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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온경의 책세상] 자상하고 온화한 할머니의 추억

제목: Halmoni and the Picnic (할머니와 소풍)
저자: Sook Nyul Choi
삽화: Karen Milone Dugan
출판사: Houghton Mifflin
출판연도: 1993년
장르: 그림책
추천연령: K~4학년


'할머니' 하면 필자가 어릴 때 아주 좋아했던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방학 때 할머니 댁에 가면 약과와 진달래꽃을 얹은 찹쌀떡을 만들어 주셨다. 겨울에는 땅 속에 묻은 항아리에서 얼어붙은 얼음을 깨고 동치미무를 꺼내 얇게 썰어 차가운 동치미물에 담가 상에 올려 주셨다. 추운 날씨에 손녀를 입히시려고 할머니는 당신의 연보라색 울스웨터를 풀어 바지로 만들어 주셨는데 그 연보라색 편물바지의 온기가 아직도 기억에 따스하게 남아 있다.

많은 사람이 할머니에 대한 따스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최양희씨의 'Name Jar(이름항아리)'에 나오는 주인공 은혜의 할머니는 손녀가 미국으로 이민갈 때 공항에서 손녀의 한글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손에 쥐어 주시며 너의 한국이름을 잊지말라고 하신다. 미국사람들이 발음하기 힘든 자신의 한국이름 '은혜' 대신 미국이름으로 바꾸려 했던 은혜는 할머니의 격려에 힘입어 자신의 한국이름을 간직하기로 마음먹는다.

'할머니와 소풍'에 나오는 윤미의 할머니는 미국에 살러 오신지 이제 두 달이 되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이곳 물정에도 서툴러 바깥 출입을 별로 안하신다. 학교에 갔다 돌아온 윤미와 대화하는 것이 할머니의 유일한 낙인데…. 윤미의 미국친구들은 아침 등굣길에 할머니에게 '굿모닝' 하면서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는 영어를 못해 대답을 할 수 없지만 고맙다는 인사로 웃으며 과일을 건넨다. 친구들은 말은 통하지 않지만 윤미 할머니의 마음의 선물을 생큐하며 감사히 받는다.



어느날 윤미의 학교에서 소풍을 가게 되었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소풍을 갈 때 각 학급마다 샤프론으로 학부모가 따라가게 되는데 윤미의 미국친구들이 할머니를 모셔오라고 성화다. 윤미의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소풍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인 김밥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신다. 윤미는 조금 걱정이 된다. 김밥을 본 적이 없는 미국아이들이 김밥을 보고 뭐라고 할까. 할머니는 영어를 잘 못하시고 옷도 한복을 입으시기 때문에 급우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도 조금 되는데….

소풍날이 되어 할머니는 익숙한 솜씨로 김밥을 싸기 시작하신다. 전 학급이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김밥을 싸들고 집을 나서신다. 드디어 소풍을 왔다. 할머니는 손녀의 친구들에게 웃으며 김밥을 권한다. 한 아이가 먹고 좋아하자 너도 나도 할머니 앞에 와서 입을 제비처럼 벌린다. 모두들 '할머니 원더풀'이라고 칭찬하자 할머니는 수줍게 웃으신다. 윤미는 할머니가 영어도 못하고 생김새도 남들과 다르다고 걱정했던 것을 후회한다. 자기의 선생님과 급우들에게는 할머니의 영어솜씨와 옷차림은 큰 문제거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할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의 소풍은 대성공이었다.

5월 아시아 태평양 문화유산의 달을 맞이하여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김밥이며, 한복이며, 자상하고 온화하신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자랑스러운 한국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곳에서 출판된 지 이미 18년이 흘렀지만 이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미국에서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이 조상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덕인 겸손, 친절, 베품, 침착성 등을 이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로부터 배우고 몸에 익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민 1세인 우리 부모들은 앞세대의 장점들을 이어받아 다음세대에 전해 주어야 한다. 과거가 없이는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이는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이민 1.5세, 2세들은 이민 1세들이 조국에서 가져온 경험과 그들의 DNA에 스며있는 지혜와 미덕을 배우고 간직하며, 또 그 다음세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또 이민 1세들은 1.5세, 2세들의 꿋꿋한 기상을 칭찬하고 격려해 주어 그들이 한국인의 후예로서 모든 장점을 고루고루 갖춘 전인격적인 코리안 아메리칸이 되도록 격려해주어야 하겠다.

지난 월요일 스타이브슨트 고교생 60여 명이 참가한 제5회 놀이마당에서 이곳에서 태어나 한국말도 잘 못하지만 사물놀이, 태평무 등 한국의 춤과 음악 등 멋진 공연을 보여 준 학생들에게서 한국의 얼과 문화유산을 계승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놀이마당이 이곳 저곳에서 많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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