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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시장 후발주자 애플…그래도 자신만만

잡스, '아이클라우드'로 세번째 승부수
아이폰·패드·아이튠스…수억명 사용자가 큰 자산
출발앞선 구글·아마존·MS…기기·콘텐트서 밀려 고민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세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세상이 또 달라진다"며 내놓은 '아이클라우드'다. 앱스토어를 통한 온라인 마켓 장악 아이폰.아이패드를 통한 모바일 기기 시장 장악에 이은 도전이다.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애플 개발자회의(WWDC). 잡스는 아이클라우드를 첫 공개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애플 기기로든 사용자가 보유한 콘텐트와 소프트웨어(SW)를 마음껏 꺼내 쓰고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게다가 무료다.

잡스는 "지난 10년간 디지털 생활의 핵심은 PC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콘텐트를 여러 기기에 나눠 갖고 다니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입을 열었다. 여기저기 분산된 음악.사진.동영상.문서들을 한 곳에 모으느라 "미칠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클라우드가 해결책이라고 했다. 사용자가 가진 모든 콘텐트를 미리 등록한 최대 10개 기기에 와이파이(무선인터넷)로 자동 업데이트해준다는 설명이다. PC는 옛 위상을 잃어버린 채 '그저 하나의 기기'로 강등될 것이며 그 역할을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킨토시로 PC시대를 연 장본인이 직접 그 시대의 종언을 고한 셈이다.

잡스는 "하드웨어가 뇌라면 SW는 영혼"이라는 말도 했다. 아이클라우드에선 문서작성 도구 같은 SW도 자유자재로 꺼내 쓸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발상이다. 클라우드가 곧 '영혼과 시간과 공간의 공유처'인 셈이다.

사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원조는 구글이다. e메일 서비스인 'G메일'이나 캘린더(일정표) 각종 문서작성 SW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비스한 지 오래다. 매초 쏟아지는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에도 이를 활용한다. 세계 36곳에 있는 거대 데이터센터의 처리 용량을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합치고 분산한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세상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구글의) 클라우드가 열어줄 것"이라고 호언한 바 있다. 최근엔 '최초의 클라우드 컴퓨팅 컴퓨터'라 할만한 '크롬 노트북'을 내놨다. 이 기기엔 비싸고 부피도 큰 중앙처리장치(CPU)가 없다. 8초만에 부팅이 가능하다. 사용자들은 구글 클라우드에 자료를 저장하고 필요한 정보기술(IT) 자원도 거기서 공급 받는다. 온라인 음악.영화 서비스도 곧 시작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 선두기업이다. 이미 4년 전 세계 각지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에서 각종 문서 작업이나 파일 저장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최근엔 음악서비스도 내놨다. 제프 베조스 CEO는 "클라우드가 조만간 핵심사업인 전자상거래만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CEO는 아예 "우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올인 했다"는 발언까지 했다. 직원의 90%가 클라우드 전문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SW 판매사인 MS마저 그와 정반대로 'SW를 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인 클라우드 컴퓨팅에 미래를 건 것이다.

이런 시장 선두기업들이 아이클라우드에 긴장하는 건 애플 생태계의 가공할 잠재력과 파괴력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영화 같은 콘텐트업계와 오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반면 구글.아마존은 아직 단 한 곳의 대형음반사와도 저작권 계약을 맺지 못했다. 아울러 세계 아이폰 사용자는 1억명 앱스토어와 아이튠스 사용자는 2억명에 이른다. 아이클라우드는 이들이 다른 회사 기기나 서비스로 옮겨가지 못하는 '가두리' 역할을 하리란 전망이다.

잡스의 승부사적 기질에 구글을 비롯한 경쟁사 CEO들의 간담이 서늘해졌을 터. IT 영웅들의 '구름 속 혈투'가 본격화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자료나 소프트웨어를 개별 PC가 아닌 대형 데이터센터에 저장해 뒀다가 필요한 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꺼내 쓰는 서비스. PC와 스마트폰 같은 개별 기기는 ‘깡통’처럼 단순 기능만 수행하고 데이터센터가 ‘알맹이’ 역할을 한다.

사용자는 저장장치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인터넷 연결이 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각종 기기로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전 과정이 마치 구름(cloud) 속에 숨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한다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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