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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론] 훌륭한 지배구조

오영호/HSC 대표

영국의 대학은 미국과는 달리 경제학을 단순히 경제학(Economics)이라 부르지 않는다.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ics)이라 부른다. 즉 미국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여 학문적으로 연구하는지 몰라도, 필자의 지식으로는 유럽은 정치학과 경제학을 따로 분리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은 데 아직 정확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짐작할 수 밖에 없다. 분명 케인즈의 1936년 ‘화폐와 이자, 고용에 관한 일반이론’이 발표된 후부터 경제 주체 중 하나인 정부의 시장 내 부족한 유효수요 창출이론을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받아들여 대공황을 극복한 이후부터 정부의 시장개입이 일반화 된 역사적 사실이 있다.

과거에는 즉 아담 스미스 이후, 국가는 시장이라는 판을 벌리고 시장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경제행위를 하게끔 만들면 된다라는 믿음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국가는 시장에서 반칙을 하는 시장 참여자에게 휘슬을 불고 벌칙만 가하면 되지 정부라는 빅브라더가 시장에 들어와 감내라 배내라 하면 안 된다는 사상 즉 자유방임 자본주의가 대세였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도 그 이론을 신주 받들듯 받드는 사람들도 꽤 있다.

자! 지금 한 번 생각을 해보자. 인류의 최고 발명품인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가 경제성장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한 번 알아보자는 얘기다. 이 주제는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는 경제학자들의 연구과목이었으나 아주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여서 섣불리 선택하기 어려웠든 주제였다.

그러나 지금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자, 과연 중국은 지금의 일당 독재체제인 국가자본주의가 계속 인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갈 수 있을런지 즉 절대빈곤은 벗어났지만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한 번 찾아 보자는 얘기다.

지난 5월 16일 월스트릿저널에는 이에 관련된 분석기사가 하나 실렸다. 지배구조(Governance) 즉 정치제도가 경제성장, 다시 말해 가난을 물리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막연한 짐작을 구체적인 자료를 분석하여 결론을 얻은 기사가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으로 한국은 일인당 2만7938달러의 소득을, 미국은 4만5934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높은 나라는 유럽의 소국 룩셈부르크로 무려 7만9163달러다. 물론 이 세 나라의 지배 구조 즉 정치제도는 아주 훌륭하다는 분석이다. 즉 좋은 정치 제도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반면 오일 대국인 러시아와 리비아는 각각 구매력 기준 1만4927달러와 1만3399달러를 보여 주지만 이들 나라의 지배구조는 '아주 나쁜 정치제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국민소득이 6786달러이지만 '그저 그렇고 그런 정치 제도'를 지닌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쿠웨이트도 '그저 그렇고 그런 지배구조'를 지닌 나라지만 오일 덕으로 구매력 기준 3만7503불을 기록, 한국보다 높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 정도까지 도달하는 데는 과거의 구 소련이 채택했던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가 자본주의 보다 빨랐지만, '만리장성 같은 벽(The Great Wall)'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1989년 이 체제는 붕괴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일당 독재체제와 국가자본주의 체제로 이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을까. 학자들은 부정적이다. 중국이 앞으로 10년 내지 15년 계속 경제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이 만리장성 벽 근처에서 주저 앉으리라는 분석이다.

이 분석 기사를 읽어 보면 한국인의 기질이 정말 대단하다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그것도 남북이 분단된 대한민국의 정치·경제 발전은 그야말로 이 지구상의 모범 사례인 기적이다. 오일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이제 중화학 공업의 세계중심 기지가 되었다. 이게 누구의 덕일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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