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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론] 메디케어와 역 선택

오명호/HSC 대표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험에는 두 가지 논리가 숨어 있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역 선택(Adverse Selection)이라는 두 가지의 개념이다. 이 두 가지 논리는 인간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것을 잘못된 정책적 논리로 채택할 경우 정치적으로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도덕적 해이’는 쉽게 말하면, 보험에서 모든 것을 커버해주니 큰 리스크를 가지고 배팅을 해서 요행히 거금을 벌면 그 돈을 보너스로 챙기면 되고 아니면 보험사가 보상해준다는 논리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이 파산했을 경우, 정부 예금보험공사가 개인 예금주에게 그들의 예금을 보상해주니 은행직원들은 예금주의 돈을 위험한 자산에 투자해서 이익이 나면 거액의 보너스를 챙기고 손실의 경우 정부가 보전해준다는 논리다. 따라서 'Too Big To Fail'은 있을 수 없다. 만약 정부가 그 금융기관을 구제금융으로 살려 준다면, 향후에도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논리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뉴욕 26지구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는 보도다. 전통적인 보수색이 강한 공화당 텃밭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물론 신문보도를 통해서 알고 있겠지만, 지금 노년층들이 누리고 있는 의료 복지 혜택인 메디케어를 수정해서 연방지출을 줄이겠다는 ‘공화당 폴 라이언 의원의 안’이 유권자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았다는 결론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건강보험 시장에는 '역 선택'이라는 논리가 작동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지금 사기업인 어느 건강보험 회사가 ‘건강보험’이라는 특정 상품을 개발해서 판매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는 자신이 만든 건강보험 상품이 많이 팔릴 것을 기대한다. 왜냐 하면 수익이 나야 직원봉급도 주고 사무실 렌트도 내고 사장도 한몫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즉 병이 잘나지 않는 젊은이들이 이 상품을 많이 사주어야 하나, 그들보다 병이 날 확률이 많은 나이든 사람들만 이 상품을 산다는 현실이다. 이 결과 사기업인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원하지 않았든 노인들만 이 상품을 사므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꺼꾸로 선택 즉 역선택'이 일어난 셈이다.

그러면 나이든 사람들을 방치해야 하는가. 아니다. 그들을 국가가 보살펴 주어야 한다. 이 것이 바로 미국인들이 자신의 복지 혜택을 법으로 정한 권리 즉 인타이틀먼트(Entitlement)를 말한다.

경제적 논리로 보면, 사기업인 건강보험 회사는 적자를 내지 않아야 하므로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래서 1960년대 초 민주당이 만든 제도 메디케어와 빈곤 계층 특히 어린이들을 돌보아 주는 메디케이드라는 제도가 탄생한 이유다.

물론 이 제도가 세월이 지나면서 연방정부의 거대한 적자를 유발시킨 주범 중 하나로 낙인 찍혀 공화당의 ‘예산 적자 방지 테이블’에 올라 온 것 같고 급기야 폴 라이언의 아이디어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말았다.

미국이 연방 예산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양당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간단한 산수인 수입이 있어야 세출이 있고 세입과 세출은 일치해야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간단한 산수다.

부시 정권 초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더 연장하자는 주장이 공화당의 주장이다. 즉 세수입을 늘리지 않고 지출 항목을 줄여 건전 재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감세연기를 철폐하고 각종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금에 관련된 얘기는 정말 동서고금을 통해 많다. 중국의 고사 '가렴주구(苛斂誅求, 세금을 너무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재물을 무리하게 빼앗음)'도 그만큼 세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세금을 '훔쳐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원 한다'고 생각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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