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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사람냄새 나는 최고의 선수, 나이스 가이다"

9년째 호흡 맞추고 있는 캐디 앤디 프로저 인터뷰

선수·캐디는 원래 상하관계 엄격
K.J. Choi와는 가족 같은 사이
우승 땐 상금 10% 캐디몫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으로
최소 17만 달러 번 셈


지난달 22일 제주에서 끝난 SK텔레콤 오픈에선 최경주(41·SK텔레콤)가 주인공이었다. 제5의 메이저대회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뒤 곧바로 한국 대회 출전을 위해 금의환향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최경주의 우승까지는 베테랑 캐디 앤디 프로저(59·스코틀랜드·사진)의 도움도 컸다. 프로저를 만나 투어 캐디의 세계를 들어봤다.



“와이프(wife)같다고요? 선수가 옳은 생각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 때 조언을 해주기 때문에 (K.J. Choi가) 그렇게 얘기한 것 같군요.”

최경주의 캐디로 9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앤디 프로저. 그는 최경주의 PGA 투어 통산 8승 가운데 6승을 합작했고, 캐디 경력 31년 동안 42승을 일궈낸 베테랑 캐디다.

‘최경주가 당신에 대해 형 같고 아내 같다고 하던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고 묻자, 프로저는 “‘와이프 같다’는 얘기는 한국식”이라며 피식 웃었다. 그는 “하지만 최경주가 그렇게 얘기했다니 기분 좋다. 집안에서 아내가 그러듯 캐디는 선수가 최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타이밍에 정보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저는 지난달 15일 끝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 홀(파4·462야드)에서 차분하게 경기 운영을 도와 최경주의 우승을 이끌었다. 3라운드까지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했던 최경주가 3번 우드 대신 드라이버를 사용하려고 하자 “그럴 필요가 없다. 1타 차니 마지막 홀에서 파를 하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며 말렸다. 18번 홀에서 버디를 한 데이빗 톰스(미국)와 연장전을 치렀지만 그래도 우승은 최경주의 몫이었다.

“지난해 이 홀에서 최경주는 1~3라운드까지 우드 티샷을 했다. 그런데 마지막날 맞바람이 불자 거리 손실을 우려한 나머지 드라이버 티샷을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볼이 바람에 밀리면서 워터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프로저는 이번 대회 마지막날 드라이버를 잡으려던 최경주를 성난 아내처럼 뜯어 말렸다.

캐디 입장에선 기량이 뛰어난 선수의 캐디를 하고 싶어하지만 선수는 반대로 빠른 판단력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캐디를 원한다. 프로저는 “선수가 캐디의 정보를 신뢰하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많은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나 캐디나 특정 홀에서 안 좋았던 경험이 있게 마련이다. 캐디는 다른 전략을 세워 선수가 그 홀에서 나빴던 기억을 없애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프로저가 생각하는 캐디의 역할론이다.

“최경주는 내가 일하는 골프 세계에서 만난 선수 중에 ‘사람 냄새’가 나는 최고의 선수다. 한마디로 나이스 가이(Nice guy)다. 그래서 동생 같고 가족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인간적인 감정들이 쌓여 최경주와는 캐디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

프로저는 캐디에겐 ‘3Up’의 원칙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제 시간에 나타날 것(Show Up), 둘째는 경기 중에 재빨리 선수를 쫓아와 다음 샷 준비를 하고 있을 것(Keep Up), 셋째는 선수에게 (특히 클럽 선택과 관련해)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 것(Shut Up)이 그것이다. 인내심이 없으면 캐디의 역할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최경주와 프로저는 가족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많은 선수와 캐디는 이처럼 수평적이지 않다. 보스(선수)와 부하(캐디)의 수직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보스의 한마디에 직장을 잃기도 한다. 투어 무대에서는 ‘어떤 캐디가 내일 해고될 것이라는 것을 그 자신만 빼고 모든 캐디가 다 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캐디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 단적으로 ‘노(No)’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차적인 클럽 선택은 선수의 몫이고, 캐디는 그 선수의 조언 요청에 답할 뿐이다. 프로저는 “캐디는 용기로 하는 게 아니다. 선수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선수와 언성을 높이면 ‘실직’으로 이어진다. 또 선수 못지않게 잦은 부상에 시달려야 한다. 4라운드 경기라면 통상 연습라운드 1회에 프로암까지 합해 주당 6라운드(라운드당 7~8㎞)씩 총 48~50㎞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kg 안팎의 무거운 골프백을 메고 걷기 때문에 고질적인 허리부상에 시달린다. 더 큰 애환은 실수다.

프로저는 2003년 9월 유러피언투어 독일 마스터스에서 최경주를 처음 만났을 때 한 가지 사실을 숨긴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오른쪽 어깨에 골절상을 입었는데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골프백을 왼쪽 어깨에 메고 나가면 될 것 같았다. 처음 3개 홀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오른쪽 어깨의 통증 때문에 더 이상 백을 메고 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최경주에게 사정을 얘기한 뒤 끄는 카트를 구해 4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프로저는 결국 이 대회에서 최경주가 우승을 했지만 이 같은 캐디의 모습은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다음은 이미 다 알려졌지만 PGA 투어 캐디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최악의 캐디 실수 사례’로 꼽히는 얘기다.

1999년 영국 카누스티에서 벌어졌던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홀. 캐디 크리스토프 앤지오리니는 장 방 드 벨드(프랑스)에게 어프로치 샷을 2번 아이언으로 하도록 권유했다. 그 홀에서 6타만 기록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이 프랑스 선수는 7타를 잃는 바람에 결국 연장전에 나갔다가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날려버렸다.

캐디의 보수는 어떨까. 전문 프로 캐디는 주급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따로 받는다. 평균 주급은 1000달러 정도이고 톱클래스 캐디의 주급은 1200~1300달러 정도 된다. 여기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우승 때 10%, 톱5 진입 때 7%, 예선통과 때 5%)를 별도로 받는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PGA 투어 단일 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171만 달러였다. 일반적인 관례로 비춰볼 때 프로저는 이번 우승으로 최소한 상금의 10%인 17만 달러를 번 셈이다.

웬만한 프로골퍼보다 돈을 많이 버는 ‘황제 캐디’도 있다. 타이거 우즈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다. 그의 연봉은 150만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캐디의 수입은 선수의 경기력과 직결돼 있다. 성적에 따라 수입도 요동친다. 캐디들은 또 교통비와 숙박비 등 모든 경비를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캐디들끼리 카풀을 하여 이동하고 싼 모텔을 이용하면서 경비를 절약하기도 한다.

캐디 프로저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경주의 우승을 도우면서 어떤 명예를 얻었을까. 그는 “K.J Choi는 ‘월드스타’에서 ‘슈퍼스타’로 도약했고 나는 캐디로서 ‘그레이트 아너(Great honor)’의 영예를 안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번의 영광스런 자리가 남아 있다”고 했다. 5년 안에 최경주와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을 합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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