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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무신론자 '신의 존재' 공방전

무신론자들 빌보드 설치
철거까지 성경공부 모임

24일 오후 7시 웨스트민스터의 비치 불러바드와 19가 교차로.

10여 명의 사람들이 대형 광고판(빌보드) 아래 모여 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의 뒤편으로 보이는 '성경 공부'(Bible Study)란 문구가 적힌 피켓이 모임의 목적을 알려주고 있다.

이들이 거리에서 성경 공부에 나선 이유는 최근 한 무신론자 단체가 '신은 없다'는 내용의 대형 광고판(빌보드)을 이곳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빌보드엔 '신을 믿지 않는가'(Don't believe in God)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란 문구가 적혀 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신의 존재' 여부를 놓고 이색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든그로브에 거주하는 헨리 롱브레이크가 주도하는 성경 공부 모임은 지난 11일부터 매일 저녁 모임을 갖고 있다. 롱브레이크는 성경 공부를 시작하며 언론매체들에 "무신론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 권리를 존중하는 대신 기독교인들도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빌보드가 철거될 때까지 모임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중년의 백인 남성에게 모임에 참여한 이유를 물어 봤다. 자신을 제임스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저 빌보드를 봐라.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무신론자들이 빌보드를 설치하는 것은 자유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솔직히 기분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빌보드를 설치한 주체는 전국의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인본주의자들의 연합체 '이성을 위한 연합'(Coalition for Reason.이하 이성연합) OC지부다. 지부는 지난 4일 6450달러를 들여 빌보드를 설치했다.

2008년 워싱턴DC에서 태동 전국 조직으로 확산된 이성연합의 회원 브루스 글리슨(빌라파크)은 24일 레지스터 온라인판에 실린 인터뷰에서 빌보드를 설치한 이유에 대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 미국에만 수백만 명"이라며 "특정 신이나 종교를 겨냥한 캠페인은 아니며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빌보드는 설치된 직후부터 화제를 낳았다. 특히 웨스트민스터는 카운티 도시 가운데 최초로 '인 갓 위 트러스트'(In God We Trust)란 문구를 시의회장에 내건 곳이기도 하다.

종교를 가진 이들 특히 유일신교를 믿는 이들은 빌보드의 존재에 대해 무시하거나 불쾌함을 드러내면서도 무신론자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며 점잖은 대응을 보이고 있다.

카운티 일부 도시들이 시의회장에 '인 갓 위 트러스트' 문구를 내거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던 마지 라이스 웨스트민스터 시장은 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운전하며 빌보드를 지날 때 마다 뱃속이 거북하다. 내게 권한이 있다면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 말로 편치 않은 속내를 드러냈다.

이성연합은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익명의 독지가에게 도움을 얻어 2008년부터 전국 각지에 무신론 빌보드를 설치해 왔다. 최근엔 웨스트민스터 뿐만 아니라 새크라멘토를 비롯한 가주 도시들과 델라웨어 오클라호마 텍사스 유타 워싱턴 미주리주 등에도 같은 내용의 빌보드를 설치했다. 현재까지 빌보드 훼손 사례는 새크라멘토와 디트로이트에서 3건이 보고됐다.

이성연합 프레드 에드워즈 디렉터는 레지스터측에 웨스트민스터 빌보드가 메모리얼 연후 이후 곧 철거될 예정이라고 밝히는 한편 빌보드 아래에서의 성경공부 모임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 요구에 대한 대답은 더 많은 의사 표현"이란 말로 빌보드 설치 목적이 부정과 배척이 아닌 토론의 확대임을 강조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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