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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영문판 번역 장태한 교수…그의 숨겨진 발자취 살려 한 자 한 자 번역했죠"

김영옥 연구소 첫 프로젝트

한글 감정 살리기 위해
꼬박 2년 고민 끝 결실
영어 더 편한 청소년에게
정체성·자신감 줄 수 있어


장태한(55.사진.UC리버사이드) 교수는 '김영옥 홀릭(holic)'이다.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 소장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005년 첫 출간된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지은이 한우성)'을 직접 영어로 번역 지난달 영문판 김영옥 전기를 선보였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 김영옥을 다시 만났다.

- 영문판 제목이 소리 없는 영웅(Unsung Hero)이다.

"김영옥 대령은 우리에겐 아직 낯선 영웅이다. 아니 우리에게만 알려지지 않은 영웅이다. 김 대령은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최고의 전쟁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그에게 헌정된 영화(잊혀진 동맹: Forgotten Valor 2001)도 있다. 숨겨진 그의 발자취를 찾아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번역했다."



-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전쟁을 반대한 전쟁영웅의 이야기다. 전쟁을 배경으로 인종차별.정체성.사랑.젊음 등이 녹아있다. 특히 항상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던 김 대령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스케일이 크다. 사실 전쟁이 배경이라 남성독자가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정반대였다(웃음)."

- 책을 번역하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꼬박 2년이 걸렸다. 한글에서만 느껴지는 감정을 살리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또 군대용어.지명.전쟁자료 등이 너무 방대해 처음엔 엄두가 잘 안 났다. 그래서 두께를 줄였다. 처음부터 나는 쉽게 읽히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것이 한인 2세와 타인종 독자들에게 인간 김영옥을 더 잘 알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 영웅이란 칭호는 과장 같다.

"(크게 웃으며)이 질문은 거의 매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김영옥 대령에 대해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영웅이란 단어를 막 붙여도 되냐' '그렇게 대단하면 왜 우리는 지금껏 몰랐느냐'라는 등 따지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 대령이 이순신 장군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전쟁에선 한없이 강한 군인이지만 두 분 다 인간을 사랑했다. 화려한 전력만 이야기한다면 김영옥 대령은 뛰어난 군인일 뿐 영웅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전쟁 중에도 고아들을 돌보고 평생 약자와 함께했다. 영웅이란 모두를 위한 사람이다. 김 대령은 그런 사람이었다."

- 김영옥 대령과의 첫만남 기억하고 있나.

"1982년도다. 난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대학생이었고 김 대령은 비영리단체인 '유나이티드 웨이'의 자원봉사자였다. 후줄근한 모습이 마실 나온 할아버지로 보여 전쟁영웅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분은 늘 앞에 나서는 것을 피하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김 대령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계셨다. 한국전쟁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평생 조용히 봉사하며 살 것이라는 약속을."

- 사회봉사자로서 김 대령은 어땠나.

"열정적이었다. 특히 소수민족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이라크 전쟁 중에는 반대 서명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인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묻자) LA한인타운에 있는 건강정보센터(KHEIR).한인청소년회관(KYCC).한인연합회.한인가정상담소.한미박물관 등은 김 대령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발이 닳고 귀에 딱지가 내려앉도록 지역 정치인들을 설득했다."

- 최근 한국에서 김 대령 관련 뉴스가 많다.

"지난 3월 한국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김영옥 대령이 수록됐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도 속속 촬영되고 있다. 김 대령은 이제 잊혀진 전쟁영웅이 아닌 자랑스러운 한인이다. 그의 유지를 받든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기쁘고 보람차다. 그분도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 책을 통해 배운 점이 있나.

"여러 번 읽고 또 읽고 고쳐쓰기를 반복하며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계속 '나는 누구인가?' 같은 원초적인 질문을 되뇌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미국인과 그 뿌리 문화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이웃을 돌아보는 김 대령과 나를 비교하며 괴롭기도 했다(웃음). 앤지(딸)에게 "아빠는 네가 김영옥 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자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인가.

"당연하다. 내가 번역을 맡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미국땅에서 태어난 내 딸에게 한인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가르치고 싶었다. 영어가 더 편한 한인 2세 청소년들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큰 혼란을 겪는다. 둘 사이에 낀 샌드위치처럼 중간에 머물게 된다. 미국사회에서 한국의 뿌리를 지킨다는 것은 말처럼 쉽진 않다. 이 책에서 김 대령은 '난 100% 한인인 동시에 100% 미국인'이라는 말을 한다. 둘 다 최선을 다해 지키겠다는 뜻이다. 나약하고 쉽게 지치는 우리 자녀들에겐 이런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것이 정체성이고 자신감이다."

- 인간 김영옥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그의 삶 자체가 매력적이다. 그는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미국에서 태어나 내전 중인 모국에 제 발로 찾아갔다. 전쟁중 입은 상처로 40번도 넘는 대수술을 치렀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양면적인 면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남자의 순수한 이면이 좋다. 수 없이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여자와 아이들을 울리는 전쟁이 싫다고 확고히 말하는 그의 뚝심이 멋지다."

- '김영옥 알리기'는 계속 되나.

"책 출판은 연구소가 성공시킨 첫 프로젝트다. 1일 오후 6시 LA한인타운 김영옥 중학교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누구나 참석 책을 구입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딴 학교와 연구소 책이 한자리에 모인다니 생각만 해도 기쁘다.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제 2의 김영옥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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