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믿는 불쌍한 자매,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지난 두달간 DC 노숙자 민미경·미영 자매를 돌봐온 장두영 목사(사진). 며칠 전 자매가 한 말이 가슴에 맺혀 사라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 자신들을 도우려는 사람들까지 저렇게 미워할까. <참조 본보 5월 27일 a-1>
두달 전 처음 걸려온 자매의 전화는 장 목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자매에 대한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얼마 전 자매가 난동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후로는 더 그렇다. 자매를 하룻밤 재워줄 수 있는 한인 여성을 수소문 해 집까지 데려다 줬던게 화근이었다.
“하룻밤이라도 깨끗이 씻고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해주려던 게….” 말릴 수 없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통에 미국인 남편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자매는 스태포드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애난데일 사무실에서 막히지 않고 달려도 30~40분, 막히면 길 위에서 속을 태우면서도 장 목사는 하루가 멀다하고 자매를 보러 갔다. ‘이제는 한국 사람도 못 믿겠다’고 악을 써도 조금이나마 남아있을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두 자매가 구치소 수감된 후에는 일이 복잡해졌다. 이제는 단순히 먹고 자는 문제가 아니라 전과자가 되느냐 마느냐라는 큰 장애물이 생겼기 때문이다. 경범죄로 기소된 이들 자매의 재판날짜는 다음달 21일이다. 그 전까지 어떻게든 자매에 대한 혐의를 없애보려 여기저기 도움을 구하는 중이다.
“정신질환이 있으니 재판을 받을 수 없음을 증명하면 되지만 문제는 자매가 완강히 버티는 겁니다. 지난번 면회 때 ‘전문의 소견을 받아보라’고 설득하다가 40분 내내 원망섞인 말만 듣고 왔습니다. 심지어 ‘그럴거면 그냥 돌아서 가버려라’라고 까지 하더군요.”
이들에게 선임된 국선 변호사 조차 ‘정신질환이 있으니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도록 해달라’고 판사에게 신청을 한 상태다. 그러나 자매가 동의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장 목사는 전했다.
한숨 짓는 장 목사의 얼굴이 한달 전보다 많이 야위었다. 그래도 표정을 밝았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은 덕이다.
그는 “지난해 자매를 도와줬던 사회복지사와 강필호 영사 등의 편지를 받아서 변호사와 판사에게 보내보려 한다”면서 “그저 아이들이 이번 일로 상처를 더 받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직 재판까지 한달 정도 시간이 있으니 법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의 도움과 연락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1981년생 쌍둥이인 이들 자매는 1987년께 네바다의 미국인 가정에 각각 입양됐다. 가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지난해부터 워싱턴 일원에서 노숙자로 지내며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의 상처와 아픔이 큰 탓인지 도와주려는 사람들과 잦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나로 선교교회 개척 목사인 장 목사가 두달 전부터 이들을 도와왔다.
▷문의: 703-232-2767
유승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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