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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론] 오바마 정부, 시간이 없다

조동호/퀸즈칼리지 교수·사회학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들조차 메디케어 민영화라는 꿈을 공유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공화당 텃밭인 뉴욕주 26선거구의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다. 뉴욕주의 반전은 얼마 전 경기도 분당 보궐선거의 반전만큼 뜻밖의 징후다.

문제는 지난 4월 중순께 하원을 통과한 폴 라이언 2011년 예산법안이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재정위기를 강조하면서 공공서비스 삭감과 감세정책을 골자로 한 예산법안을 파죽지세로 밀어붙였다.

공화당 지지자들까지 발끈하게 만든 조항은 메디케어를 의료서비스구매권 제도(voucher system)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노인층의 의료를 정부가 맡아 책임지는 게 아니라 상품권을 주고 각자 알아서 처지에 맞게 보험도 들고 치료도 받으라는 것이다.

상원 표결을 앞두고 법안 홍보에 나선 공화당 의원들에게 동네 노인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내 메디케어에 손대지마!(Hands off my Medicare!)" 얄궂게도 공화당 의원들은 오마바 정부가 건보개혁을 추진할 때 공화당 내 과격파인 티파티 시위대원들로부터 들었던 바로 그 구호를 돌려받았다.



폴 라이언 2011년 예산법안에 대한 반발이 당내에서조차 거세지면서 공화당 온건파 상원의원들이 이탈했고 최근 상원 표결에서 예산안은 결국 부결되었다.

공화당이 자기 텃밭에서 겪은 패배와 상원의원 이탈은 다가오고 있는 태풍의 맛보기이다. 실업률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가운데, 이제 막 대학문을 나선 졸업생들은 청년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졸업 후를 걱정하고 아직은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미래가 불안하다. 오일과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가계가 위축되고 소비자 지수는 다시 바닥이다. 주택가격도 최저치를 새롭게 갱신했다 한다.

판이 이런데 공화당은 재정적자 해소를 내세워 학자금 보조, 영아 급식, 공립 교육 프로그램 등을 대폭 축소하고 메디케어마저도 민영화하여 공공 보장성을 약화시키려 했던 것이다. 더구나 균형예산을 한다면서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을 지속하여 극소수 부유층과 기업에 무려 3조 달러에 감세 혜택을 안겨주고자 했다.

소수 강자에게 이익을 챙겨주면서 중산층을 포함한 '기타 여러분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정책을, 심지어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들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공화당이 이처럼 자살골에 가까운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은, 최근 티파티 같은 과격세력의 당내 진출로 심지어 레이건이나 아버지 부시가 대표하던 온건파의 입지마저 좁아진 탓이다.

과거의 과격파인 네오콘은 선제공격을 불사한 군사노선으로 미국의 패권을 회복시키려다 좌절했다. 오늘의 과격파인 티파티는 중산층과 빈곤층에 대해 노골적 계급전쟁을 시작했다가 첫 번째 실패를 맛보았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자살골로 덕을 좀 보기는 했다. 그러나 국가의 의제설정에서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은 재정위기론을 앞세운 공화당의 공세에 밀리고 있었다. 연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을 국가 최우선과제로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달이 바뀌면서 슬그머니 재정위기 해소가 마치 국가 최우선과제인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하원을 잃은 탓도 컷겠지만 아직도 백악관과 상원을 가진 민주당이 과감한 경제회복 대책을 내놓지 못한 탓도 있다. 최근 그리스, 영국, 스페인의 대규모 소요 사태는 오바마 정부가 더 미적거릴 시간이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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