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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 배원정 감독 인터뷰

"환갑때까지 장편 다수 완성한 감독이 되는게 소망"

'베라 클레멘트:블런트 에지'로 영예

"올해 학생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는 '베라 클레멘트:블런트 에지(Vera Klement:Blunt Edge)'를 만든 시카고 컬럼비아 예술대학원 배원정 감독입니다!"

지난 11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AMPAS) 주최 제38회 학생 아카데미 시상식(Student Academy Awards). 톰 슈랙 AMPAS 회장이 단상에 올라 그녀의 이름을 호명했다. 곧 전세계 영화학도들이 꿈꾸는 영광의 자리에 그녀, 배원정 감독이 올라섰다. 한국에서 유학 온 28살의 그녀는 정육면체 모양의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렸다. 몇 년 후 진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를 모습이었다.

유대인 화가 예술인생 회고 …고대 시절부터 탁월한 감각
향후 사회 문제·예술 결합 '꿈'…4년내 장편 제작 목표로 질주




11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베라 클레멘트:블런트 에지'는 시카고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유대인 화가 베라 클레멘트가 80세 생일을 맞아 자신의 삶과 예술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 감독은 지난 2010 전미감독협회 시상식 여학생부문, 뉴욕 퀸즈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도 같은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등학생 때 만든 다큐멘터리 '삼대구년'으로 서울 YMCA 제 1회 청소년 영상페스티벌 금빛대상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고려대학교 재학시절 제작한 다큐멘터리 '고추밭'과 '손님' 등으로 KBI 대학생 영상페스티벌 방송진흥원장상, 문화관광부 지역문화 영상공모 '영상세대 카메라출동' 성년부문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미국 유학 전 학창시절부터 탁월한 재능과 감각을 발휘해왔다.

큰 상을 수상한 직후 곧바로 시카고로 돌아간 배원정 감독을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 영화학도에게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학생 아카데미를 수상했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후보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후보 선정만으로도 함께 작업한 친구들과 학교 전체가 난리가 났었다. 그냥 시상식 참석차 LA에 놀러 와 한국음식이나 실컷 먹고갈 생각이었는데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이다. 큰 용기가 됐다.”

- 주제 인물인 베라 클레멘트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먼 친척 분이 시카고에서 '앤드류 배 갤러리' 라는 유명한 갤러리를 운영하고 계신다. 그곳에서 잠시 큐레이터로 일하며 시카고에서 활약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을 알게 됐다. 베라도 그 중 하나였다. 작가들이 나이가 들면 작품에 힘이 빠지고 그림이 패턴화되거나 관습화되는 게 일반적인데, 베라의 그림에선 여든의 나이에도 막 작품활동을 시작한 사람이 그리는 듯한 젊음이 느껴졌다.

70년대 시카고 페미니즘 운동의 선봉에 서 있었다는 점, 40여 년 동안 시카고 주립대에서 가르친 학구적인 예술가라는 점, 60여 년이란 세월을 그림을 그려왔기에 작업 중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들이댄다 해도 아무런 불편함도 느끼지 않을 저력 있는 예술가라는 점 등이 정말 멋있었다.

같은 여성으로서 멋지게 나이들 수 있는 좋은 예를 보여주는 표상처럼도 느껴졌다.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항상 제일 어려운 점이 '끝나는 점'을 정하는 것이다. 인생은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인생을 다루고 있지만 어느 지점에선가는 끝을 맺어야 한다. 항상 그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예술가가 한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으면 조금은 수월하게 작품을 끝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 그녀의 이야기를 다루게 됐다.”

- 아카데미가 배원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간단하다. 수상자 선정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의 마음을 잡았기 때문인 것 같다. 회원들 대부분이 50~60년대에 활발히 활동하던 영화계 노장들이다 보니 베라의 이야기에 더 쉽게 공감을 했던 것 같다. 하하. 그간 영화제나 상영회를 통해 할머니 팬을 많이 만들었다. 할머니들이 보시고 '벨라 클레멘트가 누구냐, 나랑 친구 해야겠다' 며 좋은 반응을 자주 보여주셨다. 또 다들 예술계에서 활동하셨던 분들이다보니 같은 예술가인 베라의 이야기가 큰 울림이 있었던 것 같다.”

-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 궁금하다.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어머니는 중대 미대 출신으로 국전에서도 입상하신 바 있는 예술가셨고, 아버지는 해병대 군인이셨다. 아버지 직업상 이사를 많이 다녀야 해 어머니가 예술가들 커뮤니티에 소속돼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시진 못했지만 늘 미술 공부를 하셨고 지금도 미술 치료사로 활동하고 계신다.

예술적 소양은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보시던 월간 미술 잡지를 보며 새로운 작가들과 그림을 봤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와는 친구처럼, 자매처럼 너무도 각별한 사이로 지낸다.

아버지 영향으로 정치나 안보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학부 때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아주 진지한 사회 문제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예술에 관한 다큐멘터리 모두에 관심이 있다. 언젠가는 그 두 가지를 결합시키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 왜 극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란 장르를 택했나.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민족사진가협회 회장을 지내신 바 있는 고 김영수 선생님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아주 치열하게 사진 작업을 하셨던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셨다. 그분 밑에서 다큐멘터리 스틸 작업을 하며 보고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이 분야 일이 하고 싶어졌다.

원래는 사진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영화보다 사진이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작업이란 생각이 든다.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는 다른 친구들은 유명한 감독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하던데, 나는 영화 감독들 보다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들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았다. 거리 사진과 포토 저널리즘, 거기서부터 나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이 비롯됐다.”

- 향후 계획은 어떤가.

“첫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펀드 레이징도 해야 하고 스폰서나 프로덕션 컴퍼니도 찾아야 하는데 준비 과정이 만만치는 않다. 2015년까지 만들 계획으로 준비 중이다. 10년 안에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30대부터 50대까지 10년마다 3편씩 작품을 내 환갑 무렵엔 10여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완성한 감독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 꼭 아주 빼어난 불후의 명작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첫 장편을 만들고 나서 후속 장편을 내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반 이상인 현실에서는 꽤나 도전적인 일이다. 영화 해서 밥 먹고 산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생계형 감독'만 되도 행복할 듯 하다. 사실 먼 미래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졸업 후 H-1 비자 스폰서를 해 줄 회사를 찾아 들어가야 할 일이 걱정이다. 학생 비자로 유학을 온 터라 미국에서 작품 활동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다들 프리랜서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PBS나 디스커버리, 히스토리 채널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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