시대, 라디오는 백인들의 음악만 틀고, 흑인들은 그들만의 클럽에서 ‘따로 따로’ 노닐었다. 하물며 인종간의 사랑과 결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남부였다. 멤피스는 흑인 음악의 전설들인 아레사 프랭클린, 아이작 헤이스, B.B. 킹을 키워냈다.



옛날 옛적 남부에서... 로큰롤의 태동과 금지된 사랑이 어우러진 이 작품의 무대는 멤피스의 라디오 녹음실과 흑인 클럽이다. 히트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헤어스프레이’ 그리고 ‘드림걸스’를 군데군데 연상시키며 ‘멤피스’는 순항한다.

고교 중퇴 백화점 직원인 백인청년 휴이(채드 킴볼 분)는 흑인 음악에 빠져있다. 흑인 클럽에 드나들던 그는 백화점에서 로큰롤을 틀었다가 해고되지만, 라디오 방송국에 놀러갔다가 로큰롤을 트는 바람에 취직된다. 휴이는 클럽의 흑인싱어 펠리시아(몬테고 글로버 분)에 반해 라디오에 출연시킨다. 로큰롤 음악으로 흑백 청소년들 어우러져 춤 추고 노래한다. 휴이와 펠리시아는 비밀스러운 사랑을 키워가지만, 주위의 시선은 따갑다.

‘멤피스’는 ‘Boy Meets Girl’의 로맨스, 인종차별, 그리고 로큰롤과 ‘스타탄생’의 스토리를 몽타쥬한 '뮤지컬 종합선물세트'다. 친숙한 이야기를 타고 에너지가 넘치는 노래와 춤이 릴레이로 이어진다. 뉴저지 에디슨 출신 본 조비 그룹의 키보드주자 데이빗 브라이언이 로큰롤, 리듬앤블루스(R&B), 소울, 가스펠 등을 맛있게 버무린 노래를 썼고, 콜롬비아 출신 세르지오 트루질로가 박력있는 안무로 흥을 돋운다. 휴이가 백화점에서 방송국에서 트는 ‘Everybody Wants to be Black on Saturday Night’과 피날레의 ‘Steal Your Rock’n’ Roll’의 비트는 관객을 일어나 춤추고 싶게 만든다. 펠리시아의 아련한 히트송 ‘Someday’와 휴이의 엄마가 레코드를 깨트리자 상심한 펠리시아가 애절하게 부르는 ‘Colored Woman’은 극을 전개시키는 소울 뮤직으로 손색이 없다.

채드 킴볼은 로큰롤 가수 제리 루이스와 영화 ‘다운바이로’의 톰 웨이츠의 캐릭터를 믹스시킨듯한 DJ 휴이로, 몬테고 글로버는 다이애나 로스의 도도함과 할리 베리의 섹시미를 갖추고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무대 위에서 정작 두 사람의 열정적인 사랑, 케미스트리가 다소 결핍됐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사망한 E스트릿밴드의 흑인 색소폰주자 클라런스 클레몬스와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만남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1971년 번개가 치던 밤, 뉴저지 오즈베리파크의 한 클럽에서 스프링스틴이 연주하던 중, 거인 클레몬스가 들어왔다. 바람이 불어 문이 닫히고, 스프링스틴은 문가에 우뚝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놀랐다. 클레몬스는 무대로 올라가 함께 연주했다. 그리고 그들은 통했다. 그 후로 30여년간 스프링스틴과 함께 ‘솔 메이트’로 무대에 서온 ‘빅 맨’ 클레몬스의 스토리처럼 인연과 관계의 드라마가 있었더라면... 이들의 우정도 분명 뮤지컬 감이다.

2002년 샌디에이고의 라졸라 플레이하우스에서 첫 공연된 ‘멤피스’가 브로드웨이에 상륙하는데 무려 7년이 걸렸다. ‘멤피스’는 올 10월 이 뮤지컬의 고향인 멤피스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들어간다. $41.50∼131.50(학생 러시티켓 $26.50), 슈버트시어터(225 West 44th St. 212-239-6200). memphisthemusical.com.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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