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론] 김정일의 '센티멘털 저니'
이길주/버겐커뮤니티칼리지 교수
1945년 발표 돼 크게 히트한 도리스 데이(Doris Day)의 ‘센티멘털 저니(Sentimental Journey)’의 1, 2절 노랫말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차를 이용해 장장 6000Km(약 3800마일)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의 이번 방북은 ‘센티멘털 저니’ 그 자체였다. 북한과 중국간의 역사적 추억을 되새기는 여정이었다.
기차여행이란 방식 개념 자체부터 그렇다. 잘 알려진 대로 마오쩌둥(모택동)은 중국 내 여행에 열차를 이용했다. 마오의 여행에는 ‘일정’이란 개념이 없었다. 불면증에 시달렸던 마오를 실은 열차는 그가 잠에 들면 언제 어디서든 멈춰서야 했다.
그 때 해당 철로의 이용은 전면 중단되었다. 좀 과장해 중국의 철도 시간표는 불면증 환자 마오의 예측불허 취침시간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었다. 마오의 열차행렬 때문에 수만의 인민이 한정 없이 발이 묶여야 했다. 중국 대륙을 그야말로 제집처럼 돌아다닌 김 위원장의 열차여행은 마오 시대에 뿌리를 둔 북·중 혈맹관계에 대한 추억이고 서비스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이 추억에 북한의 미래를 걸고 있다. 국경을 넘은 그는 먼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혁명 유적을 시찰했다. 중국과 북한의 혁명적으로 한 뿌리를 상기시킨 일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틀 후 양저우에 나타난다.
양저우는 장쩌민(강택민) 전 국가주석의 고향. 1991년 장 주석과 김일성은 이 곳에서 만나 뱃놀이를 즐기면서 북·중 관계를 돈독히 한 바 있다. 이 둘에 대한 역사적 추억에 힘입어 김정일이 자신의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보여진다.
김정일의 이번 ‘센티멘털 저니’의 효과는 더 두고 볼 일이나 기대만큼의 성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중국의 “상호 이익이 되는 경협”의 확대 제안은 일단 민생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길 바라는 북한의 요구의 수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3대 세습에 대한 중국의 지지입장에도 진일보한 면을 찾기는 어렵다. 북한의 생존은 ‘센티멘털 저니’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앞에 언급한 ‘센티멘털 저니’의 목적지는 화려하고 넓은 밖의 세상이 아니라 바로 고향이다. 다음은 이 노래의 마지막 절이다.
'내 마음이 이렇게 사무칠 줄 몰랐네(Never thought my heart could be so yearny)/ 왜 그렇게 방황을 했지?(Why did I decide to roam?)/ 추억의 여행을 떠나야 해(Gotta take that Sentimental Journey)/ 고향으로 가는 추억의 여행을(Sentimental Journey home).'
이 노랫말대로 북한이 살아갈 길은 우리민족의 삶의 터전 한반도 내에서 찾아야 한다. 밖으로 나다녀 봐야 뾰족한 수는 없다. 타민족의 원조와 지지로 일어선 나라와 민족은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추억 여행에서 얻은 결론이기를 바란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