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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 인구 3억중 600만명>의 힘…미국 움직이는 '제2 이스라엘 외무부'

오바마도 달려온 미 최대 로비단체 AIPAC 총회 가보니

23일 오후 4시30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컨벤션 센터. 1만 명이 넘는 사람으로 붐볐다. 장년에서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가 섞여 원하는 세미나실을 찾았다. 센터 곳곳에선 '핵무장 이란과 아랍세계' '이집트 혁명과 이스라엘' '미 의회의 대외정책' 등 다양한 주제로 전문가들의 강연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간혹 동그란 유대 전통 모자(키파)를 쓴 남성들이 보였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이자 자생적 풀뿌리 조직으로 알려진 미.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의 연례 총회 모습이다. 미 전역에서 날아온 AIPAC의 핵심 회원 1만 명 대학생 회원 3000명이 22일부터 사흘 동안 머리를 맞댔다. 회의장 사방에 설치된 대형TV에선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 영상들이 반복 상영됐다.

 이날 밤 존 베이너(John Boehner.공화당)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Harry Reid.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연회장을 찾았다. 베이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결속을 강조하며 양국관계를 '궁극의 동맹(ultimate ally)'이라고 불렀다. 총회 동안 행사장을 찾은 미 상.하원 의원은 300명이 넘었다.

 하루 앞서 22일 개막식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참석했다. 19일 대국민 연설에서 '1967년 이전 국경선' 발언으로 이스라엘의 반발을 불렀던 오바마는 "입장이 잘못 전달됐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전쟁 승리로 얻은 영토를 반환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며 양국 동맹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한 소수민족의 행사에 대통령과 하원의장 중요 정치인들이 줄줄이 달려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례적인 일을 연례 행사로 만든 600만 유대계 미국인의 힘은 저절로 생겨난 게 아니었다. 50년 역사를 넘긴 AIPAC의 치밀한 전략이 있었다. 컨벤션센터 곳곳에 설치된 대형 현수막들은 이스라엘을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중시했다.

 현장에서 만난 뉴욕한인유권자센터의 김동석 소장은 "이스라엘 문제를 미국시민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세련된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AIPAC의 거의 유일한 동아시아계 회원이다. "성공한 유대인 사회의 전략을 배워 한인사회에도 적용해 보려고 1999년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AIPAC는 모든 미국 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매년 총회에 전 세계 각국 대사들도 초청한다. '그들만의 리그'로 비춰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절대 다수가 유대계다.

 행사를 주도한 리 로젠버그(Lee Rosenberg) 현 의장은 유대계 이민 2세로 온라인 미디어업계의 실력자다. 시카고 출신인 그는 2002년 일리노이주의 젊은 상원의원 오바마와 인연을 맺었다.

오바마를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데려간 인물도 그다. 로젠버그가 오바마 정부에서 4년 임기의 AIPAC 의장이 된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라고 김 소장은 전했다. AIPAC는 미국 대선 1년 전에 새 의장을 선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민주-공화당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난 시점에서 당선 유력 후보와 가까운 사람을 대표로 내세워 AIPAC에 우호적인 대통령이 탄생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정부 때의 AIPAC 의장은 부시와 같은 텍사스 출신이었다. AIPAC는 초당적인 조직으로 어느 한 당에 치우치지 않는다. 공화당의 에릭 켄터 하원 원내대표는 버지니아 AIPAC 민주당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시카고 AIPAC 출신이다.

 이번 행사를 포함해 10번째 AIPAC 총회에 참석한 김 소장은 "AIPAC 조직은 435개 연방 하원 선거구에 맞춰 결성돼 있으며 분임토의 시간에 의원을 만나는 법 법안을 설명하는 법 등 합법적인 로비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총회 마지막 날 1년 동안 AIPAC의 주장에 우호적인 입법활동을 벌인 순서대로 하원 의원 200명의 명단을 발표해 의회에 공개적인 압력을 행사한다"며 "이러니 미국이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펴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본 젊은이들은 상당수가 대학생이었다. AIPAC 관계자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미 전역의 280개 대학 학생회 간부들을 무료로 초청했다"며 "점차 흐려지고 있는 젊은 층의 (유대계) 정체성을 유지하는 교육활동에 전체 예산의 68%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AIPAC의 또 다른 힘은 회원들의 기부를 바탕으로 한 돈이다. 한 AIPAC 회원은 "최근 AIPAC 조직에서 자신의 재산 전부 또는 일부를 AIPAC에 상속하겠다는 유언장 만들기 붐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대인의 힘이 어떻게 조직되는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로비 쉽게 하원 선거구 단위로 조직 결성

미.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의 연례 총회에선 때때로 북한 문제가 거론된다. 이스라엘과는 전혀 관련 없는 듯한 이 문제가 등장하는 것은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연계 의혹 때문이다.

이란의 핵 무장은 이스라엘의 안보와 직결된다. 올해 총회에서는 중국계 여성으론 처음으로 존스홉킨스대의 크리스티나 린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주제는 '중국 정부의 외교정책 분석'.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의 입장이 이스라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모습은 AIPAC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스라엘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AIPAC는 1953년 유대계 미국인들이 미국 정부의 정책이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향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했다. 미 정부나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제2의 이스라엘 외무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의회 로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435개 하원 선거구를 중심으로 조직이 결성돼 있다. 지부 사무실은 125개 회원은 10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 회원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연례총회는 68년 처음 열렸다.

AIPAC의 전략 10계명

1. 이스라엘 편들기 대신 미국·이스라엘 우호를 앞세워라
2. 의장을 미 대선 1년전에 선출해 차기 대통령을 우호세력으로 만들라
3. 하원 선거구 단위로 조직 결성해 의원을 마크하라
4. 회원들은 의원을 만나 법안 설명하는 법을 익혀 합법적으로 로비하라
5. 젊은 회원들의 소속감 높이기 위해 대학생 조직에 돈 쓰는 걸 아까워 말라
6. 유대계 전문가 동원해 국내외 현안을 분석하고 이스라엘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파악하라
7, AIPAC에 유산 남기기 운동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라
8. 매년 AIPAC에 우호적인 의원 순위 명단을 공개해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라
9. ‘개인 위주로 가면 망한다’를 명심하고 조직을 앞세우는 문화를 만들어라
10. 미국 시민에게 문호 개방하고 총회에 각국 대사를 초청해 ‘우리만의 잔치’가 되지 않게 하라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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