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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만난 사람] "젊은 교사들부터 해고하는건 언페어 합니다"

3년째 해고통지서 받은
초등 5년차 교사 이은정씨

이은정(미국명 에린 이)씨. 올해 서른 하나. 5년차 교사다. LA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코헹가 초등학교에서 4학년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핑크슬립(해고통지서)를 받고선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핑크슬립을 받은 게 올해로 3년째다.

앞선 해에는 막판에 구제돼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작년, 재작년 제 바로 밑 연차까지 잘리고 커트라인에 겨우 걸려 구제됐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교육구가 돈이 없어 교사를 해고하게 되면 연차가 낮은, 그러니까 신참 교사들부터 해고 순서를 정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 보니 지금 5년차지만 학교에서 연차로 치면 맨 막내다. 이 학교에선 현재 7명이 핑크슬립을 받아놓고 6월 말 이전에 구제조치가 있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얼마 전 노조와 교육구가 무급휴가 4일을 쓰는 조건으로 합의를 해 해고통지를 받았던 상당수 교사들이 구제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은정 교사는 학교의 막내라서 아직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해고통지를 받아드는 교사치고는 표정이 밝다. “만성이 되어서” 그렇단다. 한국서 중3 때인 15살에 이민와 캘스테이트 노스리지에서 교사 과정인 리버럴 스터디를 전공했다.

만난 사람=이원영 코디네이터·사진=신현식 기자

어머니 영향받아 교직 진출
열악해진 교육환경에 실망
“자부심으로 이겨내려 노력”


-원래 교사가 되려고 했나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어머니를 가까이서 보면서 가르치는 것에 흥미를 가졌어요. 중학교 때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는데 그 분 때문에 교사직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됐습니다. 대학 때 호바트 초등학교에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 그 때 아이들 가르치는 게 너무 재미 있어서 마음을 굳혔죠."

-지금 5년차인데 교사 생활 겪어보니 어떻습니까.

"처음 2년 동안은 너무 좋더라구요. 보람 있는 일 하고 돈도 받는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3년차부터 4~6학년 고학년을 맡으면서 아이들 지도하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래도 힘든 것을 다 상쇄할 만큼 보람이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3년째 핑크슬립을 받았다고 했는데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황당하고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죠. 내가 배운 거 잘할 수 있는 것을 펼칠 꿈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 하더라구요. 내 미래도 걱정되고요."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의욕있는 신참 교사들부터 해고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희들도 물론 언페어(unfair)하다고 생각하죠. 요새는 학생들 가르치는데 컴퓨터나 여러 IT 장비들을 많이 활용하는데 아무래도 젊은 선생님들이 그런 걸 잘하고 아이들도 좋아하죠. 신참 교사일수록 뭔가 새로운 티칭 방법을 시도하면서 학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많이 주려고 합니다. 그런 의욕 넘치는 젊은 교사들부터 해고한다는 건 교육의 질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런 해고 정책을 바꾸려는 시도를 해야하지 않나요.

"억울하긴 하지만 채용될 때 그런 고용조건에 다 서명을 했거든요. 별 다른 방법이 없어요."(이 부분에서 이 교사는 체념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내년이라고 나아질 것 같지 않은데 불안해서 어떻게 일 합니까.

"그러게요. 작년에는 남편의 연고가 있는 버지니아에 있는 학교에 지원한 적도 있어요. 이유를 묻길래 해고될 걱정 때문에 그렇다고 하니까 그곳 교육 당국자들이 어떻게 교사를 해고할 수 있느냐며 깜짝 놀라는 거였어요. 지금도 해고될 경우를 생각해 다른 차터 스쿨 같은 데를 알아보고 있어요."

-교사직 그만 두고 다른 직업으로 바꾼 분도 있나요.

"해고된 젊은 교사들은 아예 간호사 같은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봤고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상황이 안좋아질 바에야 차라리 다른 직업을 구하는 게 낫겠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교직원 줄며 학교 운영 열악
교육당국 고무줄 행정도 문제
“학부모 목소리 내는 것 중요”


-매년 교직원들이 해고되면서 교육 환경도 많이 안 좋아졌겠습니다.

"말도 못해요. 제가 처음에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는 한 반에 20명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31명을 가르칩니다. 관심 분위기 집중도 등을 고려할 때 10명 차이는 정말 커요. 특히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엔 학습 진도에 많은 차이가 납니다."

-교사 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많이 줄었겠죠.

"그럼요. 구내 식당 서브하는 직원들이 줄어서 배식하는데 아이들이 20~30분씩 줄을 서야 하는 건 다반사고요 매일 출근하던 학교 간호사도 지금은 일주일에 3일 나오는데 내년엔 그것도 한번으로 줄어들 거라 합니다. 청소 직원도 없어져서 하루 한번 쓰레기 비우러 오는 게 전부고요 카펫 청소는 1주일에 한번 나옵니다. 아이들이 더러운 카펫에서 뒹구는 모습이 안쓰러워 선생님들이 직접 청소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서관 직원도 그렇고…아휴 모든 부분이 다 안 좋아졌어요."

-교직에 몸 담고 있으니까 교육행정이랄까 이런 데 불합리한 점도 많이 느끼겠어요.

"은퇴한 교사들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은퇴연금이 받던 연봉과 거의 똑같이 나와요. 그렇게 예산이 들어가니 새 교사를 채용할 돈이 없는거죠. 예산 낭비도 많아요. 작년에는 수학 교재를 몽땅 바꾸더니 올해는 영어 교재를 바꿀 모양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럴만한 급한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그런 것보다는 교사 한 명을 더 채용하는 게 훨씬 나을 텐데…. 교육당국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공부시킬 여건은 악화되는데 성적을 향상시키라는 프레셔는 점점 강해지고…교육 당국이 명확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교사인데 그런 인식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이은정 교사는 임신 6개월째다. 곧 아이 엄마로서 학부모 입장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캘리포니아의 미래 교육 여건이 더 걱정스럽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점점 더 힘들어지겠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이들 볼 때도 딱한 마음이 들고요. 마음 만큼 충분히 잘해주지 못하는 환경이 안타깝고요. 학부모님들께 '아이들이 많아 미처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때는 가슴이 아파요."

-앞으로 학부모가 될 텐데 자녀를 LA에서 교육받게 하실건지.

"저는 이런 환경이라면 제 아이를 여기서 기르고 싶지 않아요. 여건만 된다면 캘리포니아를 피해서 공부시키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LA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로서 하기 힘든 말이지만 개인 이은정씨로서 말할수 있는 솔직한 고백으로 들렸다.

어떻게 하면 LA교육 환경이 좋아질 수 있을까 그 방법을 물었더니 한참 생각하고도 고개를 갸웃한다.

"정치와 정책이 바뀌어야 하는데…그 사람들을 바꿀 수 있는 건 유권자들 압력 외에는 없지 않나요. 결국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교육 당국에 항의하고 해당 교육위원들에게 건의하고 제도 개선을 내놓고 목소리를 모으고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야 당국자들이 학부모들을 무서워하고 예산을 정말 필요한 곳에 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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