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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타고 태고적 시절로 돌아간 듯

작가 이영묵의 테마가 있는 남미여행 [제 2편] 페루 리마 그리고 말도나도에서

진흙에 푹푹 발 빠져도 원시 밀림 상상에 기뻐
아마존강 밤하늘 보며 초라한 내 모습 보기도


페루 수도 리마에 도착하여 호텔로 향하면서 주위를 보니, 온통 도시가 6월 5일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앞두고 두 후보의 광고로 도배되어 있는 듯 요란하다. 페루 대통령 선출은 일차 투표에서 어떤 후보가 50%의 득표를 못 하면, 1등과, 2등 두 후보만의 결선투표를 실시하여 대통령을 뽑는다.

그런데 지난 일차 투표에서 일등이 오얀타 우말라 후보, 이등이 케이코 후지모리여서 지금 둘이서 결선을 벌이고 있다. 그 케이코 후보가 바로 대통령을 지낸 후지모리 일본계 대통령의 36세 된 딸이다. 남미에 부는 원주민들의 정권 쟁취 바람으로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그 둘의 지원을 받은 우말라 후보와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의 결집이 지원하는 후보가 케이코다. 예상하기가 아주 어려운 접전이라고 한다.

비록 페루의 인구가 약 2800만 명이며 그 중 아시아계로 중국인이 약 120만 명인데 반면 일본인이 약 20만 명밖에 안 된다. 또 남한 땅에 약 12 배가 된다는 페루 전역에 중국 음식점이 없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고 할 만큼 화교가 오랜 동안 뿌리를 내리고 또 부지런하다고 알려졌지만, 그보다도 페루 사람들은 일본인하면 성실하고 믿을 수 있다고 한단다. 그것이 현재의 케이코가 있게 했으며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게 강점이다. 나는 은근히 부럽고 우리 한국인들도 해외에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또 페루 시민들이 지나고 보니 정치면에서 후지모리만한 대통령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행히 한국인들이 발전소, 가스 액화 공장, 어업, 중고차 수입상 등 모두 1000여명이 진출해 있는데 그들로 한국인들을 선진국에 부지런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다니 듣기에 매우 좋다. 허지만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인처럼 정직하다는 말만 더 보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 리마에 있는 호텔에서 나와 말도나도라는 작은 도시로 향했다. 남한보다 약12배에 달하는 땅에 이곳저곳을 찾아 페루 국내선 비행기를 4번을 타야 하는데 그 곳이 첫 번째 방문지이다. 내가 가진 관광 안내 책자에는 말도나도에 관광거리가 없어 왜 그곳으로 가는지 좀 궁금했다. 그러나 나에게 관광 안내인이 원숭이 운운했던 것과 달리 전혀 새로운 것을 맛 볼 수 있는 값진 여행이었다. 말도나도 공항에서 내려 곧바로 마리아 아랫강이라고 불리는 아마존 강의 상류에서 다시 약 한 시간, 넓게 펼쳐진 열대림 사이로 모타 보트를 타고 태고의 아마존 상류를 거처 깊은 오지 속에 지어진 오두막집 형태에 모텔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이어 모텔에서 마련해준 고무장화를 신고 강 건너 보이는 작은 섬으로 갔다. 간간이 나타나는 원숭이들은 이미 사람들이 건네주는 바나나를 받아먹는데 익숙해 있었고, 우리 또한 원숭이 재롱을 늘 봐 왔던 터라 그저 그랬다. 그러나 섬을 돌면서 진흙 바닥에 발이 빠지는 고생스러운 걷기에도 나를 매혹시킨 것은 태고의 대자연, 원시 밀림의 진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저녁식사 후에 악어를 보여 주겠다며 보트를 타고 강가를 돌았다. 전등에 악어의 빨간 눈동자가 보일 것이라 해서 눈을 크게 떠 두세 마리 보았으나 타잔 영화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그저 어린아이 팔뚝만한 크기였다. 그러다가 보트에 탄 사람들 중 누가 먼저 말을 끄집어 낸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구동성으로 말했을 것이다. “배의 엔진을 끄고, 그냥 가만히 있어 주세요.” 그리고 우리 모두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는 별이 아니라 방 천장 위에 밝은 빛 구슬을 달아 놓은 듯 했다. 아니 손을 내밀어 별을 딸 듯 가까이서 온통 별로 가득했다. 어린 시절, 공해라는 단어가 있기 전에 보았던 밤하늘이 떠올랐다. 지구의 남반구라 북두성이 아니라 남십자성이 보였고, 북두칠성이 거꾸로 그것도 반쪽만 보였으나 참으로 원시림 속 아마존 강에서 밤하늘은 진정 대자연 앞에 선 한 작은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잠을 자는 시간에 나는 잊지 못할 쓰디쓴 경험을 했다. 그곳은 저녁 10시까지 자가 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하며 그 후는 전기가 끊어진다고 했으나 그래도 화장실에는 허다 못해 형광등 표지판이라도 있겠지 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칠흑이었다. 손을 더듬으며 화장실 변기를 찾는 고생을 해야 했다. 그 후 나는 고단하여 깊은 잠에 빠졌으나, 집 사람은 비명을 들었다고 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발코니에서 넓은 야자수에 떨어지는 열대성 비 소리를 듣고 있는데 옆방에 묵었던 분이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밤에 모텔 초가지붕에서 뱀 한 마리가 침대 위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리면서 전리품(?)으로 이불에 싼 뱀을 보여 주었다.

진정 타임머신이 태고로 돌아갔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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