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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128 화가 조진환] 건축과 디자인에 바탕을 둔 상상력의 회화세계

새·인물 등을 소재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표현
삶의 현장 메시지를 전달해 사회의 양심 추구

화가 조진환은 197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1년 미국으로 유학 와 뉴욕시립대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펜실베이니아대와 프랑스 퐁텐블로 예술학교에서 수학했다. 그동안 뉴욕과 서울 등에서 열린 다양한 작품전에 참가했고 현재는 뉴욕시 퀸즈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조진환이 화가가 된 것은 섬유예술가인 모친 이도희씨의 영향이 크다. 미국 유학을 결정한 것도 모친의 조언이 바탕이 됐고, 그림을 그릴 때 공간과 색채, 안료를 칠하는 깊이 등도 영향을 받았다.

조진환은 “건축과 예술을 통합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종교인 기독교의 믿음과 실력으로 교회 건축에 임하는 것을 비전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유학 초기에 기독교인 미술가들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극을 받고 고뇌의 과정을 거친 뒤 본격적인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

이러한 결심과 함께 지난 10여 년 동안 뉴욕시 맨해튼 첼시 등에서 사진작가 박준, 화가 변종곤 등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함께 하면서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히게 된다. 예술사에 남은 많은 작가들에게서 보여지듯 종교적 신념과 정서는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역사적으로 종교들이 주요 문명의 탄생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조진환이 자신의 종교를 토대로 그 위에 자신의 예술을 쌓고자 하는 것은 훌륭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진환의 그림들에는 이러한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함께 자신이 공부한 학문과 예술 교육의 영향이 충실하게 반영돼 있다. 스스로 “건축과 그라픽을 공부한 바탕 위에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적인 개념이기에 다소 어렵긴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의 작품이 갖고 있는 공간 분할과 물성(물질의 성격과 감각), 안료의 깊이, 기술적인 부분 등의 중요한 토대는 건축이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기본 개념을 갖고 이를 여러 장의 스케치를 그린다. 또 이미지를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가장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강한 이미지를 만든다. 다음에 이러한 이미지를 컴퓨터로 가져와서 자동 컴퓨터지원디자인(Auto CAD. 건축 설계 프로그램의 일종)과 와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를 통해서 발전시킨다. 나는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해 가장 효과적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작품에 강한 메시지가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한 가지 작품이 끝나면, 그 작품을 더 발전시켜서 보는 사람들에게 더욱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시리즈 작품을 만든다.”

조진환이 그 동안 발표한 작품들을 보면 특히 의미를 담는 공간을 구성하는데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발표한 ‘고귀함(Exalted)’이라는 작품을 보면 중앙에 누워 있는 인물을 배치한 뒤 밑에 새들을 그려 넣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그려진 인물과 새를 중심에서부터 밖으로 나가면서 계속해서 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거미줄과 같이 계속 반복되는 외곽선으로 인해 보는 사람들은 중앙에 있는 인물에 시선을 모으게 되고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중앙으로 모아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빛은 어둠에서 빛나리’라는 작품은 북한의 지도 모습을 중앙에 배치한 뒤 역시 이것도 또한 외곽으로 나가면서 층을 만들어 시선을 가운데로 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시선을 모을 뿐만 아니라 중앙에 그려진 북한 지도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게 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조진환은 이러한 화면 구성과 색채의 변화 등을 통해 자신이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편 조진환의 그림에서 특기할 것은 이러한 작품을 만들 때 컴퓨터와 각종 프로그램을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이를 “디지털 프로세스(디지털 기술 적용 작업)를 통해서 전체적인 구성을 만들어 낸다. 건물을 만들기 위해 건축 도면을 뽑아 내는 것과 같다. 나는 작품 하나하나가 기본적으로 공간과 위계질서,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재료를 선별해서 사용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조진환의 작품들에는 새와 소 등의 동물들이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종이를 접어서 이를 양 옆으로 연결해 그 접혀진 각도와 부분이 서로 충돌하면서 한편으로는 조화를 이루는 추상 작품들도 발표하고 있다.

조진환은 이러한 작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내가 구사하는 작품 제작 방법은 보통 예술계에서는 하이브리드 드로잉(Hybrid Drawing)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러한 방법으로 작품을 제작하면서 한편으로 개인적으로는 살바도르 달리와 마르셀 뒤샹의 미학을 높이 평가하고 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조진환은 이러한 작품 제작의 형식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작품이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이것이 사회적인 호소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나는 내 작품이 대화의 매개체가 되기를 원한다. 나는 내 작품이 청중에게 사회적 목소리로 호소하고 대화하기를 원한다. 얼마 전 나는 탈북자 선교 단체인 318 파트너스와 연관돼 전시회를 갖게 됐는데 여기서 나는 기독교의 북한 선교와 북한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담아 내고자 했다. 나는 앞으로도 세상에 있는 믿음과 소망,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작품을 하고 싶다.”

조진환은 이와 함께 자신의 예술이 사회적인 양심을 향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림을 그는 화가지만 자신의 그림을 통해 현대사회의 한계와 맹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시대와 사회의 양심을 추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민 역사의 험난한 삶 속에서 자기 자신만의 안녕과 부를 만들어가기에 바쁘다. 현대의 개인주의적인 삶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작품활동을 통해 뉴욕이라는 국제적인 무대 속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이 사회의 필요, 아픔을 껴안고 이를 드러내고 싶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양심을 끌어 내는 작품을 하고 싶다.”

박종원 기자 jwpark88@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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