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흔들리는 전국 3위 규모…상권 활성화 나서야"
가든그로브 한인사회의 현주소와 미래…'이대로는 안된다' 좌담회
디즈니랜드 관광객 유치하고 명문고교 육성토록
〈참석자:가나다순>
김진정 상의 회장
박동우 도시계획위 커미셔너
한시헌 한인회 수석부회장
가든그로브 한인사회에 최근 새로운 화두가 던져졌다.
'한인인구 급감'이다. 상당수 가든그로브 한인들은 최근 공개된 2010 연방센서스' 결과에 대해 "그 정도로 많이 줄었을 지는 몰랐다"며 적지 않은 충격을 드러내고 있다.
2000년 센서스에서 6240명을 기록한 한인 인구는 지난 해 센서스에서 5717명으로 감소했다. 2006년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에서 8287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년 사이 2570명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 수 년 동안 한인상권이 침체를 겪는 동안 베트남계 상권은 한인타운 잠식을 우려할 만큼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인인구 급감' 보도를 접한 가든그로브 한인단체 업주들은 상당한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특히 전국 3위 규모의 한인타운을 일궜다는 데 강한 자부심을 느껴 온 일부 올드타이머는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 커뮤니티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지는 25일 OC한인회관에서 가든그로브의 정치 경제 한인단체 실정에 밝은 한인 3인과 '가든그로브 한인사회의 현주소와 미래'를 주제로 난상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인회 한시헌 수석부회장 한인상공회의소 김진정 회장 시 도시계획위원회 박동우 커미셔너는 가든그로브 한인사회가 활력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포함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한인인구는 정치적 발언권 상권 단체 활동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가든그로브 한인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한시헌 OC한인회 수석부회장(이하 한)=인구가 줄면 국력도 쇠한다. 인위적인 인구 증가 노력엔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대책과 발전 계획을 마련해 한인인구를 늘려야 한다. 지금 한인타운의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 가운데 다수가 10년 20년 전부터 한인사회를 위해 애써온 분들이다. 젊은 층이 꾸준히 단체에 유입되지 못하는 이유 중엔 한인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이 적은 탓이 크다고 본다.
▶김진정 OC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하 김)=한인인구 감소는 한인상권에도 악재다. 단 가든그로브는 유동인구가 많아 상주인구 감소에 따른 타격을 실제보다 체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런 특성을 잘 감안해 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예전 한인단체장들은 시 관계자와 교류도 많았고 발언권도 셌다. 지금은 시와의 유대나 단체 영향력이 이전만 못한 것 같다. 타인종과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박동우 가든그로브시 도시계획위원회 커미셔너(이하 박)=오렌지카운티에서 한인 시의원이 가장 먼저 나온 곳이 가든그로브다. 정호영 전 부시장은 주 하원에 도전할 정도였다. 그 때와 비교하면 정치력은 바닥 수준이다. 선거 때 한인 후보가 나설 엄두도 못 낸다. 요즘은 많은 한인단체장 관계자들이 어바인이나 풀러턴에 살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모두 가든그로브를 떠난다.
-한인 인구를 늘릴 좋은 방법이 있는가.
▶김=한인은 학군이 우수한 지역에 밀집 거주한다. 가든그로브에 명문고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가든그로브 고등학교를 예로 들면 학생 중 거의 대다수가 소수계이다. 전국에서도 소수계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로 꼽힌다. 학교 학군의 질은 주민들의 교육과 생활 수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기존 학교를 명문으로 육성하긴 어렵다. 우수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들어올 수 있는 학교를 신설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박=한인사회만의 노력으로는 어렵고 시 정부와 교육구의 협조를 얻으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재 시에 7개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학생 수 500명쯤 되는 특수학교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바인 풀러턴처럼 가든그로브에도 명문학교가 생기면 한인 인구는 저절로 늘어나게 돼 있다.
-한인 거주지로서 가든그로브의 장점은 무엇인가.
▶한=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난 이후 연령층 특히 노인에겐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이 편리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다. 주거 비용이 싸고 한인마켓 식당부터 시작해 모든 업종의 한인업체가 가까운 거리내에 밀집돼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노인회도 있어 또래들과 어울리기도 좋다. 이런 장점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김=대규모 한인상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상권이 활성화되면 인구도 따라서 늘 것이다. "장사를 잘 하려면 집과 가까운 곳에 가게를 내라"는 말이 있다. 한인타운에 업주 종업원이 늘면 그들이 일터 가까운 곳에 거처를 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시가 추진 중인 한인타운의 조닝 변경에도 기대가 크다. 가든그로브 불러바드에 주상복합 건물이 늘어나면 한인 인구를 늘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상권 활성화가 한인 인구 증가의 지름길이라고 본다.
-한인타운 자체를 브랜드화해 인근 디즈니랜드 관광객을 유치할 방법은 없는가.
▶박=가든그로브 하버 불러바드의 호텔 객실 수가 4000개가 넘는다. 그에 따른 세수가 연 1000만달러 이상이다. 이렇게 엄청난 수입원인 디즈니랜드 관광객을 한인타운으로 끌어들이면 상권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의 베트남계 커뮤니티는 상공회의소와 함께 해마다 '리틀 사이공의 맛' 행사를 열어 많은 수익을 올린다. 대절한 리무진에 고객을 태워 주요 식당 업소를 도는데 녹음된 메시지를 통해 각 업소의 메뉴 취급 품목을 알려 준다. 시식을 통해 다양한 베트남계 음식을 맛본 고객은 또 다시 그 곳의 식당을 찾게 된다.
▶김=적당한 한인업체들을 묶어 할인 쿠폰이 담긴 홍보물을 만든 뒤 디즈니랜드 인근 호텔에 배포하면 좋을 것 같다. 호텔 투숙객들이 불과 4 5마일 거리인 한인타운을 찾아 한식을 즐기고 한국 특산품 토산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면 새로운 고객층이 생길 것이다. 필요하다면 베트남계 상공회의소와 협조해 한인타운과 리틀사이공을 패키지 관광상품으로 엮을 수도 있겠다.
▶한=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추진하고 실행에 나설 확고한 주체가 있어야 한다. 한인단체와 업소들이 지혜를 모으고 가든그로브 시 상공회의소와도 협조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고객이 충분히 늘면 한인타운과 디즈니랜드 인근 호텔을 잇는 셔틀버스 운행도 가능할 것이다. 잘만 되면 한인상권에 획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
-가든그로브 한인사회의 미래를 전망하며 토론을 마무리해 달라.
▶김=가든그로브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앞으로 가든그로브는 LA한인타운을 닮아가든 지 롤랜드하이츠와 유사해지든 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LA한인타운은 대규모 한인타운으로서 지위를 굳혔고 롤랜드하이츠는 타인종과 한인이 공존하는 형태를 보인다. 상가에 들어서면 업소의 반은 한인이 나머지 반은 중국계가 소유하는 식이다. 내 생각엔 가든그로브는 한인이 베트남계와 공존하며 롤랜드하이츠와 유사해질 가능성이 높다.
▶박=인위적으로 인구를 늘리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한인타운의 발전도 없다. 가든그로브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가든그로브가 카운티 중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가든그로브만의 장점을 살려 상권을 특화하면 카운티 북부와 남부 한인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상권을 활성화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인구도 늘 것이다.
▶한=베트남계의 인구 증가와 세력 확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베트남계 인구 증가가 필연이라면 그들을 고객이자 정치적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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